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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플라스틱의 역습1- 대왕고래, 하루 최대 1천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먹는다

플라스틱이 주요 생활수단으로 등장한 지 1백 년 만에 바다는 쓰레기장으로
<작은 물고기–큰 물고기–사람>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의 절대 위기 직면
바다 먹거리, 육지 먹거리 모두 ‘플라스틱의 역습’에 맥없이 당하는 현실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2/11/16 [09:21]

[특별기획]플라스틱의 역습1- 대왕고래, 하루 최대 1천만 개의 미세플라스틱 먹는다

플라스틱이 주요 생활수단으로 등장한 지 1백 년 만에 바다는 쓰레기장으로
<작은 물고기–큰 물고기–사람>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의 절대 위기 직면
바다 먹거리, 육지 먹거리 모두 ‘플라스틱의 역습’에 맥없이 당하는 현실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2/11/16 [09:21]

사람들에 의해 이 세상의 땅에 버려진 쓰레기의 상당 부분은 빗물을 타고 강에 흘러들고, 결국은 강물에 쓸려 바다로 간다. 80억 명의 사람들은 각 대륙에 나뉘어 살지만 결국은 바다를 통해 지구촌을 이루어 살면서 물고기 잡는 그물이나 양식업에 쓰이는 스티로폼 부표, 그리고 화물선 여객선 어업선 같은 선박에서 사용하던 물품 등 수 많은 쓰레기를 직접 바다에 버린다.

 

불과 1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들거나 직접 바다에 버려져도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때까지 사람들로 인한 바다 쓰레기는 그 무게로 인해 바다 밑바닥에 가라앉거나 자연의 이치에 따라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 수염고래과의 일종인 대왕고래는 46억 년 지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동물로서 성체의 길이가 30m, 무게 200t이나 된다. 그래서 먹는 양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많이 먹다 보니 하루 최고 1천만 조각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조사 연구되어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해양 동물의 플라스틱 섭취는 곧 해양 동물을 먹는 인류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그러나 대략 1930년대 이후부터 석유에서 화학적으로 재탄생한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이 갈수록 의존 비율을 높여가면서 인류의 생활을 지배하는 물질로 등장한 뒤 바다는 그야말로 플라스틱 쓰레기장이 되고 말았다. 플라스틱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지도 않고 쉽게 썩어 분해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이 사람들의 중요한 생활수단이 된 지 채 1백 년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썩어 분해되는 과정을 직접 검증하지는 못하였지만, 전문가들에 의하면 플라스틱이 자연환경에서 분해되려면 적어도 5백 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곧 앞으로 5백 년 동안은 바다의 쓰레기가 썩어 분해되지 않고 꾸역꾸역 바닷물에 뒤섞여 그 물량을 갈수록 늘려나갈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곧 머지않아 물바다에서 플라스틱 바다가 될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다.

 

바닥에 가라앉지 못하고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은 태양광선에 의해 약해지고, 바람과 파도에 쓸려 부서지면서 당초의 형태를 갖춘 덩어리 플라스틱이 나중에는 직경 5이하의 미세플라스틱이나 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 또는 1000분의 1) 단위의 초미세플라스틱으로 쪼개진다.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 덩어리는 덩어리대로, 조각은 조각대로 다양한 방식으로 물고기에게 먹히고 물고기 체내에 남게 된다. 플라스틱을 먹은 물고기는 뱃속이 터져 죽거나, 소화되지 않고 쌓인 플라스틱이 내장을 가득 채워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지 못해 굶어 죽거나, 초미세 플라스틱이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번져, 살아있는 물고기의 살 속에 잔류하거나 각양각색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게 된다.

▲ 대왕고래 혹등고래 긴수염고래 등 수염고래과 해양 동물이 크릴 등 작은 물고기를 섭취하는 방식의 개념도. 이들은 커다란 입으로 물고기가 밀집한 바닷물을 빨아들인 뒤 아래턱 수염으로 물을 빼내고 물고기를 걸러내어 먹는 여과섭취를 한다. 이때 바닷물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조각과 이미 작은 물고기 몸에 들어간 미세플라스틱을 그대로 먹어버린다고 한다. 결국은 사람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치는, ‘먹이사슬’의 절대 위기이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제공>    

 그런데 개별 개체 물고기의 플라스틱 섭취는 물고기 스스로의 생사가 걸린 심각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결국은 사람들의 건강, 나아가 생사의 문제까지 걸린 절체절명의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더욱더 심각한 문제이다. <작은 물고기-큰 물고기사람>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의 절대 위기가 곧 닥쳐올지도 모른다.

