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 sign / 엄순복 시인
마침내 그 책을 열었을 때 첫 페이지에 쓰인 내 이름 석 자 그 아래 선생의 이름 두 글자가 만년필의 자취로 남아 있다
하얀 지면에 글자를 새기던 그 순간의 빛과 공기의 흐름
적당히 팽팽하던 공간의 긴장과 완급을 조절하던 시간의 흐름 사이 미끄러지는 만년필을 따라가던 눈길을 떠올린다
내 안의 공기를 한 바퀴 순환시켜 깊은 숨으로 토하게 하는 한 치의 허술함도 허용하지 않을 눈빛
한 시대를 걸어온 그 이름이 나를 응시하고 있다.
엄순복 시인 프로필
1999년『한국크리스천문학』시 등단 시집『나무 그림자만 한 고요』 제34회 한국크리스천문학상 수상 푸른초장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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