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이수인 극본 연출의 ‘해피 투게더’를 관람했다.
연출가 이수인은 경남 밀양출신으로 서울대학교 사회대 지리학과 출신(91학번)으로 극단 한강, 극단 오늘 대표 역임했고, 現 떼아뜨르 봄날 대표이자 작가 겸 영화감독, 연극연출가다.
2004년 장편영화 ‘고독이 몸부림칠 때’를 각본 감독하고, 2006년 ‘떼아뜨르 봄날’ 명칭으로 창단. 대표 및 상임연출을 맡는다.
2006년 6월-8월, 창단공연으로 ‘그녀가 돌아왔다’ 연출, 2008년 2월 - 4월, ‘페드라-오래된 염문’ 2008년 10월-11월, ‘그녀가 돌아왔다’, 2008년 12월, 음악극 ‘클럽 명월관’ 연출, 2009년 ‘페드라 스캔들’ 각색, 2009년 12월, ‘맥베스’ 연출, 2010년 4월, ‘발코니’ 각색, 연출, 2010년 9월, ‘전에도 그랬어’ 연출, 2011년 2월, ‘낭만비극 오이디푸스’ 각색, 연출, 2011년 5월, ‘낭만비극 오이디푸스’ 각색, 연출, 2011년 10월-11월, ‘노부인의 방문’ 각색, 연출, 2012년 5월 ‘왕과 나’ 작, 연출, 2013년 7월 ‘왕과 나’ 작, 연출, 2013년 12월 ‘해피투게더’ 작, 연출, 2015년 2월 ‘메데아’ 각색, 연출, 2015년 4,5월 ‘그리스의 연인들’ 각색, 연출, 2015년 관악극회 ‘헤이그 1907’ 작 연출로 성공을 거두었다.
‘해피 투게더’는 1987년 부산 형제복지원 탈출 사망사건을 다룬 연극이다.
1987년 3월22일 부산직할시 북구 주례동(현 부산광역시 사상구 주례동)에 위치한 형지복지원(원장 박 인근)에서 직원들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복지웡의 인권유린 실체가 드러났다.
형제복지원은 부산시에서 1년에 20억 원의 지원을 받고, 부랑아 선도를 명목으로 길거리나 역에서 노숙자, 행려병자들, 고아들은 물론 심지어 멀쩡한 사람들까지 남녀노소 통금시간 이후에 돌아다니는 사람이란 다 잡아들여서 무차별적으로 끌고 가서 불법적으로 감금 및 강제 노역을 시켰다.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이나 노숙자, 기차역에서 TV를 보고 있는 무고한 시민 등을 끌고 가서 불법 감금 시키고 강제노역을 시켰으며, 저항하면 굶기고 구타하거나 심지어는 죽이고 암매장까지 했다.
미성년자들에게는 유인 약취, 혹은 납치, 또는 폭행 납치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고, 나이 어린 여성의 경우에는 구타 이외에도 성폭행이 가해졌으며 거의 모든 피해자들에게는 제대로 된 식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복지원 내부에 식료품 공장도 있었으나 거의 모두 외부로 판매되었고, 국가보조금에 더해 작업수당까지 모두 갈취되어 박 원장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외부에 선전하기 위해 몇몇 적금통장이 만들어졌으나, 복지원에서 나가려면 도망치거나, 시체가 되어서 나가는 길 밖에 없었으므로 피해자들이 그 돈을 받는 일은 없었다. 피해자들에게 주어지는 것이라곤 몸을 뉘일 허술한 공동숙소와 빈곤한 식사뿐이었다. 당연히 숙소 건설과 식사 준비 역시 모두 피해자들이 스스로 해야 했다. 질병 치료는 엄두도 낼 수 없으며, 지속되는 구타와 고된 작업으로 수많은 피해자들이 사망하였다.
이런 일이 무려 12년 동안 지속되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원생 수만 531명에 이르렀다. 여기다 일부 원생들의 시신은 인근 의과대학에 해부실습용으로 300~500만원 팔려나갔다. 무엇보다 형제복지원이 문제가 되는 점은, 박 원장과 그 직원들의 부도덕한 인권유린뿐만 아니라 부산공직 사회까지 연루된 사건이었다는 점이다.
