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시브 공연(Immersive Theater)은 일반적인 공연장과 다르게 무대와 객석을 엄격하게 구분짓지 않는다. 자유로운 공간 형태를 제공하여 관객의 참여를 높여, 무대 속에 관객이 직접 함께하는 몰입감을 극대화 시킨 공연 장르를 일컫는다.
2000년 초중반 영국의 '슬립 노 모어(Sleep No More)'는 이머시브 공연의 대표적인 성공이자 대중화의 시초라 할 수 있다. 뉴욕과 상해에서 공연 중인(코로나 19로 뉴욕은 정상적으로, 상해는 기존관객의 30%만 입장을 허락하고 있다) '슬립 노 모어'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맥베스'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누아르 풍 작품이다. 재즈바에 모인 소규모의 관객들이 배우와 자신을 구분짓는 가면을 쓰고 직접 5층의 건물을 걸어다니면서 캐릭터의 동선을 쫓아 극을 관람하는 방식으로, 배우를 직접적으로 만지거나, 대화는 불가하지만 단순한 관람을 넘어 직접적으로 캐릭터에게 선택되어 1:1의 특별한 순간을 감상할 수도 있는 독특한 형태의 극이다. 특히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공연 중인 중국 상해의 '슬립 노 모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맥베스'와 중국 고전설화' 백사전' 의 이야기를 합쳐 전개하며, 특정 캐릭터에게 선택되면 휠체어에 올라 6층의 비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도 추가했다.
이처럼 어떤 캐릭터를 선택하는지, 제시된 장면에서 관객이 어떤 해석을 하는지에 따라 관람하는 시간과 전개의 시점이 변화하는 형태, 즉 개인에게 맞춘듯이 전개되는 극의 방식이 관객을 매료시키는 이머시브 공연만의 장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국의 이머시브 앙상블 작품인 '위대한 개츠비'가 라이센스로 2019년 공연한 바 있다. 그래뱅 씨어터에서 진행된 연극 '위대한 개츠비'는 동명의 소설에 내용을 그대로 따라가지만, 관객들은 파티에 초대된 가상의 인물이 되어 옷의 코디는 물론 말투까지 바꾸어 가며 극에 참여할 수가 있었다. 특히 '슬립 노 모어'와 다르게 이 작품은 실제 배우들과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부분에 중점을 두어 관객들에게 몰입도를 향상시켰다는 호응을 받았다.
이번 개막을 확정지은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역시 이머시브 공연이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현재 미국 공연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 겸 극작가인 데이브 말로이가 톨스토이의 걸작 소설 '전쟁과 평화' 중 일부 스토리를 기반으로 제작한 송스루 뮤지컬이다.
2012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호평 속에 첫선을 보였고, 2016년에 브로드웨이 임페리얼 씨어터에 입성하였으며, 뮤지컬 '해밀턴'과 함께 가장 흥미로운 공연으로 각광을 받았던 작품이다. 2017년 토니 어워드에서 ‘최우수 뮤지컬상’을 포함하여 12개 부문에 최다 노미네이트 되었고,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4개 부문과 외부 비평가 협회 어워드에서 2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관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흥행성 역시 입증하였다.
초연 연출팀으로는 다양한 연출 기법으로 극을 더 깊이 있고, 세련되게 만드는 김동연 연출가가 참여하며, 오필영 무대 디자이너와 함께 유니버설아트센터의 내부 전체를 무대와 객석 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있는 혁신적인 다차원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관객들에게 강렬한 체험을 제공한다. 또한, 팝, 일렉트로닉, 클래식, 록, 힙합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들로 이루어진 27곡의 넘버들은 김문정 음악감독을 만나 강렬하고 황홀한 시간을 만들어 낸다. 특히 주인공 피에르 역을 포함하여 상당수의 배우들이 직접 악기를 연주하며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관객에게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올 예정이다.
부유한 귀족이지만, 사회에서는 겉돌고, 불행한 결혼생활과 삶에 대한 깊은 회의 속에서 방황하는 남자 주인공 '피에르' 역은 배우 홍광호와 케이윌이 맡는다. 피에르는 아코디언과 피아노를 직접 연주하며 극의 문을 열고 닫는 인물이기도 하다.
전쟁에 출전한 약혼자를 그리워하는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스무 살의 여인 '나타샤' 역은 정은지와 이해나가 맡아 열연한다. 향락을 추구하며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젊은 군인으로 나타샤를 유혹하는 '아나톨' 역에는 이충주, 박강현, 고은성이 캐스팅됐다. 나타샤의 사촌이자 친구로 늘 곁에서 그녀를 지켜주려 노력하는 '소냐' 역은 이효은이 맡았고, 피에르의 아내이자 아나톨의 누이, 사교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엘렌' 역에는 방진의와 홍륜희가 더블 캐스팅됐다. 엄격하지만 다정한 귀부인으로 나타샤의 대모이자 피에르의 오랜 친구인 '마리야D' 역은 주아가 맡는다.
'볼콘스키' 공작의 딸이자 '안드레이'의 여동생 '마리' 역에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소프라노 이연지가 맡는다. 이연지는 그레이트 코멧으로 한국 뮤지컬 무대에 데뷔한다. 대범하고 호탕한 매력을 지닌 아나톨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엘렌과 불륜관계인 '돌로코프' 역은 최호중, 흥이 넘치는 삼두마차 마부 '발라가' 역은 김대호 배우가 열연할 예정이며, 나타샤의 약혼자로 전쟁에 출전 중인 군인 '안드레이'와 그의 아버지인 괴팍한 성격의 귀족 '볼콘스키' 역은 배우 강정우가 1인 2역을 맡는다.
혁신적인 스타일과 신선한 음악으로 뮤지컬 장르에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뮤지컬인 '그레이트 코멧'은 원작의 컨셉과 정서적 가치를 그대로 담아내는 동시에 톱클래스의 배우들과 국내 최고의 창작진들의 손을 거쳐 독창적인 한국 프로덕션만의 작품으로 재탄생 될 예정이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은 2020년 9월 15일부터 11월 29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되며, 오는 7월 중 티켓 판매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