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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의 역설, 빙하가 녹으니 별게 다 드러나네.

특히 알프스빙하의 해빙(解氷) 속도가 빨라 수천 년 전 사체 및 유물까지 나와
5300년 된 미라부터 로마시대 가죽끈, 2차세계대전 당시 실종자, 경비행기 등
수만 년 된 얼음 속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튀어나와 어떤 영향 미칠지 큰 의문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2/11/08 [23:11]

지구온난화의 역설, 빙하가 녹으니 별게 다 드러나네.

특히 알프스빙하의 해빙(解氷) 속도가 빨라 수천 년 전 사체 및 유물까지 나와
5300년 된 미라부터 로마시대 가죽끈, 2차세계대전 당시 실종자, 경비행기 등
수만 년 된 얼음 속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튀어나와 어떤 영향 미칠지 큰 의문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2/11/08 [23:11]

45억 년 지구 역사는 크게 땅에 흔적이 남아 있는 역사, 즉 지질시대로 구분되는데 우리는 지금 신생대 제4에 살고 있다. 이 시기는 대략 200만 년 전부터 시작되어 지구 고위도 지방을 중심으로 빙하가 발달한 빙기(氷期)와 상대적으로 따뜻해진 간빙기(間氷期)4~5회 반복되었고 약 13천여 년 전까지 마지막 빙하기가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빙하기 이후 지금의 시대를 후빙기(後氷期)라고 부른다. 다음 빙하기가 올지 안 올지를 알 수 없어서 간빙기라고 부르지 못하고 후빙기라고 하는 것이다.

 

이렇듯 지구는 23.5도의 기울기와 태양을 도는 공전, 그리고 스스로 도는 자전 등의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하여 추웠다, 따뜻했다, 더웠다를 반복하며 그 일생을 이어왔는데, 지금은 빙하기 이후의 따뜻한 후빙기인데다가 인류가 배출하는 탄소로 인한 온실효과까지 더해져 이른바 지구온난화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린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위험은 얼음이 녹는다는 것이고, 얼음이 녹는 속도에 따라 해안지대와 내륙 저지대는 결국 물에 잠겨 인류 삶의 터전이 점차 물속에 가라앉을 위험에 처해 있는 게 현재 상황이다.

 

지구 곳곳의 빙하가 인류의 위기를 초래할 정도로 빨리 녹고 있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빙하가 녹으면서 그 적나라(赤裸裸)한 얼음 밑 속살이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면서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한껏 일깨우고 있어 지구온난화의 역설이 자못 흥미를 돋운다.

▲ 지난 9월 스위스 포클빙하에서 발견된 가죽끈. 2천여 년 전 로마시대의 허리띠로 추정됐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은 1.2도 가까이 올랐는데, 이 정도로도 지구는 기후변화의 후유증으로 매우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 목표를 2도 이하로 설정했으나, 이 목표는 지켜지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어서 지구온난화의 위기는 갈수록 심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는 얼음이 녹으면서 얼음 속에 감춰져 있던 과거가 드러나는 일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스위스 포클(Forcle) 빙하에서 2천여 년 전 로마 시대에 가공된 것으로 보이는 가죽끈과 나무 막대 등이 발견됐다. 아직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이 안 돼 얼마나 오래된 것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가죽끈은 허리띠로 사용되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포글빙하에서는 도 2500년 된 나무조각상, 16세기 군인의 것으로 보이는 권총과 옷, 3500년 된 가죽 신발 등 다양한 유물들이 발견됐다.

