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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고객수신자부담전화 ---홍보용인가?

안상규 | 기사입력 2012/06/27 [13:07]

기업들 고객수신자부담전화 ---홍보용인가?

안상규 | 입력 : 2012/06/27 [13:07]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대다수 기업들은 수신자 부담전화(080)와 전국대표번호(1588 등)을 함께 보유하면서 수신자 부담전화를 홍보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객의 선택을 가로막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 통신비 인하 방안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기업들이 자신들이 부담해야할 통신비용을 고객들에게 전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이모(33)씨는 최근 카드 뒷면에 적힌 A은행 전국대표번호(1588-****)로 전화해 상담원과 10여분간 실랑이를 벌인 끝에 카드를 해지했다. 전화요금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이씨였다.

그러던 중 인터넷을 뒤지다 A은행이 수신자 부담전화(080)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알고 불쾌감에 휩싸였다.

이씨가 발급 받은 카드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전국대표번호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사 상품과 관련된 업무 때문에 이용하는 전화인데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고객을 봉으로 아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과 카드, 보험, 증권, 전자, 식품 등 고객센터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신자 부담전화를 운영하고 있지만 고객이 돈을 지불하는 전국대표번호만 홍보하고 있다. 이를 두고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뉴시스가 은행과 카드, 보험, 증권, 전자, 식품, 유통 등 고객 상담이 많은 업종들의 상담전화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수신자 부담전화와 전국대표번호를 함께 운영했다.

하지만 인터넷 홈페이지와 회원카드 등에 수신자 부담전화와 전국대표번호를 함께 고지하고 있는 회사는 극히 일부에 그쳤다. 대부분은 전국대표번호만을 고지했다.

수신자 부담전화를 고지하고 있는 일부도 고객들이 쉽게 볼 수 있는 홈페이지 첫 화면이 아닌 하부 화면에 제공했다.

이것도 수차례 검색을 한 뒤에야 확인이 가능했다.

1588 등 전국대표번호와 수신자 부담전화번호(080)는 전국 어디서 같은 번호로 통화할 수 있다는 것은 같지만 요금 부담 주체는 다르다.

1588은 고객이, 080은 업체가 부담한다.

그러나 전국대표번호로 전화를 걸 경우 전화요금을 고객이 부담해야한다는 사실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안내하고 있는 회사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전국대표번호의 통화료는 수신자(업체)가 아닌 발신자(고객)에게 부과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민들도 많다.

주부 신모(45)씨는 "음식을 주문하거나 전자제품을 수리할 때 광고에 나온 대표번호로 걸어왔다"며 "업무상 쓰는 전화인 만큼 수신자가 요금을 부담하는 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50대 이상이나 수신자 부담전화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는 시민들은 꼼짝없이 대신 요금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업체들은 왜 수신자부담전화를 공개하는 것을 꺼릴까. 답은 전화비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국내 1위 전자회사 상담직원은 "수신자부담전화번호를 먼저 물어보지 않는 한 안내해주지 말라고 교육 받았다"면서 "하루 수십만건 상담전화가 들어오는데 모두 알려주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라고 귀띔했다

통신업체 관계자도 "수신자부담전화와 전국대표번호 모두 서비스 방식은 같다"면서 "기업이 부담을 덜기 위해 전국대표번호를 고른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누가 비용을 내는지 설명해주지 않는 것이 이익이다"고 전했다.

업체들은 고객들이 기억하기 좋도록 전국대표번호를 안내하는 모든 업계 트렌드(경향)를 따른 것이지 요금을 전가하겠다는 취지는 아니다고 펄쩍 뛰었다.

업체 관계자들은 수신자부담전화에 대해 알지 모르거나 언급 자체를 당혹스러워했다.

업체명을 밝히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수차례 문의를 한 뒤에야 동종 업체와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업체간 상호 문의를 했다고 했다.

A증권 관계자는 "전국대표번호가 외우기 쉬워 사용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증권업계, 타 업종 모두 고객이 자발적으로 하는 전화는 전국대표번호를 제공한다"면서 "수신자부담전화는 문자안내서비스 등을 거부하겠다고 하는 경우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홈페이지에 수신자부담전화가 고지돼 있지 않다는 지적에 "첫 화면(메인 화면)에는 나오지 않지만 세부 화면에는 나온다"면서 "비용을 전가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우리 회사는 비용이 부담스러울 만한 사이즈도 아니다"고 손사래를 쳤다.

B은행 관계자는 "전반적인 추세가 전국대표번호로 가는 추세다. 고객들도 고객센터 전화번호하면 15**을 먼저 떠올린다. 전 업계가 대동소이하다. 우리는 트렌드에 맞춰가고 있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는 업체들이 수신자부담전화 대신 전국대표전화를 앞세워 자사 업무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행한 통화요금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수익자 비용 부담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고객센터 등에 걸려오는 전화는 기업이 이윤추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의, 신청들인데 이는 기업이 부담하는게 법적, 제도적, 상식적으로 맞다"고 강조했다.

안 팀장은 "수년전 업체들이 수신자부담전화번호를 없애고 전국대표번호만 운용하다 문제가 돼 시정하라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그러자 수신자부담전화번호를 홍보하지 않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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