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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과 가장: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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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함과 가장

강민숙 | 기사입력 2023/09/20 [22:21]

명함과 가장

강민숙 | 입력 : 2023/09/20 [22:21]

명함과 가장

권순자

 

 어느 시인의 출판기념회 끝나고 돌아오는 길

지하철 안

옆자리 사내가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뭔가를 불쑥 내민다

여기 명함 있소

×

 

가장은 술 취한 중에도

직업의식 발동한다

가장이라는 무게가

본능의 빈틈에 치밀하게 끼어든다

 

취해서 말랑해져 소나기에 갇힌 소년처럼

뼈는 흐느적 어디론가 사라진 생각들

 

어느 전철역에서 문이 열리자

사내가 걸어나간다

술에 얼근히 취해서

갈지자로 비틀거린다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사내

걸음이 짠하다

꼿꼿하던 허리는 어디 가고

굽은 등이 슬프다

 

눈을 비벼 뜨며 생채기투성이

꽃처럼 들고 노련한 가장이

집으로 간다

 

멍울들 통째로 품고

몸을 지탱하던 사내가 떠나자

남은 자리가 보라색으로 멍울져 있다

 

나도 전철을 내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상으로 나온다

가을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어두운 도시의 길거리를

가장들이 처적처적 집으로 간다

 

검은 밤 불빛에 빛나는 빗줄기

맞으며 간다

 



권순자(權順慈)

 

1986포항문학, 2003심상등단. 시집으로 우목횟집,검은 늪,붉은 꽃에 대한 명상,천개의 눈물,청춘 고래,소년과 뱀과 소녀를등이 있고 시선집애인이 기다리는 저녁, Mother's Dawn(검은 늪의 영역시집)이 있음. 수필집 사랑해요 고등어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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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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