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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2023년 봄호(통권 43호) 간행

강민숙 | 기사입력 2023/04/12 [20:13]

『푸른사상』 2023년 봄호(통권 43호) 간행

강민숙 | 입력 : 2023/04/12 [20:13]

푸른사상2023년 봄호(통권 43) 간행

 

간토 조선인 학살 100을 특집으로 한 푸른사상2023년 봄호(통권 43)가 간행되었다. 19239, 일본 간토 일대에 발생한 대지진 수습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조선인에 대한 유언비어를 조직적으로 유포시켜 대량 학살로 이어진 간토대지진(관동대진재) 조선인 학살 사건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았다. 당시 일본 당국과 조선총독부가 시행한 강력한 언론 통제로 인해 사건에 대한 진상이 여전히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실 규명이나 사회 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만열 교수는 문헌 자료와 기사 등 기록을 통해 조선인 학살의 양상과 피해 규모 등을 가늠해보았다. 김응교 교수는 국가적 폭력으로 인한 비극을 기록한 작가들의 문학작품을 짚어보았고, 간토대지진과 조선인 학살의 일본 측 증언을 소개했다. 강태승, 공광규, 박석준, 박설희, 백무산, 윤기묵, 정세훈, 정온, 조이경, 함진원 시인의 신작 시가 지면을 꾸미고 있고, 배명희 소설가의 신작 소설을 만나볼 수 있다. 김준태 시인의 70년 오디세이, 이혜원 교수의 한국시의 심상지리, 임동확 교수의 생성의 미학기획 연재도 수록되었다. 김수영 시인의 부인인 김현경 여사와 맹문재 시인의 대담에서는 김수영 시인의 작품에 얽힌 배경과 사연을 실감 나게 들려주고 있다.

간토대지진조선인 학살192391일부터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 일본 정부는 풍설을 방관한 채 계엄령을 선포하여 군··민이 합심하여 조선인 학살을 저지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준 셈이다. 이 사건이 100년이 되어가는데도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사실 규명이나 사죄 표명이 없다. 일본의 중앙방재회의에서 2006년부터 이와 관련된 공식 보고서를 간행하고 있다고 하나 남북한 당국이나 인민을 향해 사죄한 적이 없다.

(이만열, 간토 조선인 학살 100주년, 18)

 

일본의 활동가 중에는 간토대지진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간토대진재(関東大震災)라고 표현하는 이들이 있다. 조선인 학살은 일본 정부가 만들어낸 유언비어에 의한 인재(人災)였으니, 간토대진재라고 해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관동대지진이라고 쓰면, 이때 관동은 중국이나 한국에도 있는 지역 이름과 겹치니, 일본에서 일어난 비극이라는 점을 강조하여, 나는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혹은 줄여서 간토 학살로 표기하기로 한다.

(김응교, 192391, 비극을 기억하는 작가들, 21)

 

고향은 곧 조국이다라고 생각하는 나는 고향이야말로 내게 이웃과 사회와 조국을 가르쳐준 출발점이었기 때문에 첫 시집부터 고향 정신을 아주 중요시했다. 고향은 모든 사람들의 근원이요 흙이요 밑바탕이요 원형질이요 어머니라고 생각했다. 굳이 독일의 시인이었던 프리드리히 횔덜린의 말을 가져다 쓴다면 시인들이 시를 쓴다는 것은 결국 고향의 재발견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나 또한 한반도 땅끝 바닷가 마을 해남과 광주를 통해서 가족사랑과 이웃사랑, 나라사랑을 배우기 시작했다.

(김준태, 70년 오디세이(20) 신성(神性)과 자유 노래한 다형 김현승 시인, 122)

 

한 국가나 민족의 차원을 넘어 인류의 공통된 염원을 담고 있는 위대한 선각자나 혁명가들의 모든 방법론이나 실천론들은, 그런 까닭에 어떤 식으로든 바람 잘 날 없는이 세계의 갈등과 모순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무엇보다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평화의 윤리와 선의 도덕은, 아이러니하게 잘라내도 자라나는 메두사의 머리처럼 세상의 악과 폭력을 그 전제로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이 세계의 평화와 전쟁, 투쟁과 협력, 대립과 화해의 문제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까닭이다.

(임동확, 생성의 미학(5)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말고, 159)

 

김현경 : 보통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어요. 내가 그날 둘째 아이를 업고 계란을 가지고 반찬가게에 갔다가 김 시인이 버스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어요. 지금 푸른사상사 서울사무소가 있는 한국출판콘텐츠센터 그 앞이 버스 종점이었어요. 광장이었고, 오거리였어요. 김 시인이 흥분해서 막 떠들었어요. 학생들이 일어나 이승만 정권이 끝났다 등으로 말하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어요. 버스 종점이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좋아하는 표정들이 아니었어요. 어떤 아줌마가 김 시인을 흘겨보았어요. 그래서 겁나서 여기서 떠들면 어떻게 하느냐고 내가 말렸어요. 그래도 김 시인은 대단한 일이 일어났다고, 우리나라가 달라졌다고 야단이었어요.

(김현경의 회고담, 207~208)

 

남편은 이제 소설을 쓰지 않는다. 몇 시간 만에 장편 한 권 분량을 생산하는 인공 지능과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소설 봇은 한 번이라도 기록된 사실이 있는 것은 어떤 주제와 소재, 인물과 갈등이라도 생산했다. 인간이 경험할 수 없는 시, 공간은 물론 어떤 형태의 괴물이라도 불러냈다. 인공 지능이 쓴 이야기에 독자를 빼앗긴 지 오래, 인간이 쓰는 소설을 읽는 독자는 소수 마니아층뿐이다. 정부 지원이 없다면 작가는 사회 최하위 계층으로 진작 추락했을 것이다.

(배명희 신작 소설, 임계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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