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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실의 소설집 『죽음의 시』 출간: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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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실의 소설집 『죽음의 시』 출간

이상실의 소설집 『죽음의 시』 출간     “로봇화된 현실과 시”

강민숙 | 기사입력 2024/01/04 [17:27]

이상실의 소설집 『죽음의 시』 출간

이상실의 소설집 『죽음의 시』 출간     “로봇화된 현실과 시”

강민숙 | 입력 : 2024/01/04 [17:27]




 이상실의 소설집 죽음의 시출간

 

 이상실의 새 소설집 도서출판 삶창에서 죽음의 시가 출간됐다. 8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된 이번 소설집에는 우리가 사는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담겨 있다. 대체로 궁핍의 결과로서의 모습들인데 이것은 작가 이상실이 견지하고 있는 작가적 관점이기도 하다. 먼저 표제작인 죽음의 시는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이야기다. 오늘날 비대면의 삶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바로 이 작품에서 그려진 물류센터와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 그리고 자동화된 물류센터의 SF적 노동 환경이다. 이 자동화의 결과가 소비자에게는 편의를 제공할지 모르지만 노동자들은 자동화의 하찮은 부품이 되어가고 있음을 작가는 날카롭게 파헤치고 있다.

 

 소설집 죽음의 시는 몰입감을 높이며 단숨에 읽게 하는 마력이 있다. 이야기는 탁월한 묘사와 속도감 넘치는 문장으로 흥미롭게 전개된다. 이야깃거리는 가볍지 않다. 작품의 서술자는 깊고 넓고 예리한 눈으로 역사와 사회를 천착한다. 작품을 통한 진단은 통렬하여 어느 작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겠다.

작품집에 수록된 소설 속 인물들은 남태평양 센토사에서 블라캉 마티의 언덕을 오르거나 감옥 같은 공간에서 세상을 바라본다. 눈 내린 마을의 하우스와 반 지하를 회상하는가 하면, 환각에 휩싸여 도시의 거리와 섬을 오간다.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 이웃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이웃이 겪은 이야기나 다름없다. 묵직한 주제로 밀도를 높인 이 소설집은 진정한 리얼리스트의 글을 맛보기에 충분하다.(윤정모 소설가·한국작가회의 이사장)

 

사실 소설에서 종기를 질책하는 관리 사원도 자신의 언어로 작업을 지시한다기보다는 기계의 한 부품처럼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러고 보면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자동화된 물류센터에서 부품화된 존재들이다. 물론 과잉 노동으로 인해 죽임을 당해야 하는 존재는 구윤재 같은 밑바닥 노동자다. 일종의 의식화된 노동자였던 구윤재를 죽게 한 것도 예삿일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죽음의 시를 통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현실은 섬뜩하다는 느낌을 준다. 죽음의 시시인과 소녀는 내용은 다르지만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함께 읽어야 하는데, 특기할 것은 작가가 이러한 노동 현실의 치유제 혹은 극복을 위한 상징으로 를 배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과 예술의 만남

 

 하지만 사진 밖으로 뜬 가족에서 확인할 수 있듯, 예술의 힘은 미약하고 도리어 현실적인 삶을 훼방하기도 한다. 물론 사진 밖으로 뜬 가족의 예술, 즉 구체적인 삶과 괴리된 예술과 죽음의 시시인과 소녀에서 보여주는 예술은 작품의 분위기와 결말에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작가가 이 소설들에서 자신의 예술론을 다루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작품들에서 예술이 상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예술 작품은 아니지만 마지막 동창회에서 등장하는 볼레 모양의 머리핀위안부로 끌려갔던 유하와 남주의 삶을 이어주는 상징으로 빛난다. 마지막 동창회는 죽은 유하에게 지내는 제사로 마무리되지만,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남주가 볼레머리핀을 안주머니에 넣었다.” “볼레머리핀은 유하와 남주를 이어주는 상징물이면서 그것이 영미, 유하, 남주가 살던 고향에서 부르던 보리수의 사투리라는 점, 그것을 본뜬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결국 유하를 기억하게 해주는 것도 일종의 예술의 일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독법은 계양산기를 읽을 때도 적용 가능하다. 계양산기의 골자가 되는 내용이 글쓰기에 관한 것이라는 것, 그것을 위해서 소설 임꺽정의 내용을 과감히 차용하는 것도 결국 작가가 이야기와 서사를 앞세우지만 언제나 예술에 대해 예민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 작품에서는 임꺽정의 일부 내용을 차용했지만 어쨌든 마치 두 편의 소설을 겹쳐놓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방식은 환각의 도시, 그리고 섬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이 액자 구조 자체가 낯설고 새로운 방식은 아니지만 계양산기가 글쓰기에 대한 작품이라는 것, 환각의 도시, 그리고 섬이 작중 화자의 잃어버린 소설 원고를 되찾아 다시 읽는 구조를 갖는 점은 작가 이상실의 글쓰기에 대한 마음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상실의 특징은 예술에 대한 이러한 인식과 마음이 세칭 예술가 소설로 흐르는 게 아니라 죽음의 시시인과 소녀에서처럼 예술을 적극적으로 현실에 개입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소설집 죽음의 시전체에 팽팽한 긴장감과 밀도를 더해준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상실 작가

 이상실 저자는 1964년 전남 완도군 생일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다. 이후 부산으로 갔다. 충무동 소재 약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이십 대 중반까지 살았다. 서울에서도 몇 년 거주하다 인천에 정착했다. 2005문학과 의식신인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소설집 월운리 사람들』 『콜트스트링의 겨울, 장편소설 미행의 그늘이 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로 활동 중이며, 인천작가회의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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