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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감을 토대로 이혼 가정을 현재에 녹이다

이소영 | 기사입력 2022/09/06 [20:16]

웰메이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공감을 토대로 이혼 가정을 현재에 녹이다

이소영 | 입력 : 2022/09/06 [20:16]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리뷰.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 현장
배우 양준모 육현욱 영호 김태희 유석현 김소희   © 이소영 기자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코미디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1993)가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로빈 윌리엄스 주연의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시애틀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브로드웨이에 성공적으로 입성한 히트작이다. 국내 창작진은 브로드웨이 바로 다음으로 초연을 선보이며 ‘전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어 화제를 모았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논-레플리카’ 버전으로 국내 정서에 맞춘 유머 코드를 바탕으로 새롭게 각색되었으며, 김동연 연출가와 김문정 음악감독의 지휘아래 펼쳐진다. 특히 말의 맛을 잘 살리는 번역가 황석희가 번역에 참여하여 기대를 모았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8월 30일 개막했다.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 현장 배우 임창정 임기홍 이경욱  © 이소영 기자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이혼으로 양육권을 잃은 다니엘이 다웃파이어라는 이름의 노년의 보모로 변장하여 아이들을 돌보는 도우미로 취직하는 내용이다. 다니엘이 철없는 아빠와 만능 보모 다웃파이어 할머니를 수시로 오가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은 코믹 뮤지컬로 다양한 가족의 형태와 진정한 의미를 전하는 웰메이드 가족극이다.

 

 

‘논 레플리카’의 장점을 극대화하다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 현장 배우 정성화  © 이소영 기자



원작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1993년 개봉한 외국 영화인 만큼,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이름과 배경 모두 이국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작품 내에 위화감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우리나라만의 소재를 번역과 연출을 통해 삽입함으로서 집중의 밀도를 높였다. 할머니 분장을 위한 캐릭터 디자인 중에 ‘오스카의 윤여정’ 이라는 가사, ‘셰프 백의 유튜브’를 보며 다웃파이어가 요리를 만드는 장면, 뮤지컬 <난타> 같은 앙상블의 복장, 최근 각광받는 스포츠웨어 디자이너로 활약하는 미란다, ‘다 오빠야’라는 대사를 통해 가명인 ‘다웃파이어’가 정해진 장면, 루프를 이용한 랩과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아이들 등등. ‘논 레플리카’의 장점이 십분 활용되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몰입하며 웃을 수 있다. 

 

 

 

흡입력을 높이는 관객 참여 유도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 현장 배우 양준모  © 이소영 기자



다니엘은 원작과 동일하게 재능있는 성우다.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과 다양한 목소리를 지녔다. 관객이 극장에서 가장 먼저 듣는 소리인 공연 시작 전의 주의사항과 안내 사항이 1막의 첫장면과 자연스럽게 녹아들면서 관객들은 작품의 경계가 허물어짐을 느낀다. 원작에서는 아동 애니메이션에 담배에 대한 언급을 지적하던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하지만, 과감하게 완전히 다른 장면을 연출하며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샤롯데씨어터’와의 계약, 애드리브를 해서는 안된다."라고 언급하여 현실과 극의 경계를 모호하게 함에 성공한다. 이 효과는 미란다의 헬스웨어 런칭 행사에 초대된 참관객에서 한 번 더 사용되어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낸다.

 

 

8초의 긴장과 감탄,  ‘퀵 체인지’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 현장  배우 정성화 © 이소영 기자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당연 다니엘이 다웃파이어 부인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퀵체인지'로 표현되는 특수분장의 시간은 단 8초. 특수 제작된 가면을 쓰고 옷을 갈아입는 이중생활을 보며 관객들은 감탄과 함께 혹시 실수라도 할지 긴장한다. 영화 <기생충> <부산행> 등의 특수분장에 참여한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Technical Art Studio Cell)이 다웃파이어의 특수분장을 맡았다.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 현장  배우 임창정 유석현 © 이소영 기자




 

익숙한 주제인 '가족', 그러나 조금 더 깊고 폭넓은 의미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 현장  양준모 김태희 유석현 김소희 © 이소영 기자



이 작품은 일명 ‘대극장 작품’에 전반적으로 녹아있는 비장미나 비극은 담겨있지 않다. 영웅 서사와도 거리가 멀다.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사랑과 가족애를 이야기함과 동시에 조금 더 넓은 의미의 가족을 직접적으로 언급한다. 관객이 상상하는 가족의 이미지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이혼가정, 한부모 가정, 레즈비언과 게이 부부도 평범함에 속하는 온전한 가족일 수 있음을 언급한다. 이 직접적인 메시지는 전 연령의 관객들의 공감을 자극한다. 이 작품이 다양한 관객층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 현장 배우 김다현 © 이소영 기자


또한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에는 악역이 없다. 공무원 완다의 경우도 자신의 직업에 성실할 뿐, 후반부에는 다웃파이어의 전말을 알게 된 미란다에게 고뇌의 답을 제공하여 해피엔딩에 일조한다. 다니엘의 라이벌 스튜어트 역시 진지하고 미란다에게 헌신적인 사람으로 그려진다.

 

▲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 프레스콜 현장 배우 정성화 © 이소영 기자



이 작품의 가장 인상깊은 점은 관람객의 연령대가 무척 다양하다는 점이다. 공연시작 대기중 무대 막에 보여지는 영상은 어린관객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30-40대에게는 친숙함을 자극하며, 50대 이상의 장년층들에게는 기술에 대한 감탄과 함께 원작과 어떤 차이를 보일지에 대한 작은 사담을 일으킨다. 

 

이혼가정, 편모, 편부가정, 게이와 레즈비언 부부를 자연스럽게 가족의 영역 안에 제시하는 이 작품은 아직까지 다소 제한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가족 형태를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어떤 형태의 가족도 사랑으로 행복하고 존중받기를 바란다'고 언급한 김동현 연출가의 목표는 또렷하다. '코로나블루'의 해소를 도울 다정하고 사랑스러우며 재치있는 뮤지컬 <미세스 다웃파이어>는 오는 11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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