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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 앞둔 통진당 신구당권파, 막판 줄다리기 꼼수는?

안상규 | 기사입력 2012/09/06 [23:57]

결별 앞둔 통진당 신구당권파, 막판 줄다리기 꼼수는?

안상규 | 입력 : 2012/09/06 [23:57]


통합진보당을 떠나려는 신당권파와 붙잡으려는 구당권파가 각기 자신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꼼수 아닌 꼼수'를 부리면서 아름다운 이별을 기대하기는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떠나려는 신당권파

애초에 먼저 분당 행보를 시작한 쪽은 신당권파였다.

신당권파 소속인 강기갑 대표가 구당권파에게 5개월간 끌어온 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석기·김재연 의원 자진사퇴 ▲5·12중앙위원회 폭력 관련자 사과와 당직 사퇴 ▲구당권파 출신 당직자 자진사퇴 등 3가지 조건을 제시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자 결별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이후 신당권파 소속 당원들은 최근까지 전국 10개 지역에 있는 자파 소속 지방의회 비례대표 의원 10명을 "해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각 지역 당기위원회에 제소했다.

이어 중앙당기위원회는 제소건의 관할을 서울시당 당기위로 지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부분 신당권파 소속 위원들로 채워진 서울시당 당기위를 통해 10명에 대한 제명 징계를 성사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신당권파가 자파 소속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명하라는 내용의 '예상 밖의' 제소를 한 것은 분당이 임박한 상황에서 의원직을 유지한 채 당적을 이탈하기 위해서였다.

비례대표 의원의 경우 스스로 탈당하면 의원직을 잃게 되는 반면 당으로부터 제명을 당하면 무소속 의원으로 남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신당권파는 자파 소속 비례대표 국회의원인 정진후·김제남·박원석·서기호 의원의 경우도 해당 행위 명목으로 당기위에 제소해 제명시키기로 했다.
국회법에 따라 의원총회까지 거쳐 이들 4명을 무소속 의원으로 만든 뒤 지역구 의원인 심상정·노회찬·강동원 등 3명이 탈당하고 향후 이들 7명을 중심으로 신당을 창당한다는 로드맵이었다.

이같은 계획에 따라 서울시당 당기위는 이날 6시30분부터 회의를 열고 단숨에 정진후·김제남·박원석·서기호 의원과 광역 지방비례의원 2명, 기초 지방비례의원 10명에 대한 제명을 결정했다.

이후 절차도 신속하게 진행됐다.

신당권파 소속 국회의원 7인이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고 이를 접수한 강기갑 대표는 오는 7일 오후 2시 국회 본관 213호 의정지원관실에서 의원제명 안건을 다룰 의원총회를 개최하겠다고 공고했다.

이제 구당권파 소속 국회의원 6명(이석기·김재연·김선동·이상규·오병윤·김미희)의 의사와 상관없이 예고된 시간에 7명이 자리에 모여 정진후·김제남·박원석·서기호 의원의 제명에 찬성표를 던지기만 하면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분당작업이 마무리되는 셈이었다.

◇붙잡으려는 구당권파

그러나 분당을 반대해온 구당권파도 넋 놓고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그동안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결사반대함으로써 사실상 분당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돼 온 마당에 구당권파로서는 마지막까지 자신들은 분당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한국 정당사와 진보정치사에 남길 필요가 있었다.

구당권파 소속 중앙위원들은 강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8시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앙위원회를 열고 분당을 저지하기 위한 당규 개정 작업을 차례로 밟아나갔다.
먼저 의원총회 의결 정족수와 관련해 '국회의원 제명은 소속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는 내용의 조항을 당규에 새로 넣었다.

의원총회에서 과반수가 찬성할 경우 제명토록 한 현행 당규를 고침으로써 정진후·김제남·박원석·서기호 의원의 제명을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구당권파는 의원총회 소집 요건도 강화했다.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원내대표가 소집한다'는 규정을 '최초의 원내대표 선출 및 원내대표 궐위 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로 의원총회 소집권자를 지명할 수 있다'고 고쳤다.

소속 의원 13명 중 7명인 신당권파가 그들의 뜻대로 의원총회를 소집할 수 없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신당권파가 독자적으로 의원총회를 열 수 없게 해 정진후·김제남·박원석·서기호 의원 제명안을 상정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구당권파는 원내대표 선출 시 전자회의나 전자투표 방식으로 선출할 수 없도록 해 신당권파가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를 열 경우 현장에서 물리력으로 저지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당대회 의장단을 선출할 때 중앙위원회 재적 인원 2분의 1 이상의 찬성으로 뽑을 수 있도록 해 중앙위 과반수를 차지한 구당권파가 의장단을 차지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위 의결 유효 여부 논란 여지 남아…그래도 신당권파 분당 강행 가능성 높아

그러나 이번 중앙위의 효력에 대한 논란 탓에 구당권파가 고친 당규가 그대로 적용될 지는 미지수다.
중앙위 개최에 앞서 신당권파 소속인 강기갑 대표가 '일부 중앙위원들의 중앙위 추진에 대한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중앙위 개최에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성명서에서 "당헌 당규에 따라 중앙위원회 의장은 당 대표이며 중앙위원회 의장인 당대표의 소집과 공고가 없는 중앙위원회 개최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따라서 일부 중앙위원들이 임의로 당원 게시판을 통해 3차 중앙위원회 개최를 공지하고 중앙위원회를 열고자 하는 것은 원천 무효임을 확인한다"고 확인하기까지 했다.

강 대표의 이같은 논리에 구당권파 역시 논리로 대응했다.

구당권파는 이날 중앙위 회의장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를 불러 자문을 구했고 그 결과 이날 중앙위가 유효하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최초의 중앙위 소집 요구가 있은 후 15일간 강기갑 대표가 소집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므로 재적 중앙위원 과반수가 모여 성원이 되면 합법적인 중앙위가 성사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답변이었다.

이처럼 양측이 마지막 이별의 순간까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극적인 화해의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나아가 7일 오후 2시를 전후해 양측간 물리적 충돌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황이다. 단식 중인 강 대표를 사이에 두고 신구당권파가 몸싸움을 벌이는 블랙코미디가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과 소금까지 거부하는 단수단염 단식 탓에 강기갑 대표의 건강이 점차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통합진보당 역시 그 수명을 다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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