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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의 상춘상념(賞春想念), 봄 경치에 대한 여러 생각

고영화(高永和) | 기사입력 2021/07/02 [08:03]

거제도의 상춘상념(賞春想念), 봄 경치에 대한 여러 생각

고영화(高永和) | 입력 : 2021/07/02 [08:03]
고영화 칼럼리스트
고영화 칼럼리스트

 

 화사한 봄꽃은 참 많다. 하지만 우리 산천의 봄을 상징하는 것을 떠올리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달래를 떠올릴 것이다. 동양 문화권에서 그냥 단순한 꽃이 아니라, 우리 피에 흐르는 오래된 슬픔과 정한의 정서인 것 같다. 진달래는 한시에서 두견화라고 하는데 이는 중국전설에 기인한 것이다. 중국 촉나라의 마지막 황제 두우가 죽어서 두견새가 되었다는 것이다. 두견이는 귀촉귀촉(歸蜀)하고 우는데, 즉 자신의 나라인 촉나라로 돌아가고픈 황제의 넋이 담겨 있다. 피를 토할 때까지 울은, 두견새의 피가 꽃으로 피어난 것이 진달래꽃이다. 즉 진달래꽃은 망제(亡帝)의 원한인 것이다.

용재(容齋) 이행(李荇)은 이배된 거제도에서 1506년 2월부터 그 해 9월까지, 고절령(高絶嶺, 고자산치) 아래 가시울을 둘러친 집에서 살게 되면서 가족 친구 나라 걱정은 물론이고 일상생활의 소소한 것들을 소재로 하여, 짧은 7개월간의 거제 유배생활중, 약 170편(각종산문 포함)의 유배작품을 남겼으며, 또한 당시의 거제 지명 지리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기록을 남겨 거제도 역사의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거제도 유배는 1912년까지 약 800년간 이어졌는데 거제도 유배문학과 지리에 큰 기여를 하신 분 중에 한 분이다. 그의 시를 읽으면서 500년 전 우리 거제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행(李荇)선생은 1506년 봄날 거제시 상문동 문동저수지 內, 시냇가를 걷다가, 진달래를 꺾어 오는 사람을 보니 꽃이 초췌하여 가련했다. 우연히 이 꽃을 머리에 꽂아 보고 감회가 일어 아래 한시를 지었다.

1) 두견화(杜鵑花) / 이행(李荇) 거제시 상문동 1506년 봄철

三月旣云盡 삼월도 이미 다 가는 터라

餘花猶粲然 곱게도 피어 있는 많은 꽃들

色深西子頰 그 빛이 미인의 뺨보다도 곱고

香壓逐臣顚 향기는 쫓겨난 신하 머리 누른다.

造物元非薄 조물주는 원래 박정하지 않건만

人情?作憐 인정은 애써 불쌍한 맘 일으키네.

東風莫相迫 동풍아~ 이 꽃을 괴롭히지 말거라

更爲醉溪邊 다시금 시냇가에서 술에 취하노라.

2) 화경(花徑) 꽃길 / 이행(李荇) 거제시 상문동 1506년 봄철

상문동 꾸불꾸불 소요동 산길을 거닐다 보니, 이름 없는 봄꽃들이 화려하게 피어있다. 벗들과 함께 꽃향기에 취해 타향살이 외로움 달래볼까  애타는 마음을 담았다.

無數幽花隨分開 무수한 이름 없는 꽃 저마다 피어있고

登山小逕故盤廻 산 오르는 작은 길은 짐짓 구부러져 있네.

殘香莫向東風掃 봄바람아~ 남은 꽃향기 향해 쓸지 말아라

?有閑人載酒來 혹 한가한 사람 술 가지고 올지도 모르니....

3) 봄날(春日) / 김진규(金鎭圭) 1691년 거제시 거제면.

화사한 봄날 거제면 동상리, 짙은 푸른 대숲 주위에 봄꽃이 만발하였다. 벌써 거제에서 두 번째 맞는 봄이다. 산과 바다가 모두 나를 알아보는 듯, 아양을 떤다. 비록 궁핍한 귀양살이지만, 복숭아 살구꽃에서 풍기는 봄날의 정취가 나그네의 고독한 마음을 달랠 것이다.

??長爲客 언제나 멀리 떨어진 나그네

慇懃再見春 은근(慇懃)히 재차 봄을 맞는다.

海山應識我 바닷가 산들은 당연히 나를 아는데

花竹又宜人 꽃과 대나무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네.

日暖波光媚 따뜻한 날, 물결 위의 햇빛이 아양 떨 때

天晴野色新 맑게 갠 날씨에 들 빛이 새롭다.

窮居亦有樂 궁벽하게 살지만 즐거움이 있으니

時物?怡神 시물이 더욱더 기분 좋게 만드네.

[주] 시물(時物) : 절기(節氣)에 따라 나오는 산물(産物), 절기마다 변하는 사물.

4) 밤의 정취(夜景) / 김진규(金鎭圭) 거제면 동상리.

輕雲華月吐 달을 토해내는 가벼운 구름,

芳樹澹煙沈 꽃다운 나무에 잠기는 맑은 연기,

夜久孤村靜 밤이 깊어 고요한 외딴 마을,

淸泉響竹林 맑은 샘물이 대숲을 울리네.

5) 이른 봄(孟春) 其三 / 김세필(金世弼) 거제시 수양동 1506년.

留滯南荒客 남쪽 변방 나그네로 버려져 머물면서

重看海國花 거듭 거제 섬지방의 꽃을 본다네.

朔風吹褐急 북풍이 불어 베옷이 긴요하나

梅興動詩多 매화 흥취에 감응하여 지은시가 쌓인다.

欲訊來春事 봄 정취가 돌아왔는지 물어보니

還持舊歲華 또다시 지난 세월을 견뎌냈다네.

高標天獨賦 높은 가지 끝, 홀로 시를 읊는 하늘엔,

桃李肯交柯 봉숭아 오얏나무 엇갈린 가지 흥겹다.

위 시는 김세필(金世弼)선생이 1506년 음력 정월 5일 날, 동쪽 마을 여러 벗들이 폐단을 핑계 삼아 모였다가 헤어진 후, 갑자기 꽃을 피운 매화나무에 흥이 일었다. 농막집의 한그루 나무가 언제나 앞서 꽃을 피우니 북쪽 대궐에서 좋은 소식이 올꺼라고.. 여러 제군들이 제멋대로 희망을 품는다. 꽃가지를 꺾어 집으로 돌아가다가, 봄날의 정취에 연이은 율시를 지어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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