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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시장, 우면산 복구현장 점검

안상규 | 기사입력 2012/06/02 [11:33]

박원순시장, 우면산 복구현장 점검

안상규 | 입력 : 2012/06/02 [11:33]


박원순 서울시장은 1일 오전 수해복구 현장점검차 방문한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복구현장은 피해 주민의 성토와 공무원들의 논쟁이 이어졌다.

이날 오전 박 시장은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복구공사 현장점검에 나섰다.

우기를 앞두고 9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사방댐과 돌수로 등 복구공사 상황을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돌수로와 사방댐을 보면서 "녹화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수로가 휑해 보인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복구공사의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신동아아파트 앞 2공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도 복구공사에 대한 박 시장의 문제 제기는 계속됐다.

녹화사업 진행상황에 대한 설명을 듣던 박 시장은 "잔디를 심은 녹생토가 당장 이번 우기 때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광세 도시기반시설본부 시설국장은 "보통 파종을 하고 한 달 정도 지나면 뿌리를 내린다"며 "이번 우기 때 토사 유출 방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응이 없자 "경사지를 계단으로 조성하는 등 여름철 폭우에 대한 대비를 마쳤다"고 보충하는 등 연신 진땀을 뺐다.

이같은 설명에도 박 시장의 우려는 사그러들지 않았다.

산 정상에 있는 공군부대의 복구공사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걱정이 태산이었다.

시 관계자는 "공군부대 쪽의 공사도 15일을 전후해 끝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잘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시 내부에서도 논쟁이 빚어졌다. 진익철 서초구청장은 "2008년부터 시작된 서초터널 발파 공사가 산사태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며 박 시장에 서초터널 공사 현장 점검을 요청했다.

그러자 고인석 시설안전정책관은 "터널 발파 공사의 진동이 산사태에 영향을 준다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터널공사 진동과 산사태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받아쳤다.

피해지역 주민들은 복구현장 곳곳을 누비며 산사태에 대한 서울시의 대응과 복구공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문연상 방배3동 비상대책위원장은 "한국의 학연문화 때문에 제대로 된 검토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해외석학들을 초빙해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원마을의 한 주민은 "지난해 2월부터 배수구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했는데 구청에서 해결하지 않아 산사태가 발생한 것"이라며 "그런데도 자연재해라며 피해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시청에도 찾아갔지만 시장을 만날 수 없어 여기까지 찾아왔다"고 성토했다.

사고현장에서 남편을 잃은 한 시민은 박 시장을 찾아와 "피해자가 서초구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당해왔다"며 "피해주민을 보듬어주면서 복구공사를 진행해달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복구지역의 경사가 너무 가파르다"며 "돌수로와 사방댐을 볼 때마다 지난해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보상에 대해 "무조건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산사태로부터 입은 상처를 치료해달라는 것"이라며 "아이들은 아직도 비만 오면 책상 밑에 숨는다.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주민들의 시름은 깊었지만 박 시장은 원론적인 답변만을 반복했다.

그는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최선을 다해 공사를 진행해왔다"며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문제점이 있으면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비해 나가겠다"고 재차 말했다.

"주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숲 거버넌스' 같은 기구를 만들도록 하겠다"는 선언은 확신 없는 대응책으로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현장을 지켜본 한강시민위원회 부위원장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도시가 팽창돼 위험지역에 살다 보니 산사태의 피해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도시계획을 세울 때 재난에 대한 대비와 피해 최소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해 7월27일 오전에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로 피해를 당한 지역은 전체 429㏊ 중 69㏊. 이 지역은 1~4공구로 나뉘어 복구공사가 진행됐다.

시에서 1~3공구를, 서초구에서 4공구를 맡았다.

시가 맡은 1~3공구는 복구공사가 98~99% 완료됐지만 서초구에서 맡은 4공구의 복구공사는 공정률이 90%에 그치고 있다.

특히 덕우암 지역은 78%밖에 진행되지 않아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박 시장은 "서초구가 맡은 부분의 복구공사 진행을 앞당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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