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정국, 미 대선 앞둔 때...성과에 조급한 미국, 이를 이용하려 북한협상장에...스티브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 순회대사트럼프, 볼턴 경질하며 북 상대 '리비아식 모델' 사실상 폐기북한, 미국의 새로운 방법론에 기대감 높여
최창근 / 컬럼니스트, KBS 전 베이징 총국장| 입력 : 2019/10/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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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가 오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비핵화 실무협상을 열기로 합의했다. 협상 장소는 스웨덴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1일 발표한 담화에서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북·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6월30일 판문점 회동에서 실무협상 개최에 합의한 뒤 근 3개월 만이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수석대표로 나올 예정이다. 협상이 잘 되길 기대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유엔총회에서 만나 북한의 대화 의지를 높게 평가하고 실무 협상을 조기에 열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자는 데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을 발표했고 북한이 강력 반발해온 '리비아식 모델'을 사실상 폐기하며 이른바 '새로운 방법론'을 말했다.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미국 측의 '새로운 방법'에 환영 입장을 나타낸 뒤 이뤄지는 것으로 분위기가 좋지만 성과 여부를 속단하기 쉽지 않다. 북한은 합의 발표후 SLBM을 발사했습니다. 협상을 앞두고 미국을 강하게 압박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선 핵포기 후 보상)을 주장한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해임하고 언급한 '새로운 방법'이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기대를 갖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협상 날짜를 정해놓고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선 것은 미국이 ‘기존의 계산법’을 바꾸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압박으로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계속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법론을 고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포괄적 합의'를 주장해온 미국이 '새로운 방법'을 들고 나와 양측이 어느 정도 접점을 찾느냐가 관건이다. 또 북한이 기회 있을 때마다 체제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를 요구해온 만큼 미국이 어느 선까지 수용할 지도 중요한 변수다.
청와대는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을 위해 조기에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북미대화에 한국이 갈수록 소외되고 북한 비핵화에 대한 낙관론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기고 한다. 정부는 이럴수록 한·미 간 긴밀한 대북정책 조율이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북·미 실무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이다. 어렵게 다시 만나게 된 만큼 기회를 놓치지 말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측은 ‘하노이 회담’이 준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로 주장만 내세우다간 아무 성과도 얻을 수 없다는 교훈이다. 미국은 민주당 주도로 트럼프 대통령 탄핵 정국이 시작됐고 내년 말에는 대통령선거가 있다. 선거 운동 시작 전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도록 조급해 할 것이다. 북한은 이를 이용할 것이다. 양측은 이런 사정을 알고 서로 이용하며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트럼프 대통령이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도 점점 줄어들 것이다. 양측이 서로 양보하고 절충하며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이유이다.
이번 실무 협상에서 세부적인 로드맵 등 구체적인 진전이 없을 경우, 어렵고 오랜만에 찾은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충분한 사전 협의가 없으면 정상 간 만남도 무용지물인 것은 지난 ‘하노이 회담’때 이미 경험했다. 작은 것 하나부터 합의를 이루고, 서로 신뢰를 쌓으며 협상의 동력을 살려가야 한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이번 실무 협상이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틀을 만드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