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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투 오더 (Made to Order)

편집부 | 기사입력 2013/08/21 [11:57]

메이드 투 오더 (Made to Order)

편집부 | 입력 : 2013/08/21 [11:57]

[내외신문=이종학 편집위원] 지난 번 홍콩 여행 때 우연히 호텔에서 본 TV 프로그램이다. 내용이 흥미로워 기사로 만들어봤다. 우선 메이드 투 오더가 무슨 뜻인가 알아보자. 주문하기 위해 만든다  그렇다. 바로 주문 제작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것이다. 주문 제작이라?

 

여기서 등장한 것이 바로 맞춤 칼이다. 맞춤 칼이라니  대체 야쿠자나 킬러가 쓰기 위한 칼을 만든다는 것인가  꼭 그렇진 않고, 실은 요리사를 위한 칼을 제작해주는 곳이다. 요리용이라고 해도 종류가 다양해서 사시미부터 야채, 우동 등 써는 종류가 다양하고, 그에 맞는 칼이 필요하다. 게다가 요리사만의 습관이나 손의 구조도 신경써야 한다.

 

그런 면에서 후지와라라는 가게는 도쿄의 일류 요리사들을 고객으로 둔 곳이다. 이들과 계약을 맺은 대장간은 3개의 층으로 된 칼을 제작함에 있어서 무려 섭씨 900도에 달하는 온도에서 가열한 다음 찬물로 냉각하고 또 해머로 내리쳐서 다듬고 하는 공장을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개월에 걸쳐 실시한다. 이렇게 꼼꼼히 제작된 칼이 주문한 요리사의 손에 얼마나 착착 감길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손에 감긴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만년필이 떠오른다. 흔히 몽블랑이니 뭐니 유명 상표를 떠올리지만, 진짜 멋쟁이는 역시 맞춤 만년필을 사용한다. 그러는 데엔 이유가 있다.

 

사람마다 글 쓰는 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년필을 쥐는 모양부터 흘림 정도, 눌러쓰는 강도 등 체크해야 할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 이것을 꼼꼼하게 따져서 주문자에 딱 들어맞는 만년필을 만드는 것이다. 하긴 이를 직접 제작하는 분은 만년필 제조만 60년 경력이라고 한다. 펜의 바디가 되는 부분을 발로 돌리는 절삭 공구로 깎는 모습이나 촉을 다듬는 섬세한 손길은 절로 장인이라는 탄사가 나오게 한다. 이렇게 약 2주에서 한 달 사이의 공정을 거쳐 주문한 만년필이 나오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직접 써보면 안다.

 

단, 가격은 좀 해서 최소 30만원이 넘고, 어떤 것은 600만원이나 한다. 하긴 일반 브랜드의 만년필 가격을 생각하면, 이런 나만의 제품을 갖는 편이 실속 있을 것도 같다.

 

혹시 조깅하는 분들이 있는가  아침 혹은 오후에 달리는 맛은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쾌하고 또 만족스럽다. 그러나 신고 있는 운동화가 걸리적거리면, 나중에 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를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맞춤 운동화다. 단, 이곳은 아식스라는 회사가 운영하는 곳이라, 구두 맞춰주듯 일일이 만들지는 않고, 완벽한 계측을 통해 적정 사이즈를 골라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발의 사이즈를 3D로 정확하게 잰다. 당연히 왼발 오른발 다 잰다. 의외로 대부분 크기가 다르고 구조가 다르다. 또 달리는 모습도 체크하는데, 발이 땅에 닿을 때 어느 부분이 먼저 도달하는지, 발바닥의 굽은 정도라든지 상당히 꼼꼼하게 계측한다. 그래서 완벽하게 자기 발에 부합되는 운동화를 오른발, 왼발 각자 맞도록 선택해준다. 이 과정이 약 20분 정도 걸리고, 운동화 가격이 21만원부터 시작한다고 하니, 상당히 관심이 간다.

