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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커머스는 가라 서브스크립션이 뜬다

김가희 | 기사입력 2013/07/16 [18:37]

소셜커머스는 가라 서브스크립션이 뜬다

김가희 | 입력 : 2013/07/16 [18:37]


소셜 커머스에 이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가 뜨고 있다. 올 초까지 붐을 일으키며 연간 1.5조 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으로 성장한 소셜 커머스는 특정 수 이상의 구매자가 있으면 대폭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제공하는 판매 방식이었다. 소셜 커머스 성장이 포화상태가 되며 하락세로 접어들자, 이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라는 새로운 전자 상거래 형태가 주목받고 있다. 그 매력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소비자와 공급자의 중간자 역할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독자가 잡지를 정기 구독하는 것과 같다. 구매자가 매월 정해진 금액을 지불하면 판매자가 고객 대신 선별한 특정 상품을 상자에 담아 배달해준다. 이미 미국에서는 상용화되고 있는 판매방식으로 화장품, 구두, 의류, 액세서리, 식재료, 커피, 유아용품 등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 런칭한 ‘겟잇박스’를 시작으로 10여 개의 업체가 화장품을 시작으로 패션, 유아용품, 남성 전용 아이템 등으로 서비스 상품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뷰티 브랜드에서 나오는 제품의 샘플 및 미니어처를 모아 박스로 구성해 판매하는 ‘겟잇박스’는 런칭 이후 매월 회원 수가 1000여 명 씩 증가하고 있다. 식음료 및 생활용품으로 박스를 구성하는 ‘스마트박스’는 지난 7월 런칭 이후 매달 140%가량 씩 성장하고 있다. 런칭 한 달 만에 회원 3000명을 확보한 ‘미미박스’는 화장품에서 패션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소비자와 공급자의 중간자 역할로 이윤을 얻는다. 소비자는 서브스크립션의 구독자가 되면 다달이 구독료를 지불하고 공급자는 박스에 넣을 상품을 제공한다. 상품에 합당한 가격을 받기도 하지만, 마케팅이라는 명목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공급자도 소비자도 모두 만족시켜야만 가능한 이 거래. 그렇다면 다른 거래보다 이 거래가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자는 파격적인 가격과 다양한 상품을, 공급자는 광고비 없는 마케팅 효과

우선 소비자는 다양한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 박스 내 구성품 가격이 적게는 10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에까지 이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가의 20%가 채 안 되는 월 회비로 구매가 가능하다. 제품들이 대부분 신제품이거나 회사의 주력 상품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여러 제품을 체험해 보고 자기에게 맞는 제품을 향후에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한 어떤 상품이 올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오히려 구독자에게 기대감과 설렘을 주며 매달 누군가로부터 선물을 받는다는 기쁨을 선사한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비싼 광고료를 들이지 않고 제품 홍보가 가능하다는 점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를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에게 무료 혹은 초저가로 제품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제품 광고료나 홍보비에 비한다면 매우 저렴하다. 구독자들의 성향이 얼리 어답터인 경우가 많아 신제품이나 주력 상품에 대한 반응을 통해 향후 마케팅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또한 구독자들이 박스나 제품이 마음에 들었을 경우 블로그나 SNS를 통해 자발적인 홍보를 해 공급업체는 입소문을 통한 홍보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중소기업, 마케팅으로 활용하면 긍정적

중소기업에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마케팅이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도 인지도 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에 제품 홍보가 어렵고, 제품 홍보를 위해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할 자금력도 만들기 힘들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중소기업의 마케팅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마케팅 비용을 들이기 어려운 중소기업으로서는 제공하는 물품비용만으로 홍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다른 홍보에 비해 비용 절감이 된다. 우선 구독을 신청한 고객들이 제품을 써 봄으로써 일단 잠재 소비자로 확보가 가능하다. 또한 이 방식은 다른 유통채널보다 소비자의 즉각적인 반응 추적이 용이하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에서 무료로 상품을 받는 대신 소비자의 반응을 자세하게 조사해 알려주고 소비자는 또 다른 혜택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 조사에 응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로부터 얻은 즉각적인 반응은 앞으로 홍보 전략을 짜는 데 귀중한 정보가 된다.

하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자체가 유통 통로는 될 수 없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는 제품을 마케팅해 준다는 입장이 크므로 제공하는 물품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중소기업에서 이를 이용할 때는 마케팅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신제품이나 프로모션이 필요한 제품이 있을 경우 전략적으로 선택해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홍보가 되어 소비자층이 형성된 기존 제품을 하게 되면 오히려 브랜드 가치 하락, 제품 가격 하락, 그리고 기존 고객들의 반발 등을 살 수 있다.

