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 미세플라스틱 오염상태 예상대로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나해안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고래 등 대형해양동물 사체 해부 조사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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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지난달 12일 전남 여수 돌산 해안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상괭이 사체를 구조 당국이 조사하고 있다. <해양환경인명구조단 여수구조대> |
비록 세계적인 추세이기는 하지만 한국의 바다 역시 미세플라스틱 위협 앞에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게 이번 연구조사의 더욱 충격적인 결과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바닷물은 육지의 강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다, 해류를 따라 돌고 돌기 때문에 해양의 미세플라스틱 오염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고래와 바다거북 등이 막상 사람들의 식재료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대형해양동물은 결국 바다의 작은 고기를 먹거나 직접 바닷물을 통해 먹이를 섭취하므로 대형해양동물의 미세플라스틱오염은 결국 식재료 수산물의 오염으로 직결되므로 바다 먹거리의 미세플라스틱이 끝내는 사람들의 체내 흡수로 이어지는 것이다.
조사 대상이 된 대형해양동물은 고래의 일종인 상괭이 7마리와 참고래 1마리, 남방큰돌고래 1마리, 돌고래 1마리, 붉은바다거북 2마리 등 12마리였으며, 모두 소화기관에 미세플라스틱이 잔류해 있었다.
미세플라스틱은 5㎜ 미만 길이의 플라스틱 조각을 일컫는다. 화장품 치약 등에 애초부터 미세분말 상태로 들어간 뒤 생활하수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거나 바다로 떠내려간 큰 플라스틱 덩어리가 점차 분해되면서 미세플라스틱 상태로 바닷물에 존재하다가 물고기 체내로까지 흡수된다.
이번에 대형해양동물 체내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은 27~4596㎛로 길이가 다양했다. 평균 길이는 273.2㎛였으며 플라스틱의 재질로는 폴리프로필렌(PP)이 44%로 가장 많았고,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가 17%, 폴리에틸렌(PE)이 11% 등으로 그 뒤를 따랐다.
![]() ▲ ▲ 우리나라 근해의 얕은 바다에서 특히 많이 서식하고 있는 상괭이. 육지와 가까운 서식 환경의 특성상 미세플라스틱을 비교적 많이 섭취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얼굴 모양이 미소 짓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웃는 고래’ 또는 ‘미소 고래’라고 불리기도 한다. |
이들 중에는 상괭이에서 가장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 단위 무게 1g당 1.67~11.63개가 발견됐는데 이는 수심 100m 이하의 얕은 해역에서 생활하는 상괭이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육지에 가까운 낮은 바다에서 살수록 육지에서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염고래의 일종인 참고래의 경우에는 바닷물을 들이킨 뒤 크릴과 동물성플랑크톤 등 먹이를 입속의 여과장치로 걸러내는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섭취한다. 반면 이빨고래류인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 돌고래 등은 먹잇감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을 작은 물고기를 통해 간접적으로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괭이와 참고래, 남방큰돌고래, 돌고래, 붉은바다거북은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올라 있는 국제보호종이다.
한편 미세플라스틱이 대형해양동물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지만, 연구진은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 중금속 등과 함께 이들이 체내에 축적되면서 서서히 피해를 미칠 것이라고 봤다.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가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연구팀과 올해 3월 내놓은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2017년 798만1천 톤에서 2021년 1,193만2천 톤으로 4년 만에 50% 가까이 증가했다.
심원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은 5일 열린 ‘제1회 해양수산 과학기술 혁신포럼’에서 “동아시아 및 북태평양 지역은 2066년께에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2016년 대비 4배 증가하고, 2100년께는 전 세계 해양 오염이 2018년 대비 50배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까지 한국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위험 농도는 그럭저럭 견딜만한 수준이지만 2100년쯤엔 한국 연안 82% 정도의 지역이 미세플라스틱 안전 농도를 넘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 연안의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에서는 특히 서해와 남해를 접하고 있는 중국의 실태가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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