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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입주기업 "녹슨 기계에 피눈물"

이승재 | 기사입력 2013/07/23 [16:50]

개성공단입주기업 "녹슨 기계에 피눈물"

이승재 | 입력 : 2013/07/23 [16:50]


"기계고 뭐고 다 새빨갛게 녹슬었습니다. 모두 새로 사야 할 판입니다."

지난 18~19일 개성공단을 방문해 공장 내 기계·설비를 점검하고 온 소노코쿠진웨어의 김석철(67) 대표. 비록 2010년 화재로 공장 가동을 중단했지만, 수시로 공단을 방문해 설비 등을 점검해왔던 그였다. 그러나 개성공단 차단 이후 3개월여만에 찾은 공장은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녹만 슬었으면 다행이죠. 부식에 침수에 말도 아닙니다. 3개월 전만해도 멀쩡했던 기계들이 관리도 안되고, 비까지 계속 내리니 다 망가질 수 밖에 없죠. 주변의 다른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왠만하면 녹슬지 않는 금형마저 새빨갛게 변해버렸단다. 금형 한 벌에만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억에 달하는데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금형 종류만 수십개에 달합니다. 만약 보수를 한답시고 열처리를 하면 금형의 모양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제품의 용량도, 형태도 달라지게 되죠. 결국 새로 제작해야 한다는 얘기밖에 안되는데... 정말 답답합니다."

그가 개성공단에서 가져올 수 있었던 건 일부 제품에 불과했다. 자재를 뺄 수도 그렇다고 들고올 수도 없었다. 그럴 여력도 안됐지만, 무엇보다 '공단 재개'에 대한 희망 때문이었다.

"폐쇄보단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공단이 폐쇄되면 전재산이 날아가지만, 지금처럼 가동 재개 합의가 계속되면 피해가 있는 부분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회복되겠죠. 보수할 수 있는 부분은 진행하고 그럴 수 없는 부분은 또 대책을 마련하면 됩니다. 이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 더 끔찍합니다."

벌써 5차례 이어진 남북 실무회담의 진행과정이 답답하지만 기다릴 수 밖에 없지 않냐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구두'가 아닌 '서면'을 통해 재발 방지를 합의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선 재발방지에 대한 서면 합의를 진행한 후 공단부터 가동시켜야 하지 않겠냐"며 "이후 신변 보호 등 나머지 사항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도 늦지 않다"고 촉구했다.

그는 "한꺼번에 모든걸 해결하려다 보니 자꾸 시기가 늦어지는 것 같다"며 "하루 속히 공단이 재가동 되길 바라는 입주업체들의 마음을 헤아려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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