 

중소기업의 새로운 판로 개척의 방법으로 이용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마케팅과 함께 유통이 가장 힘든 것 중 하나이다. 대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유통 시장에서 새롭게 판로를 개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어려움을 타파하고자 중소기업 중에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방식을 차용해 홍보 효과도 누리고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도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사 브랜드의 상품으로 구성한 박스를 직접 선보이는 것이다. 이는 화장품 업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 ‘싸이닉’의 경우, 지난 5월 창립 9주년을 기념해 999개의 ‘시크릿 박스’를 판매해 완판 했다. 자사 신제품과 대표 제품을 지성, 건성, 건강 피부라인별로 3개 박스로 구성해 정가 5만 5천 원 상당의 제품을 1만 5천 원에 내놓았다.

또 다른 화장품 브랜드 ‘시크릿키’도 상반기 베스트아이템으로 구성된 ‘리얼 시크릿 박스’를 8월 16일 출시했다. 7만 원 상당의 제품을 19,900 원으로 1000개 한정수량을 판매했다. 미니어처가 아닌 정품을 담은 브랜드박스로 소비자는 두 가지 종류의 박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나는 수분과 보습 관련 아이템이 들어 있고 다른 하나는 미백과 영양을 주는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하지만 소비자는 일괄 배송되는 9월 5일까지 어떤 아이템을 받을지 모르는 방식으로 진행해 궁금증과 호기심을 유발해 마케팅 효과를 높였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방식을 차용해 기업 자체에서 활용함으로써 홍보 효과와 함께 새로운 유통 방식을 개척하는 데 효과를 본 업체들은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아이템을 개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데도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 업체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방식과 직접 활용하는 방식 둘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을 잘 비교해 선택해야 한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에 이어 주목받는 큐레이션 커머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도 현재 주목받고 있는 전자상거래 방식이지만 큐레이션 커머스 또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전문 디자이너들이 맞춤형 큐레이터가 되어 머천다이징을 통해 꼭 필요한 상품을 선별해 제시하는 서비스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에서는 독자가 구독료만 내면 매월 전문가가 선정한 제품들을 받아볼 수는 있지만 제품을 선정할 권리는 없다. 하지만 큐레이션 커머스는 전문가가 고객 입장에서 한 단계 앞서 공들여 분석한 뒤 여러 가지 기준을 통과한 상품만을 보여준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새로운 상품을 써보고 싶어하는 얼리 어답터 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면, 큐레이션 커머스는 넘쳐나는 정보로 어떤 상품을 고를지 모르는 고객 중에서 괜찮은 상품, 질 좋은 상품만을 보고 싶어 하는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다.

국내에서는 유아용품 분야에서 ‘퀸시’, 디자인 상품 분야에서는 ‘디블로와 엠버스’, 음식 분야에서는 ‘헤이브레드’가 대표적이다. 큐레이션 커머스는 다른 상품과 질적으로 확연히 구분되는 상품을 제시한다는 것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타깃 고객의 필요와 트렌드 파악을 가장 우선시 한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로 자리 잡고 있는 업체들도 큐레이션 커머스 방식을 차용해 함께 활용하고 있다. ‘겟잇박스’의 경우 박스를 통해 소개된 브랜드 중 평판이 좋은 제품을 엄선해 한정된 기간 동안 절반 이상 가격으로 할인 판매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8월에 런칭한 ‘롤린느 리얼 아티스트 비비크림’은 67% 할인된 가격으로 7일 간 판매했다. ‘겟잇박스’의 경우 평판이 좋은 제품을 엄선했다는 점에서 큐레이션 커머스 방식을 차용하고 거기다 할인혜택을 더해 제품의 판로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미미박스’는 박스 구성 제품 중 MD가 선정한 최고 제품을 판매하는 ‘미미세일’을 진행한다. ‘미미박스’의 여자박스와 남자박스를 통해 선보여진 제품들 중 호응도가 높았던 브랜드의 제품을 홈페이지에 약 1주일 동안 특가로 판매하고 있다. ‘미미세일’ 자체가 큐레이션 커머스를 표방하고 있으며, ‘겟잇박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할인혜택까지 주며 그 효과를 높이고 있다.

IT의 발달과 함께 전자상거래도 날로 진화하고 있다. 더구나 한 방향이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때로는 결합하기도 하면서 변화한다. 기업은 이를 늘 주시하고 있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거래 방식이 그대로 유통의 방식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큐레이션 커머스 등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신생 단계이다. 하지만 그 호응도나 발전 속도로 볼 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 이 새로운 거래방식은 기존 유통 방식에 어려움을 겪던 중소기업에게 기회로 적용될 수 있다. 다만 기회는 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만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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