검찰은 박 원장에 대해 고작 징역 15년형과 벌금 6억 8178만원을, 구형했으나, 재판과정에 바이블을 들고 섰기 때문인지 박 원장에게 대해 징역 10년과 벌금 6억 8178만원을 선고하는데 그쳤고, 1989년 3월 15일의 3차 항소심에서는 역시 바이블이 효과를 발휘해 벌금 없이 징역 2년 6개월 형이 확정되었다. 이후에도 이들에 대한 형량이 계속 감해져. 박 원장은 2년이 지난 1989년 7월 20일 출소하였으며, 6억여 원의 벌금이나 폭행, 살인, 시신유기, 시신암거래 혐의 등은 기소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박 원장은 출소 후 형제복지원 부지를 매각하고 기존에 형제복지원을 재인수하고 1000억 원 대의 재산을 보유하고 새로운 복지시설을 건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형제복지원 폐쇄 이후 수감자들은 노숙자가 되고, 피를 뽑고 헌혈차에서 주는 빵으로 생활한 이도 있는 등 처참한 삶을 살았다. 당시 12~15세의 소년과 소녀도 많았는데, 너무 오래 갇힌 채 피동적인 삶을 살아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형제복지원 폐쇄 이후 피해자의 한 사람인 한 종선 씨가 2012년 5월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함으로 해서 세상에 알려졌다.
또한 ‘살아남은 아이’의 책을 통해 형제복지원에서의 실상을 글과 그림으로 세상에 알렸다. 연극 ‘해피 투게더’는 배경 막에 영상을 투사해 시대적 배경과 복지원의 전경, 그리고 복지원 사건과 관련된 기사가 게재된 신문을 확대해 보여준다.
무대는 배경 가까이에 여섯 개의 의자를 나란히 배치하고 남성출연자가 자리를 잡는다. 그 왼쪽으로 원장의 책상과 의자를 마련해 놓고 복지원장이 착석을 한다. 무대 하수 쪽 의자에는 2명의 여성출연자가 착석해 마이크에 대고 노래와 대사를 한다.
당시 군사정권 시절이었고 1988 서울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있었기에, 복지시설에서 원생들을 다루는 모습이 신병훈련에 방불하고, 남성출연자도 “전우여 잘 자라” 같은 군가를 부르며 신병훈련소의 병사처럼 집단 연기를 펼친다. 훈련과 기합은 훈련병이 받는 것을 능가할 정도로 연출된다.
온갖 만행과 악행을 병행하면서 박 원장은 법정에서 바이블 구절을 유창하게 인용하고, 찬송가를 소리 높여 부르기에 마치 성직자인 것처럼 보이고 행색 또한 그렇기에 모르는 사람은 구세주로 착각을 할 지경이니, 법관인들 예외가 될 수 있으랴 증인석에 출두한 증인들까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결 같이 박 원장을 열렬히 비호하며 눈물을 펑펑 쏟는 모습에, 객석에서도 감화가 되었는지 손수건을 눈으로 가져가는 관객이 눈에 띄기까지 하니, 위선도 고단수에 이르면 관객뿐이 아닌 신까지 감동을 시킬 연출가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싶다.
2인의 여성출연자 역시 찬송가는 물론 가요와 가곡을 아름답게 부르며 공연 중 불쾌하고 구역질나는 장면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하고, 이 광경을 보며 박 원장이 다가와 바이블 구절을 낭독하고 큰 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면, 출연자 전원도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면서 관객은 마치 교회예배에 참석한 듯싶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기도문의 찬송과 함께 출연자들이 극장 2층 발코니로 시선을 돌리면, 웨딩드레스 차림의 박 원장의 처가 천사 같은 모습을 드러내고, 바구니에 담긴 크리스마스 선물을 수용자들에게 던져준다. 수용자들이 그것을 걸신들린 듯 집어 먹는 장면이 연출된다. 잠시 후 박 원장의 처가 흰 종이로 만든 눈송이를 뿌려주면 수용자들은 그 눈송이를 집어 관객에게 던져준다. 눈송이를 계속 던져주는 장면에서 신중현 작곡의 “아름다운 강산”의 합창이 극장을 가득 채우면서 연극은 마무리를 맺는다.
송흥진, 신안진, 이 길, 김승언, 박창순, 송은지, 김누리, 강경호, 신해연, 윤대홍 등 출연자들의 혼신을 다한 열연으로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무대 이종영, 조명 이동진, 의상 남하림, 소품 박현이, 음향 엄태훈, 음향작업 이영은, 사진 김상엽, 동영상 이재훈, 기래픽 김 솔 등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극단 떼아뜨르 봄날의 이수인 극본 연출의 ‘해피 투게더’를 기억에 남을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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