 

큰 물고기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고 간단한 먹이사슬의 이치이다. 바다 동물 세계의 먹이사슬에서 맨 꼭대기는 대왕고래가 차지하고 있다. 대왕고래는 46억 년 지구 전체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동물이다. 65백만 년 전 멸종한 공룡보다도 훨씬 더 크다. 성체의 길이가 30m, 몸무게는 200이나 되는 대왕고래는 물고기를 먹는 양도 덩치만큼이나 대단하지만, 하루 최대 100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다는 조사연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대왕고래는 같은 수염고래과의 일종인 혹등고래 긴수염고래 등보다도 덩치가 더 커서 더 많이 먹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와 스탠포드대 연구팀은 북미대륙과 하와이 사이 북태평양을 돌아다니며 사는 대왕고래의 미세플라스틱 섭취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를 자연환경 전문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최근 11월호에 발표했다. 이들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대왕고래 혹등고래 큰고래 긴수염고래 등 수염고래과 고래 191마리의 등판에 위성추적장치를 달아 먹이활동을 집중 조사했다.

▲ 수염고래과의 일종인 대왕고래는 46억 년 지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동물로서 성체의 길이가 30m, 무게 200t이나 된다. 그래서 먹는 양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많이 먹다 보니 하루 최고 1천만 조각의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것으로 조사 연구되어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해양 동물의 플라스틱 섭취는 곧 해양 동물을 먹는 인류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이다. <미국 해양대기관리청(NOAA) 제공>    

 

   이 조사에 따르면 이들 고래는 수심 50~250m 사이 수역에서 주로 크릴 떼에 달려들어 삼키는 방식으로 먹이활동을 했는데, 대왕고래는 하루 평균 1t 이상의 크릴을 잡아먹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이 수심은 대양표층 생태계에서 미세플라스틱의 농도가 가장 높은 곳이어서 대왕고래의 미세플라스틱 섭취량이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크릴 한 마리의 평균 미세플라스틱 체내 잔류 수량과 대왕고래의 먹이량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대왕고래가 하루에 최고 1천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다는 결론데 도달했다고 한다.

 

대왕고래의 플라스틱 섭취 조사연구 결과는 곧 인류의 바다 먹거리에 대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경고하고 있다. 대왕고래는 포획 금지 대상 동물이어서 사람들이 대왕고래를 주요 먹거리로 삼지는 않지만, 대왕고래가 이처럼 심각하게 미세플라스틱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은 곧 나머지 물고기들도 마찬가지로 미세플라스틱 섭취 위험에 처해 있다는 방증이다. 결국은 물고기를 먹는 인류의 위험이라는 결정적 증거이다.

 

물고기가 미세플라스틱, 초미세플라스틱 말고도 덩어리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모습을 우리는 숱하게 보아왔다. 플라스틱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는 물고기들이 그 모양새만 보고 먹을 것인 줄 알고 통째로 그냥 삼켰다가 끝내 숨진 것을 해부한 사진이 여기저기 넘쳐난다. 그러나 사람은 물고기와 달라서 덩어리 플라스틱을 그대로 먹을 확률은 극히 낮다. 사람은 눈과 입과 손과 과학과 기술, 시스템 등으로 덩어리 플라스틱을 먹거리에서 제외할 수단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세플라스틱, 초미세 플라스틱의 경우에는 사람도 어쩔 수 없는 형편이다. 물고기 몸속에 박혀 있는 그것들을 골라낼 방법이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고 보여진다.

 

미세플라스틱과 초미세 플라스틱은 현재 상황에서도 알게 모르게 인류의 인체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과 초미세 플라스틱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과일과 채소, 물 등 육지의 먹거리에도 이미 상당한 비중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카타니아대학교의 연구팀은 과일과 채소에서도 크리 10이하의 초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고 20206월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바다 먹거리, 육지 먹거리 모두 이미 플라스틱의 역습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이다.

   

▲ 북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섬. 플라스틱 쓰레기는 덩어리 상태에서는 큰 물고기들에게 먹히고, 잘게 부서진 뒤에는 작은 물고기에게도 먹히어 소화되지 못하고 체내에 머물면서 당장은 물고기를 위협하고 결국은 물고기를 먹는 사람들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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