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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 기후변화 대응에 온도차 왜?

경제 협력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나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4/10/24 [12:02]

중국과 러시아, 기후변화 대응에 온도차 왜?

경제 협력에 새로운 균열이 생기나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4/10/24 [12:02]

중국과 러시아는 역사적으로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에너지 자원과 무역을 중심으로 한 양국 간의 경제적 유대는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후변화에 대한 양국의 태도 차이가 두드러지며, 이는 양국 관계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임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 산업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며, 국제 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러시아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기보다 오히려 기후변화 문제를 정치적, 경제적 위협으로 여겨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양국 간의 경제 협력에 새로운 변수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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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경제적 위협으로 간주 석유나 천연가스등 때문이다..반면 중국은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사진=픽사베이)    

 

중국의 녹색 전환과 러시아의 관망적 태도

 

중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찍고,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중국은 태양광, 풍력, 수력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급속히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 경제의 주요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기준, 중국의 비화석연료 에너지원이 전력 생산 용량의 50% 이상을 차지하면서 에너지 구조 전환이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는 단순히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중국의 에너지 독립과 안보에도 기여하는 전략적 선택이다.

 

반면 러시아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경제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석유와 가스 같은 화석연료 수출을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정하고 있다. 2023년 러시아가 발표한 새로운 기후 교리에서는 기후 변화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결국 러시아가 기후 변화 문제에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기후 변화 대응의 온도차는 두 나라 간의 협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중국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는 주요 에너지 공급국으로서의 입지가 약화될 위험에 처해 있다.

 

현재까지는 중국과 러시아의 에너지 관계가 여전히 긴밀하다.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화석연료 소비국이며, 러시아는 이러한 에너지 수요를 충족시키는 주요 공급국이다. 하지만 중국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면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석유 수요는 2030년대 후반에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에는 서서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은 국내 화석연료 채굴을 최대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부로부터의 수입 의존도 역시 낮아질 전망이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 관계에 변화를 예고한다. 중국이 점점 더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계속해서 화석연료 수출에만 의존한다면, 양국 간의 경제적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시베리아의 힘 2' 파이프라인 협상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준다. 이 파이프라인은 러시아에서 중국 북부 지역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해 계획된 프로젝트였으나, 이 지역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도하고 있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재생에너지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가스 공급 계약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중장기적으로 러시아 외에도 다양한 에너지 공급국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해상 가스 수출을 늘리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공급처를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며, 이는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줄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적 변수와 경제적 선택

 

물론, 러시아와 중국 간의 에너지 관계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양국 간에는 정치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지리적 특성상 육로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해상 운송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미중 갈등이 심화될 경우, 미국 해군의 해상 봉쇄를 피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이 이러한 전략적 이점을 고려해 러시아로부터 일정량의 에너지를 계속 수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중 관계가 현재보다 더 악화되지 않는다면, 중국의 에너지 정책은 결국 경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중국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국제 에너지 가격 변동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반해, 러시아는 기후 변화 대응을 소홀히 하며 화석연료 수출을 계속해서 유지하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러시아의 경제적 입지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전략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두 나라 간의 온도차는 점차 커지고 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선택이다. 반면 러시아는 기후변화를 경제적 위협으로 간주하며 기존의 화석연료 의존 경제 구조를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더욱 강화할수록,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에 균열이 생길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특히 중국이 에너지 독립을 달성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더욱 높여 나갈수록, 러시아는 주요 에너지 공급국으로서의 입지를 점차 상실할 수 있다.

 

결국,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서, 국제 관계와 경제 구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온도차는 향후 양국 간의 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며, 이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도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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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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