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방귀 뀌고 트림하면 세금 내야 한다.

축산강국 덴마크, 지구온난화 ‘주범’ 소·돼지에 ‘방귀세’ 매겨 온실가스 줄인다.
소의 방귀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80배나 강한 온실가스
세계 최초 에스토니아와 덴마크에 이어 뉴질랜드·아일랜드 본격 시행 작업 중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4/07/16 [10:30]

방귀 뀌고 트림하면 세금 내야 한다.

축산강국 덴마크, 지구온난화 ‘주범’ 소·돼지에 ‘방귀세’ 매겨 온실가스 줄인다.
소의 방귀에서 배출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무려 80배나 강한 온실가스
세계 최초 에스토니아와 덴마크에 이어 뉴질랜드·아일랜드 본격 시행 작업 중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4/07/16 [10:30]

방귀 뀌고 트림하면 세금 내야 한다. 이른바 방귀세트림세이다. 인류가 개별적 소규모 단위 수렵 생활에서 벗어나 언제부턴가 정착하여 집단화하고, 세력화하면서부터 세금이라는 괴물은 그야말로 사람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사람 하나하나를 끝까지 쫓아다닌다. 그리하여 이 세상에는 듣도 보도 못한 별의별 세금이 억지로 지울 수 없는 그림자처럼 존재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방귀세트림세는 인류 역사상 아주 최근에서야 처음 도입된, 별나고 별난 세금임이 분명하다.

본문이미지

▲ 그야말로, 말 그대로 목가적(牧歌的)인 덴마크 젖소 목장 풍경. 푸른 하늘 흰 구름 아래 야생초 흐드러진 풀밭에서 먹고, 쉬고, 졸고, 노니는 젖소 떼의 모습은 고즈넉한 평화로움 그 자체이다. 그런데 이들 젖소들에게 최근 사람들이 아주 우스꽝스러운 도전장을 내밀었다. 풀을 먹은 뒤 소화시키면서 방귀를 뀌고, 트림을 하여 메탄가스등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지구온난화에 책임이 있으니 탄소세, 즉 ‘방귀세’를 내라는 것이다. 물론, 젖소들은 돈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그 세금은 당연히 목장주들의 몫이다. <사진 : Pixabay>    

 그런데 그 세금은 사람의 방귀나 트림에 부과되는 게 아니라 소·돼지·양 등 사람을 먹여 살리는 가축들의 방귀와 트림에 매겨지는 것이어서 더욱 별나다. 어찌 보면 그게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인가 하고, 실소(失笑)를 자아내게도 한다. 그런데도 그런 세금은 이미 현실로 등장하였고, 앞으로는 지구 전체의 각 나라에 유행처럼 번질 태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천만다행인 것은, 그런 세금이 사람에게 매기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사람에게 방귀세트림세가 매기어진다면 아마도 어디에선가 몇몇 나라에서는 폭동이나 혁명을 촉발할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귀세또는 트림세의 징수 원인 제공자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키우는 소 돼지 양 등 풀을 뜯어 먹는 초식동물 가축들이고, 그런 세금의 납부 의무자는 이들 가축을 키우는 목축업자 사람들이다.

 

20246월 하순 북유럽의 축산강국 덴마크에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세금 징수 문제를 둘러싸고 이상야릇한 파문이 일어 전() 지구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키우는 소 돼지 양 등 초식동물 가축 목장의 주인들에게 이른바 방귀세를 물리는 것이었다. 정확하게 짚으면 온실 기체 배출세, ‘탄소세이다

본문이미지

▲ 젖소는 억울하다. 사람에게 우유와 치즈와 버터를 제공하여 먹여 살리고 가죽을 나누어 주어 추위를 면하게까지 아낌없이 베풀어 주는데도 불구하고 방귀 뀐다고 구박하고, 트림한다고 면박한다. 풀을 먹은 뒤 더욱 잘 소화시켜 우유를 더 만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해야만 되는 되새김질에서 메탄가스(CH4)가 나와 온실가스가 되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시킨다고 타박한다. 젖소는 사람들을 위해 끊임없이 우유를 만들어 내야 하므로 육우(肉牛)에 비해 풀을 더 먹을 수밖에 없어 방귀와 트림도 배기량이 그만큼 더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젖소의 방귀와 트림에 사람들이 세금을 매긴다고 하니, 어쨌든 젖소는 억울하다. <삽화 : shutterstock>    

 풀어서 설명하자면, 소 돼지 양 등이 풀을 뜯어 먹거나 사료를 먹고 소화시키는 과정에서 방귀를 뀌거나 트림을 하고 분뇨를 배출하면 메탄(또는 메테인. mathane)가스(CH4)와 이산화탄소(C02) 등 이른바 온실기체(온실가스)가 공기 중으로 배출되어 지구 대기의 온실효과를 일으키면서 기온을 높이게 된다. 가축에게서 나오는 온실기체는 결국은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되어 기후변화라는 지구 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니, 이에 대한 예방책과 대응책의 수단으로 가축 주인들이 방귀세즉 탄소세를 내라는 것이다.

