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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대신 비 내리는 날이 많아지는 히말라야산맥: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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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대신 비 내리는 날이 많아지는 히말라야산맥

‘세계 3대극지’이면서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에도 갈수록 자주 비가 내린다.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기상측정 결과 올여름 강수량 75%가 빗물 
지구온난화 탓에 고산지대 ‘0도 등온선’이 점차 높은 곳으로 후퇴하는 결과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9/12 [20:07]

눈 대신 비 내리는 날이 많아지는 히말라야산맥

‘세계 3대극지’이면서 ‘세계의 지붕’인 히말라야에도 갈수록 자주 비가 내린다. 
세계최고봉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기상측정 결과 올여름 강수량 75%가 빗물 
지구온난화 탓에 고산지대 ‘0도 등온선’이 점차 높은 곳으로 후퇴하는 결과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3/09/12 [20:07]

 남극 및 북극과 함께 세계 3대 극지(極地)’라고도 하고, ‘세계의 지붕또는 지구의 얼음 창고라고도 하는 히말라야산맥 고지대에 눈 대신 비 오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곧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온난화의 암울한 현실을 극명하게 입증하는 것이다.

 

남극-북극에 이어 지구상에서 3번째로 많은 빙설(氷雪), 즉 얼음과 눈을 수천, 수만 년 동안 간직해온 히말라야 고산지대에 눈 대신 비가 많이 내리게 되면 얼음과 눈이 녹는 속도가 그만큼 빨라져 계곡물이 불어나고 결국은 산사태와 저지대 홍수를 일으키게 된다. 걷잡을 수 없는 자연재해가 심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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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 내리는 히말라야의 상상도. 전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을 비롯해 8천m 이상 고봉 14좌(座)가 있는 ‘세계의 지붕’ 히말아야산맥 일대도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현상을 피해갈 수 없어 눈 오는 날이 줄어들고 비 오는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히말라야 고지대에 내리는 비는 눈과 얼음을 녹여 산사태와 저지대 대홍수를 일으키곤 한다. <미국 국립연구소 Berkeley Lab 제공>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NBL)와 미시간대학 등 미국 합동 연구진은 세계적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최근호에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히말라야산맥 일대에서는 특히 여름철에 아주 높은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강설량보다 강우량이 더 많다는 얘기이다. 지구온난화가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 BBC 방송을 통해 전세계에 전파돼 뜻있는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연구진은 전 세계 산악지역의 강우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해발 8848m로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산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강설량()과 강우량()을 측정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인 만큼, 연구진은 해발 5364m의 정상 남쪽 네팔 베이스캠프에 기상관측소를 차리고 실제 측정 작업을 했다. (정상 북쪽 베이스캠프는 해발 5150m의 중국 지역)

 

올해 61일부터 810일까지 71일 동안 베이스캠프의 강수량은 245.5였는데, 이 가운데 무려 75%가 빗물, 즉 강우량이었다. 나머지는 비와 눈이 섞인 진눈깨비이거나 눈이 내린 경우였다. 지난해 6~9월 집계된 강수량에서는 강우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32%에 불과했다. 2021년과 2020년 비슷한 기간에도 그 비율은 각각 43%, 41%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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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히말라야산맥(Greater Himalaya) 8천m 이상 고봉 14좌(座)의 분포도. 우하쪽 9좌 고봉들의 분포지역이 본래의 히말라야산맥이고, 좌상쪽 5좌 고봉 지역이 카라코룸산맥이다 전 세계 7대륙에서 8천m 이상 고봉은 ‘대히말라야’ 지역에만 자리하고 있어 이곳이 명실상부한 ‘세계의 지붕’임을 실감할 수 있다.    

 히말라야산맥을 맞대고 있는 인도 북부 지역 우타라칸드주의 기상청장 비크람 싱은 이 같은 연구 결과와 관련해 BBC 방송에 나와 우타라칸드주 산간 지역에서는 강설 빈도가 확실히 감소하고 강우 빈도가 늘어났다면서 산악지역일지라도 고도가 낮을수록 몬순(우기) 때에 폭우가 쏟아지는 일이 잦아졌고, 홍수도 자주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에는 눈 녹은 물과 얼음 녹은 물이 강물을 이루었는데, 이제는 빗물이 모여 강을 이루는 형국이라고 촌평했다.

