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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가용현금 1조6000억원 수준…전문가들 "1~2년내 투자금 소진"

박순정 기자 | 기사입력 2019/10/28 [19:29]

쿠팡 가용현금 1조6000억원 수준…전문가들 "1~2년내 투자금 소진"

박순정 기자 | 입력 : 2019/10/28 [19:29]
김범석 대표
김범석 대표

온라인 쇼핑몰 쿠팡의 올해 가용자금이 약 16000억원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됐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올해 적자 규모를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고 해도 2020년에는 자금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선 장기전을 요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성격상 재무적투자자(FI)를 통한 구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마존·알리바바 등 전략적투자자(SI)와 인수합병(M&A)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내년 4월 중순께 올해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약 11000억원의 적자를 낸 만큼 올해는 이 폭을 줄였을지 여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쿠팡은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 다양한 품목을 구성해 유통시장 내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했고, 오픈마켓보다는 직매입 중심의 판매 형식을 채택하고 있다.

또한 당일배송, 익일배송 등 기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자와 차별화된 배송시스템을 최초로 국내에 도입했다. 쿠팡의 성장은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의 물류·판촉 경쟁으로 이어졌다. 롯데·이마트 등 대부분이 수익성 하락과 자금부담에 직면했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거 대비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

쿠팡의 현재 국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약 7% 수준이지만 아마존 수준(40%)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포부를 밝혔다. 쿠팡은 지난해 약 7조원 수준이던 거래액이 크게 늘어 올해는 약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마존은 설립 후 8년만에 흑자 전환한 반면 쿠팡의 흑자 전환은 요원해 보인다. 쿠팡은 2013년 법인을 설립한 후 6년동안 약 3조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한해에만 약 1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적자의 주된 원인은 매입원가 대비 낮은 판매가격과 인건비 부담이다.

쿠팡의 연간 인건비는 1조원에 달한다. 작년말 기준 쿠팡의 매출원가는 36727억원, 인건비는 9866억원으로 이 둘을 합하면 약 46600억원이다. 여기에 물류·배송·수수료·마케팅비 등의 판매관리비가 그대로 영업적자로 반영되는 구조다. 결국 자체적인 수익창출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 자금소진 이후에는 다시 한 번 외부자금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지난해 기준 쿠팡이 보유한 현금 및 금융상품의 잔액은 7378억원.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받은 추가 투자금 20억달러(23400억원) 중 작년 재무제표에 계상된 유상증자 금액은 13500억원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후 약 9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추가로 유입된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이후 쿠팡의 가용자금은 약 16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했다.

한태일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쿠팡의 현 수익구조와 전략이 이후에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면, 보유자금은 2018년 결산일로부터 1~2년 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크다""연간 자산성 없는 비용성격의 지출이 약 9000억원에 달해 현 수준의 매출규모 유지를 위해서는 향후에도 유사한 수준의 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직매입 대상인 납품업체의 매입단가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납품업체는 쿠팡의 매입단가 인하 요청에 응한 반면, 일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쿠팡을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신고해 조사가 진행 중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자금을 추가 투입할 지 여부도 주목된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위워크에 약 7조원을 투자해 지분 29%, 우버는 13%, 쿠팡도 50% 가량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문가들은 FI를 통한 자금 조달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과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는 장기로 보고 계속된 투자를 해줘야 하는데, FI에만 의존하는 지금의 구조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효상 숭실대학교 교수는 "쿠팡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FI를 통한 홀로서기 구조로는 갈 길이 멀다""아마존·알리바바 등과 같은 SI와 인수합병 해야 시너지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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