 

가축의 방귀와 트림에는 온실기체의 핵심인 탄소(C) 원자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탄소 원자 하나에 수소(H) 원자 네 개가 결합된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CO2)보다 80배 가량이나 높은 지구온난화효과를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가축의 방귀와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폐해가 막심하다는 것이다. 젖소 한 마리가 하루에 방출하는 메탄은 약 280리터로 자동차 1대가 평균적으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와 비슷하다고 한다. 덴마크는 북유럽 국가 중 가축으로 인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다.

 

지구를 덥히는 데에 메탄가스가 이렇게 위험한데도 아직까지 지구 환경이 그럭저럭 버티고 있는 것은 지구 온실가스 중에 메탄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로서는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오늘날 지구 온도를 높이는 대기의 요인으로는 수중기(H20)72%로 가장 크고, 그 다음이 이산화탄소(H20) 9%이며 그다음이 메탄가스 4% 등이다. 메탄이 이산화탄소에 비해 80배나 위험하므로, 그 비율이 약간만 늘어나도 지구 온도 폭증 가능성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가축 방귀세가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증기는 거의 대부분이 바다와 강에서 생기므로, 인간 활동으로 인한 발생 비율은 미미하다.

본문이미지

▲ 덴마크의 돼지들은 웬만한 나라들의 돼지들에 비해 훨씬 행복하다. 대부분 나라들의 돼지들이 발 디딜 틈조차 없는 비좁은 우리에서 다닥다닥 붙어 오로지 먹고 살찌우는 데에만 열중하는 데에 비해 덴마크의 돼지들은 넓고 푸른 풀밭에서 마음껏 뛰놀며 성장하고 번식한다. 국토의 대부분이 풀이 잘 자라는 평지여서 돼지들에게 주어지는 공간이 그만큼 넉넉한 것이다. 그러나 돼지들은 그 까닭을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이 돼지들에게 방귀 뀌는 만큼 세금을 내라고 한다. 방귀 속에 있는 어떤 가스가 지구 기온을 높여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것이다. 한 배에 무려 스무 마리의 새끼를 낳은 어미 돼지가 어떤 사람의 카메라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사진 : 한돈뉴스>    

 이런 맥락 속에서 실제로 덴마크 정부는 지난 626탄소세’(방귀세) 도입 문제에 대하여 농업, 산업, 환경 단체 등과 협상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덴마크 정부는 2030년부터 소와 양, 돼지 등을 키우는 축산농가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및 메탄가스 등 온실기체 1t300크로네(6만 원)의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리고 2035년부터는 부과 세금을 1t750크로네(15만 원)로 인상할 예정이다. 다만 기본 원칙을 세워놓되 축산농가의 부담을 고려해 실제로는 60%가량의 각종 세금 공제 혜택을 적용하여 2030년 기준 이산화탄소 1t120크로네(24천 원), 2035년 기준 300크로네의 세금이 부과될 것이라고 한다.

 

덴마크의 이 같은 방귀세도입 시행은 에스토니아에 이어 세계 2번째의 획기적인 일이다. 북유럽 발트해 연안의 소국 에스토니아는 2009년부터 가축에 방귀세을 도입한다고 발표했으나 나라 전체의 축산업 규모가 워낙 작아 그 효과가 미미한데다, 아직까지 유야무야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토니아는 국토면적이 45로서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절반이 되지 않을 정도로 국토가 좁은데다 인구수도 132만 명가량에 불과해 축산업의 규모가 아주 작다.

 

반면에 덴마크는 국토면적은 42로 에스토니아와 비슷하지만 인구가 564만 명으로 훨씬 많은데다 국토 대부분이 평탄한 토지로 구성되어 있어 전체 면적의 약60% 가량이 축산업이 가능한 농경지이고, 세계적 축산강국이어서 이번에 도입한 방귀세의 파급효과가 여러 나라에 강력하게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덴마크의 돼지고기 수출액은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베이컨과 햄 등 돼지고기 가공식품의 수츨도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유 치즈 버터 등 낙농업도 세계 굴지의 수준이다. 이에 따라 북유럽 국가 중 가장 많은 축산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방귀세도입의 맨 앞자리에 서게 되었다

본문이미지

▲ 덴마크 토르스하운 지방 푸른 목장의 양떼 모습. 양은 소와 함께 대표적인 반추(反芻)동물이다. 한번 삼킨 먹이를 한가로울 때 다시 게워 내어 자근자근 잘게 씹어 다시 먹는 되새김질로 소화력을 높인다. 되새김질하는 먹이가 무려 4개의 위를 거쳐 장으로 내려가면서 메탄가스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온난화를 촉발한다고 한다. 그러하니, 그 대가로 세금 즉, ‘온실가스 배출세’를 내라는 것이다. 그러나 양들은 그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알지 못해 그저 침묵할 뿐이다. 사람 세상은 가축 ‘방귀세’ 문제로 시끄러워지는데, 그들에게는 ‘양들의 침묵’이 흐른다. <사진 : Freepik romeo22>    

 덴마크 이외에 세계적 축산 강국인 뉴질랜드와 아일랜드 등도 탄소세 도입을 검토했지만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어 막판에 주춤거리고 있다. ‘방귀세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유럽연합(EU) 역시 지난 6월 의회 선거를 앞두고 농민들의 반대가 심해져 가축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흔들거리고 있다. 그러나 이 분야 전문가들은 방귀세의 도입은 점차 전 세계적으로 일반화되어 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