 

이번 네이처연구 결과 발표에 앞서 지난 2019년 유엔(UN)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특별보고서도 상대적으로 고도가 낮은 산악지역에서 지구온난화에 따라 강설량이 갈수록 적어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보고서의 저자 가운데 한 사람인 샤뮤엘 모린 프랑스국립기상연구센터 전무이사는 상대적으로 고도가 높은 산악지역일지라도 사계절 내내 비가 내리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고 밝혔었다.

 

이처럼 히말라야 일대에 비 내리는 날이 많아지는 것은 ‘0도 등온선(等溫線)’이 지구온난화 탓에 점점 더 높은 고도로 올라가고 있기 때문으로 설명된다. 비와 눈이 서로 바뀌는 지점인 ‘0도 등온선은 일기도에서 온도가 같은 지점을 죽 연결해 이은 선이다. 히말라야 산간 지역에서는 지구온난화가 전 세계 평균보다 3배가량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히말라야 강우량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라고 네이처연구 결과는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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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말라야는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높은 곳 에베레스트산(8848m)의 위용. 네팔과 중국 티베트의 경계 지역에 있다. 바로 뒤에 있는 봉우리는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로체산(8516m)이다. 에베레스트산의 정상에는 기상관측소를 설치, 운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여 연구진이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오랫동안 기상관측을 한 결과 눈 오는 날은 갈수록 줄어들고 비 오는 날이 그만큼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Google Earth)    

 네이처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평균 기온이 1상승할 때마다 바다와 내수면의 수증기 증발량은 15%가량 증가하는데, 이는 곧 강우량의 증가와 직결된다. 특히 습한 공기는 높은 산에 부딪힐 때 눈이나 비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눈 대신 비 오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이 연구팀의 옴바디박사는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고지대 산악지역이나 그 하류에 살고 있다면서 이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극단적 폭우 현상 증가의 직접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설량보다는 강우량의 증가가 홍수와 산사태 등 자연재해의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또 히말라야 지역 이외에도 지구 북반구 전반으로 고지대 지역의 1950~2019년 기후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거의 모든 산악지역에서 눈 대신 비가 내리는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히말라야 지역 외에 특히 북미 태평양 쪽 산악지대인 요세미티국립공원과 시에라네바다산맥, 캐나다~캘리포니아 해안산맥 등의 극단적 강우 현상 위험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지구온난화로 더 따뜻해진 북동태평양의 바닷물에서 올라온 수증기가 이들 바다 가까운 산악지역에 부딪혀 눈 대신 비로 쏟아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한편, 히말라야산맥은 세계의 지붕이라는 말 그대로 지구상 7개 대륙 그 어느 곳보다도 더 험하고, 더 높은 험산(險山) 준령(峻嶺)을 자랑한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비롯하여 8m 이상의 고봉만도 14개나 되는데, 지구상에서 8m가 넘는 산들은 오로지 여기 밖에 없다.

 

흔히 히말라야산맥이라고 하면 동쪽으로는 중국 윈난성과 미얀마로부터 서쪽의 네팔 및 인도 북부까지 장장 2,500가 넘는 산맥을 말한다. 여기에 서북쪽으로 더 나아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타지키스탄 및 중국 신장웨이얼지구를 아우르는 카라코람산맥을 더해 대()히말라야(Greater Himalaya)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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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 K2(8611m)의 장엄한 모습. 인도-파키스탄-중국의 영토 분쟁지역에 위치해 있다. 등반가들에게는 전 세계에서 등반하기에 가장 험난한 산으로 유명하다. 인도 북부에서 파키스탄 북동부 쪽으로 이어지는 카라코람산맥의 최고봉이기도 하다. 카라코람산맥과 파키스탄 북서부의 힌두쿠시산맥 일대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파키스탄은 지난해 여름 사상 최악의 홍수 재해를 입었다. <구글어스>    

 히말라야라는 말은 고대 인도 힌두교도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범어 梵語)을 뜻하는 히마’(hima)사는 곳을 뜻하는 알라야’(alaya)의 합성어로서 말 그대로 눈이 사는 곳을 일컫는다. 그러하니 남북극을 제외하고는 지구상에서 눈과 얼음이 가장 많다. 눈 없는 히말라야는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 즉 지구온난화로 인하여 히말라야의 눈과 얼음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따뜻한 날씨에 녹고, 눈 대신 내리는 비에 녹아 바위와 자갈투성이의 표층을 점차 드러내고 있다. ‘0도 등온선이 점점 산꼭대기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다. 협곡마다 장엄하게 미끄러져 내리던 빙하도 점점 뒤로 물러난다. 이른바 빙하후퇴’(氷河後退)의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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