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중문대 경영대, 중국 일대일로 따라 발전한 철도 인프라가 해상 운송 시장·지역 경제에 자극 준다는 연구 결과 발표
하상기 기자| 입력 : 2022/01/1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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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일대일로는 세계와 물리적인 연결망을 한층 더 강화하겠다는 중국의 야심을 담고 있다 일대일로가 세계적 물류에 굉장한 영향을 주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일대일로는 인접 국가에 광활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그램으로서 두 노선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하나는 실크로드 경제벨트로 알려진 육상 무역 길로, 중국에서 시작해 중앙아시아, 러시아,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진다. 다른 하나는 21세기 해양 실크 로드로 불리는 해상 무역 길로, 중국 동부 해안에서 시작해 인도, 남태평양을 거쳐 유럽으로 이어진다.
이 무역 길이 만들어지면 중국의 경제적 번영에 어마어마한 도움이 되리라는 데에는 대부분 이견이 없지만, 이에 관한 연구와 논의 등은 두 노선이 독자적으로 운영되리라는 전제 아래 이뤄져 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쪽 노선이 다른 노선에 굉장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연구 논문 ‘벨트와 로드의 경제적 연결성: 모델링과 정책적 함의’는 이를 전제로 삼아 두 가지 다른 교통편이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며 그걸 이용해 먼 시장에 물자를 수송하는 기업들이 어떤 이득을 볼지를 살폈다.
이번 연구는 홍콩중문대(CUHK) 경영대학교 결정학 및 관리경제학과에서 부교수, 교수로 각각 재직 중인 Andrew Yuen Chi-lok과 Cheung Waiman이 주도한 것으로, Laingo Randrianarisoa 케지 경영대학원 교수, Zhang Anming 브리티시컬럼비아대 교수, Yang Hangjun 대외경제무역대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했다.
Yuen 박사는 “과거에 사람들은 일대일로의 육상 길과 해상 길을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며 경제적으로도 무관하다고 여겼지만,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예를 들어, 중국과 유라시아 국가들을 연결하는 주요 철도 ‘뉴 유라시안 랜드 브리지’가 최근 몇 년간 중국 COSCO 등 해상 운송 기업들의 실적을 변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의 고속 철도망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항공이나 배를 이용하는 대신, 육로로 물자를 옮기려는 기업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연구진은 일대일로의 하나로 개발된 철도 인프라가 해운 시장에 미치는 중단기적 영향을 면밀히 검토했다.
◇철도 이용 장려금
연구진은 일대일로의 두 노선이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포착하기 위해 분석 모델을 개발했다. 가장 먼저 중국 정부가 철도 이용을 장려하려고 제공한 보조금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로 철도망이 빠르게 발전했지만, 아직은 해상 운송이 국가간 물자를 이동하는 중국 기업들의 주요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수요를 활성화하고자 철도 이용에 상당한 양의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2018년 중국 재정부는 중국에서 유럽으로 이동하는 철도 화물 수송 비용을 최대 50퍼센트까지 지원했다. 최근 들어서는 보조금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며, 2022년에 완전히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일대일로 초기에 중국 정부가 철도 사업자에게 제공한 높은 수준의 보조금이 (잇따른 글로벌 경제 위기와 해양 산업의 구조적 생산 과잉이 야기한) 해운 업계의 침체를 어느 정도 설명해준다는 것을 자신들의 모델로 증명했다. 업계의 침체는 해상 운임을 압박해 팬데믹 이전에는 해상 운임이 FEU (화물 컨테이너 표준 크기인 40피트 컨테이너)당 3000달러까지 떨어졌으나 이후 코로나19 봉쇄가 풀리고 세계 공급망이 재가동되면서 급격히 회복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부가 철도 이용을 장려하려고 지급하는 보조금이 해상 운임은 물론 해상 운송 수요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운송량의 증가로 철도 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과 기차역 통행료, 물자를 운송하는 기업이 가격과 속도에 얼마나 민감한지 등에 따라서도 달라졌다.
◇완전 경쟁 시장
연구진은 철도 보조금이 폐지됐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할지, 또 두 교통편의 화물 운송이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될지를 따져봤다. 연구 결과, 일대일로 인프라망을 이용하는 기업들은 선적 비용이 계속 낮게 유지될 경우 (일반적으로 더 저렴한 편인) 해상 운송을 선호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더 빠른 편인) 철도에 대한 수요는 운송 화물의 특징에 따라 달라진다. 노트북, 휴대폰, 자동차 부품, 가전제품, 부패하기 쉬운 제품 등 가격이 비싸고 시간에 민감한 상품을 운송할 때는 기업들이 철도를 더 선호할 것이다. 이런 상품을 수송할 때 기업들이 철로를 선호하는 것은 대체로 이런 상품들이 충칭이나 청두 같은 내륙 도시에서 제조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내륙 지역에 매장을 여는 것이 더 저렴하기도 한 데다 비교적 빠른 철도망을 이용하면 재고량을 적게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이 비싼 철도 운임을 상쇄한다. 연구 결과, 일대일로 인프라를 받아들이는 지역의 경우 철로가 신설되거나 개량되면 철로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고, 화물 지연 비용이 줄어들고, 경쟁의 결과로 공장을 드나드는 육상 수송 비용이 낮아진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런 이익의 규모는 철도나 항만 연결을 개선하는 데 들어가는 투자의 규모와 시간에 민감한 상품을 운송하는 화물 이용 기업의 비중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Cheung 교수는 “장기적으로 특정 지역의 철도 사업자가 동등한 조건에서 해운사와 경쟁할 수 있으면, 이 시스템은 인프라가 들어선 해당 지역에 긍정적인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경쟁이 벌어지면 운임이 낮아지기 때문에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이 이득을 보게 되고, 철도 인프라가 신설되면 기차역 인근에 있는 기업들이 육상 수송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 관리
마지막으로 연구진은 철도와 항만 시설이 동일한 주체에 의해 관리되는지, 아니면 별도로 관리되는지를 살펴 그 영향을 비교했다. 두 유형의 시설을 별도로 관리할 경우 철도와 항만 담당사가 서로의 경쟁사가 되기 때문에 시설 요금을 낮추는 경향을 나타낸다. 그 결과, 속도가 빠른 철도 서비스로 수요가 몰리게 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반면, 동일한 주체가 두 시설을 관리할 경우 시간에 민감한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가정 아래 물자를 수송하는 회사들이 대체적으로 더 큰 이득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가 보조금과 인프라 자금 조달을 관리하는 데 있어 정책 수립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한다. 대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정부는 철도와 해운 시장이 개선될 때까지 최소한의 철도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높은 수준의 보조금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는 두 교통편의 터미널 운용사가 서로 경쟁하도록 유도해 일대일로의 긍정적인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 철도 보조금이 대외 경제 환경과 연관된 만큼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는 철도 회사가 재정 지원에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다른 경제 부문의 시장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정책 수립자들은 시간이나 가격에 민감한 화물 이용 기업의 비중을 파악하고, 철도나 항만 네트워크를 개발할 때 그에 맞춰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 한쪽 부문의 생산 과잉 또는 과도한 보조금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연구진은 철도와 항만 시설을 공동 관리해야 화물 이용 기업이 더 많은 이득을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두 교통편이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도록 지방 및 중앙 정부가 긴밀히 협력할 것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