 

또 지난해에는 이탈리아 스콜루초산 빙하에서 1차세계대전 당시 오스트리아 군인들의 탄약, , 담배파이프, 음식물캔 등이 발견됐다. 특히 과학자들은 여기에서 함께 발견된 씨앗을 땅에 심어 꽃을 피워내기도 했다

▲ 1968년 스위스 알프스 빙하에 추락해 눈 속에 파묻힌 뒤 결국 얼음 깊숙이 갇혔다가 올해 7월 빙하가 급격히 녹으면서 모습을 드러낸 경비행기 잔해. <출처 Rebecca Gresch 등>    

 지구 여러 곳의 극지(極地) 가운데에서도 빙하가 녹는 속도가 가장 빠른 알프스산맥에서는 특히 올여름 유럽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인해 빙하가 급격히 녹아내리면서 사람의 사체나 생활 도구 등은 물론 경비행기의 추락 잔해까지 드러나 빙하 해빙(解氷)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올여름 알프스의 빙하가 등반객들을 위협할 정도로 빠르게 녹아내리자 스위스 당국은 할 수 없이 기존의 관광루트를 폐쇄하고 새로운 관광루트를 제시하였는데, 지난 7월 산악가이드가 새로 바뀐 관광루트를 답사하다가 이 경비행기의 잔해를 발견한 것이다.

 

당국의 조사 결과, 이 경비행기는 1968630일 스위스 취리히 출신의 교사 부부와 아들을 태우고 빙하 위를 비행하다가 추락하였었다. 시신은 곧바로 수습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비행기 잔해를 수습하는 기술이 부족해 그대로 방치하였다가 결국은 계속 쏟아지는 눈 속에 파묻혔고 시간이 흐를수록 빙하 얼음 속에 더 깊이 숨겨진 것이다.

▲ 2차세계대전 당시 알프스빙하에서 실종되었다가 빙하가 녹으면서 75년 만에 발견된 스위스 부부의 유품들. 배낭과 구두, 유리병 등이 거의 온전한 형태로 얼음 밖으로 나왔다.    

 지난 20177월에는 스위스 남서부 알프스 빙하에서 꽁꽁 언 사체 2구가 발견되었다. 이 사체는 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28월 실종된 마르슬렝 뒤불렝 부부의 것으로 확인됐다. 소를 키우던 이들 부부는 해발 2600m 지점 일대에서 실종되었는데, 일곱 자녀와 이웃들이 아무리 찾아도 흔적을 찾지 못하다가 75년 만에 빙하가 녹으면서 그 자취가 드러난 것이다. 이들 부부는 아마도 빙하 크레바스에 빠졌던 것으로 추정됐다.

 

이보다 앞선 19919월에는 알프스산맥 외치계곡 빙하지대에서 얼음 위로 상반신이 드러난 사람 사체가 거의 온전한 냉동 미라 형태로 발견되어 고인류학계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미라의 뼈와 근육에서 DNA를 뽑아 분석한 결과 5300년 전의 또는 청동기시대 사람으로 밝혀졌다. 이 냉동인간 주변에서는 구리도끼및 화살, 칼 등 수렵도구와 염소가죽 주머니 등이 발견

 한편, 히말라야산맥 정상이자 지구상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로 가는 길은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곳인데 네팔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300여 명의 등반가들이 목숨을 잃었으나 수습되지 못하고 얼음 속에 묻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히말라야 빙하 역시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들의 사체가 하나씩 둘씩 더 빈번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한다. 뉴질랜드의 등반가 에드먼드 힐러리경이 1953529일 인류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지 70년 가까이 되었으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희생자들이 생겼을지는 쉽게 짐작할 만하다.

▲ 지구 최고봉 히말라야산맥 에베레스트로 가는 등반객의 행렬과 에베레스트 길에서 사망한 사람들.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 해빙(解氷)은 드디어 인류가 지금껏 만난 적조차 없던 고대 미생물까지 깨어나게 하고 있어 앞으로 인류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연구자들의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국제미생물학계에 따르면 최근까지 티베트고원의 빙하 지점 21곳에서 얼음 샘플을 채취해 관측한 결과 968종의 미생물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특히 이 가운데 98%는 인류가 이제껏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종이어서 나중에 지구상에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지금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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