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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옥금 시인의 『꽃이 시들지 않아 하루도 쉴 수 없다』

강민숙 | 기사입력 2023/07/17 [22:31]

이옥금 시인의 『꽃이 시들지 않아 하루도 쉴 수 없다』

강민숙 | 입력 : 2023/07/17 [22:31]

이옥금 시인의 꽃이 시들지 않아 하루도 쉴 수 없다

 

이옥금 시인 첫 시집이 봄싹에서 출간되었다. 이옥금은 귀농 시인이다. 서울 예술 대학교 문예 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7월간문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여 등단하였다. 그 이전 2000년 계간 학산문학에 소설이 추천 완료된 바 있다. 이러한 이력에도 문단을 떠나 시골로 간 이유는 그의 문학 속에 자연을 담기 위해서가 아니다. 경북 문경에서 미나리를 키우며 잃어버린 자기를 되찾으려는 것이며, 자기 앞의 생을 살고자 하는 뜻에서이다.

 

꽃이 시들지 않아 하루도 쉴 수 없다는 새로운 꽃의 이미지를 담았다. 완상 대상으로서, 인식 대상으로서 꽃이 아니라 실존하는 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들지 않는 꽃은 영원성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자기 소멸 능력이 사라진 비주체적 존재의 현실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시들지 않는 꽃은 생명을 잉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저 누군가 바라봄의 대상으로 존재할 뿐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 시집은 하루도 쉴 수 없는 여성성을 담지하고 있다. 하루도 쉴 수 없는 여성 현실은 고통의 연속이다. 자기 의지대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실천할 수 없는 지경이다. 그것은 애초에 정해진 삶의 출발, 고정된 생활의 질곡, 예정된 여성 종말의 전통을 상징한다.

 

이옥금은 이 상징을 깨기 위해 오히려 하루도 쉴 수 없다고 자기 분열을 시도한다. 남성성의 푯대 위에 자기 깃발을 세우고자 한다. 이러한 일은 엘렌 식수가 주장했던 ‘voler’의 상상력이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날아가는 일이다. 하루도 쉬지 않고 변신하는 일이다. 이 시집은 그러한 여성 변화의 명상을 담았다. 이 시집은 총 6부로 나누어 편성했다. 1부 돌아오지 않은 것들을 위해 기다림, 2부 빠져나오지 못한 것들을 위해 떠남, 3부 지금은 사라진 것들을 위해 돌아감, 4부 이 길을 건너기 위해 다시 세움, 5부 먼 곳에 다녀오기 위해 기억함, 6부 전깃줄 위의 생을 위해 애도함. 1부는 귀농 살이 현장을 그리고 있다. 떠난 것들을 자연이 언제나 기다리듯이 시인 또한 문을 닫지 않고 문전에 서 있다. 2부는 전통적 여성성에 갇힌 생각들을 중지시키고 새롭게 문을 열고 있다. 3부는 부정했던 여성적 면모를 다시금 복원시키고자 한다. 4부는 괄호 친 존재들의 타자성을 담았다. 5부는 빛바랜 옛사랑을 더듬고 있다. 6부는 간당간당한 삶의 현장을 지켜보며 위기에 처한 존재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있다.

 

이 시집은 궁극적으로 기다리는 힘이 거름이 되어 새로운 세계를 열어 갈 것이라는 꿈을 제시하고 있다. 아직은 이 땅에 시의 오벨리스크가 우뚝 서 있지만 이옥금은 그 남성적 상징 위에 여성적 깃발을 꽂고자 한다. 그러나 깃발의 아우성이 보이지 않는다. 더 찬찬히 이 시집을 읽다보면 분명 기다리는 자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이옥금이 세운 시의 기둥은 전면과 후면이, 혹은 외면과 내면이, 또는 의식과 무의식이 동주同住하는 형상이다. 이는 타인의 얼굴에서 죽음과 구원을 동시에 발견한 레비나스의 존재론이다. 그러므로 그의 시에는 타자의 죽음 앞에서 타자를 자기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언명이 새겨 있을 것 같다.

자연의 이법 속에서 식물적 대화를 나누는 엇갈이의 시학은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공주처럼 완두콩을 느끼는 예민함을 지니고 있다. 그게 사랑이라면 좀 더 확대된 시적 서정이라 할 수 있다. 그처럼 시의 씨앗이 뿌려진 공간은 친근한 장소로 기억될 것이다. -이민호 (시인)

 

진짜 꽃은 색이 바래 말라가고 시들다 흩어진다. 그렇기에 시들지 않는 꽃 때문에 하루도 쉴 수 없는 삶이 있다면 진짜가 아니거나 진짜가 아니라고 믿고 싶은 삶이다. 하얀 쌀 속에서 나온 검은 머리카락 한 올이 언니의 넋이 되기도 하는 삶이다. 그렇게 아팠지만 침묵으로 앉아있는 산에 속아 아픈 줄도 몰랐을까. 세상은 돌 하나 뺄 수 없게 이를 딱딱 맞추어 놓은 담 너머에만 머물고 그래서 정자 마루에 빈 병처럼 앉아 방금 떠난 남자만 무연히 바라보았을까. 무엇도 끝나지 않았고 무엇도 시작 못한 삶의 다섯 시 반 무렵. 김병호(시인, 소설가)

 

하루도 쉴 수 없었던 요인들을 생각해 본다. 신자유주의 에토스 속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통째로 내어 준 현대인은 초 연결 사회의 거대한 거미줄 속에서 하루를 편히 쉬기 어렵다. 성취 서사와 진력 질주가 예찬 되는 세계는 쉬는 마음을 단 하루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한 시절에, ‘꽃이 시들지 않아 하루도 쉴 수 없다는 이옥금 시인의 고백은 낯익고도 낯설다. 시들지 않는 조화造花를 난전에서 팔고 있는 우리네 삶은 낯익다. 조화인 줄 알면서도 무용하고 아름다운 것들에서 차마 자리를 뜰 수 없는우리네 삶은 곡진하다.

그러한 사연들을 따라 독자들을 감전시키는 시들을 우리는 신뢰한다. 우리가 이 땅에 내놓을 수 있는 것이 비록 조화뿐이라 할지라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임이 분명하고 시는 지킬 만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주억거리면서 말이다.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그저 시인이 디딘 땅과 발등에 수북이 감사 비료를 부어줄 일이다. -노지영(문학평론가)

 

오래 전 안국동 지하 카페 <시인학교>. 옹기 집 담 모퉁이 분꽃 같은 노을을 깔고 앉아 고요히 칼질하던 모습처럼 홀연히 나타난 그의 문장들. 평소 잘 드러내지 않았지만 하루도 쉬지 않고 자연에서 흙과 문장을 일구는 구도자 같은 성정性情 속에 내가 찾던 그가 있었다. 이옥금 시인의 첫 시집 꽃이 시들지 않아 하루도 쉴 수 없다속에는 엄마가 해 줬던 걸 더듬어 찾아가고있듯 내가 찾아가고 싶은 세상이 있었다. 찔레꽃 향기처럼 은근히 스며드는 문장, 울컥 가슴 저미는 정념의 문장이 가득한 그의 청량淸凉한 세상. 시인의 몸속에 쌓여 있던 깨우지 못한 시간은 이제 없으리라.박재웅(시인)

 



▲ 이옥금 시인

 

이옥금 시인은 전북 김제 출생. 서울 예술 대학교 문예 창작학과 졸업. 2007월간문학시 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2000년 계간 학산문학소설 추천 완료. 2012년 문경으로 귀농 현재 문경 청정미나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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