 

점차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던 차에 그야말로 무릎을 탁 치는 상품이 하나 나왔다. 바로 베개다. 이것만은 꼭 사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베개. 그렇다. 우리의 하루 시간 중 3분의 1 정도를 바로 이 녀석과 보내지 않은가. 그런데 의외로 대충 베개를 골라서 쓰는 분들이 많다. 굳이 목 디스크니 뭐니 떠올리지 않더라도, 우리 생활에 얼마나 유용한 존재인지는 강조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니혼바시에 소재한 이 베개 전문점은 고객의 취침 습관과 인체 구조에 맞춰서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목의 길이나 뒷통수의 크기, 목과 뒷통수로 이어지는 각도 등 다양한 부분을 체크한다. 베개 자체는 5개의 섹션으로 구분되는 바, 크게 3등분을 하고, 그 중앙 부분이 위 아래 3등분이 된 형태다. 그리고 그 각각의 섹션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좀 다르다. 이를 위해 약 10여개의 첨단 소재들이 동원되는 바, 기본적으로 굽어진 이후 다시 원 위치로 돌아가는 회복력이 빠르도록 설계되어 있다. 또 중심부와 가장자리를 다르게 설계하는 바, 아마도 바르게 누웠다가 옆으로 누울 때의 각도나 위치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리라.

 

이런 맞춤형 베개는 약 11만원부터 시작하는데, 한번 사두면 평생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적이다. 크기도 다양해서 여행용으로 하나 주문해도 좋을 듯싶다. 잠자리가 바뀌면 영 잠이 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베개 때문이니까.

 

미나미구의 아오야마에 있는 회사는 아주 특별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고객의 스토리를 듣고, 간단하게 2페이지에서 한 권 분량에 이르기까지 그의 바이오그래피를 만화로 제작해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고객의 얼굴을 기본 스케치함은 물론, 주변 인물들도 그에 맞게 그려준다. 주문이 많고, 페이지수가 많아질 수록 단가가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자기가 만화의 주인공이 될 뿐 아니라 자신의 일대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려주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 딱딱하게 글로만 쓰인 자서전보다 훨씬 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가격도 높지 않아 손님이 많다고 한다.

한편 자신이 만화 주인공이 되는 것뿐 아니라 작곡자로 변신할 수도 있다. 정식 작곡법을 배우지 못해서 뇌리에 떠오르는 악상을 그냥 허공에 날리는 분들이나 그냥 심심해서 휘파람으로 불어본 멜로디가 의외로 괜찮을 경우 찾아갈 만한 곳이다.

 

분쿄 월드라는 이름의 이 스튜디오는 고객의 멜로디를 갖고 제법 그럴 듯한 연주곡으로 만들어준다. 필요하면 가수까지 섭외해서 노래를 넣기도 한다. 이를 위해 고객이 휘파람이나 허밍으로 주문한 멜로디를 일단 접수한 다음 여러 과정이 첨가된다.

 

우선 멜로디를 악보로 그리고, 이를 전문가가 어렌지해서 하나의 곡으로 만들고, 여기에 컴퓨터를 이용, 간단한 연주곡으로 만든다. 필요하면 전문 기타리스트나 피아니스트를 동원해서 화려한 세션을 첨가하기도 한다. 거기에 보컬까지 가세하면 판이 훨씬 커지지만, 그만큼 고객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다. 심지어 짧은 버전 혹은 긴 버전으로 만들 수도 있다니 참 궁금해진다. 하긴 요즘처럼 실용음악과니 뭐니 음악 전문가들이 많아졌지만 밥벌이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은 아르바이트도 되고, 좋은 경험도 될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고가 이런 경우가 아닐까?

 

아무튼 요즘 고객들의 취향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복잡해져간다. 그러니 옛날식으로 전부 짜장면 혹은 설렁탕 하는 식으로 주문하는 시대는 지났다. 같은 짜장면이라도 누구는 양파를 빼고 누구는 돼지고기를 빼는 식으로 점차 특화되어간다. 그러므로 메이드 투 오더는 앞으로 다가올 중요한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가 싶다. 혹, 사업 구상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 이 기사가 약간의 도움이 되었으면 싶다.

 

P.S.) 베개 전문점엔 각 도시별로 평균 수면 시간까지 체크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스톡홀름은 7.28시간, 뉴욕은 6.38시간이다. 스톡홀름이야 추운 지방이니까 비교적 잠을 많이 잘 테고, 뉴욕은 전세계에서 가장 바쁜 곳중 하나니까 수면 시간이 짧을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떨까  그 중간쯤 하지 않을까  당신은 어떤가 

 

편집위원 이종학(Johnn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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