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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절이 세계를 향한 국가경쟁력이다

김가희 | 기사입력 2012/12/14 [16:01]

예절이 세계를 향한 국가경쟁력이다

김가희 | 입력 : 2012/12/14 [16:01]


대통령은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주례는 아무나 할 수 없다

“대통령은 누구나 할 수 있어도 주례는 아무나 세울 수 없습니다.”

해군호텔 송기문 전무와 예절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던 중 도전적인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자상하고 부드러운 신사의 모습 속에서 단호함이 배어나왔다.

“지금까지 결혼식 주례를 99번 섰습니다. 주례란 신랑신부는 물론 하객들 모두가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서야 합니다. 법적으로든 사회적인 통념으로든 흠잡을 수 없는 사람이 주례자가 되어야 합니다. 대통령 입후보 자격보다 어려운게 주례입니다.”

송기문 전무가 예절전문가가 된 계기는 해군호텔에서 지배인으로 근무하면서부터이다.

“오랜 해군생활을 거쳐 해군호텔에 왔을 때, 처음에는 안전전문가로서 왔습니다. 그러나 막상 호텔에서 근무하다보니 생각이 바뀌게 되었어요.”

원래 대형전투함정의 보수장으로 장기간 근무했기에 안전점검, 방재, 설비의 유지보수에는 자신이 있던 그였다. 해군호텔 근무를 시작하면서 업무파악을 하고나니, 안전문제는 기본 중의 기본이고 더 중요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근거없이 전해지는 잘못된 예절

“호텔이다보니 연회와 예식이 빈번했어요. 서비스 개선을 위해서 직원들 예절교육을 시키려고 보니 그 근거가 없는 거예요. 주례 선생님들이 와서 예식 예절을 가르쳤다고 하는데, 근거가 없는 것들이었어요. 알고보니 다들 주례전임자들에게 어깨너머 배운 것들이었습니다.”

문제의식을 느낀 송기문 전무는 당시 예절과 관련된 부처인 보건사회부로 문의를 하였다고 한다. 한국전례원을 소개받아 예절지도사 교육과 주례전문인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군생활 37년을 하며 여러 부대에서 근무했는데, 그때마다 제일 밑바닥부터 실정을 파악하는 것이 훈련이 되었습니다. 내가 모르면서 함부로 부하들에게 지시할 수는 없으니까요. 해군함정에서는 사소한 일이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죠.”

군생활에서 단련된 근무방식이 호텔지배인이 되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었다. 호텔에 오시는 기본적인 손님맞이부터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예절은 기본이 되었고, 이후 중앙대학교 국제경영대학원 외식전문과정을 이수하며 관련지식을 더 쌓았다. 송전무가 해군호텔에서 13년을 근무하며 서비스 수준이 격상되고, 기존의 해군회관이라는 명칭이 해군호텔로 변경되게 되었다.

“호텔지배인으로서의 애로는 새벽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솔선수범하며 근무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연회와 예식이 있기 때문에 주말 휴무가 없다시피 하구요. 가족과도 한 달에 한 번 밖에 함께 식사하지 못하는게 안타깝지만, 의무감으로 일한다 생각지 않고 즐기면서 일해 왔습니다.”

자비로 제작한 예절교육자료 5,000부 배포

송기문 전무는 통일부, 국가보훈처 등에서 예절 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교육수요가 많아 자비를 들여 ‘기초생활예절’이라는 책자도 제작했다. 지금은 절판되었는데 무려 5,000부를 배포했다.

“사관생도 순항훈련의 교관으로서 19개 국가를 방문한 것이 예절교육에 관심을 가진 계기였던 것 같아요.”

미국, 파나마, 브라질, 아프리카, 프랑스 등 각 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교류행사가 있었는데, 각 나라마다 예절과 에티켓이 달랐다. 잘 알려진 국가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생소한 국가들의 에티켓은 모르고 접근하게 된다. 사소한 실수가 큰 결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순항훈련을 통해 만나는 것은 한국을 대표해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나라망신을 시키는 것이 되었다고 한다.

생활예절에서 국제예절, 국가경쟁력으로

예절이라는 것은 커뮤니케이션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면 이런 경우죠. 해군함정에 국방장관이나 대통령과 같은 귀빈이 방문하실 경우, 예우를 위해 함장 자리를 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예의입니다. 함정을 조함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권한다고 해서 아무나 앉아서는 안되는 것이죠.”

호텔에서 외국손님을 맞이하는 과정 속에서 예절교육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장례식을 참석하여 문상하거나 현대식 혼례에서의 신랑신부가 맞절을 할 때, 즉 의식을 거행할 때만 합니다. 오히려 과도하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적절치 않아요. 하지만 일본에서는 조금만 고마워도 90도로 인사를 합니다. 일본 손님을 맞이할 때는 이런 점을 알고 정중히 맞이하여야 합니다.”

예절의 중요성은 비즈니스를 통한 국가경쟁력과 이어진다.

“와인도 예절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잔을 비우고 술을 받지만, 와인은 첨배를 하기 때문에 잔을 비우지 않습니다. 테이스팅을 하거나 파티 오너가 누군지에 따라서도 지켜야할 에티켓이 있어요. 국제 비즈니스의 성패가 이런 데서 좌우됩니다.”

예절교육 요청이 들어오면 비즈니스 경쟁력을 위한 파티예절과 국제관계 예절을 꼭 강조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도 하며 한국예절을 알리고 한국을 이해시키는 일도 하고 있다.

“큰 바램이 있다면 국립 무료예절학교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안전전문가에서 예절전문가로, 군인에서 교육자로 변신한 송기문 전무의 인생후반전의 포부이다. 동방예의지국의 아름다운 전통을 국가경쟁력이 되도록 변화시켜가는 앞으로의 발걸음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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