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 취약계층에 더 가혹한 먹거리 물가, 해소 대책 서둘러야장바구니 못지않게 외식물가는 더 팍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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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먹거리 물가 상승은 서민들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했다. 소득 하위 20%(1분위)의 1분기 ‘처분가능소득’은 약 85만 8,000원으로, 증가율이 1.3%에 불과했다. ‘처분가능소득’ 증가율 평균치의 3분의 1 수준이다. 따라서 저소득 취약계층이 실질적으로 느낀 먹거리 물가 상승 체감도는 3배나 더 컸던 셈이다.
그만큼 소득 증가 폭이 작은 저소득 취약계층은 먹거리 부담이 더 컸다. 같은 기간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1분위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7.6배, 5.8배였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는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4.7%로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각각 2.1배, 1.6배에 그쳤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물가 상승의 최대 피해자인 저소득 취약계층의 삶은 점점 팍팍해지고 있다. 최근 석유류 가격 하락세로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건 긍정적이지만 저소득 취약계층의 고통과 중산층의 한숨은 여전히 크다. 소득 하위 20% 가구 세 집 중 두 집이나 적자고, 무료 급식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는 것은 결단코 심상찮은 대목이다.
식품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세도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는 농산물과 일시적인 외부 충격에 따라 가격이 급등락을 보이는 석유류 등을 제외한 물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3%로 낮아졌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3.9%로 여전히 높았다.
정부도 식품·가공업계의 원재료 부담 해소를 위해 전방위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설탕, 칩용 감자 등 주요 식품 원재료(36개)에 대해선 올 연말까지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또한 커피생두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수입 부가가치세 10%를 면제하고, 원료매입자금 지원 등 세제·금융 지원도 이어간다. 하지만 가공식품·외식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부담은 큰 상황이다. 문제는 높은 인건비 및 공공요금 등 비용상승이 복합적인 가격 인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의뢰해 발표하는 ‘외식업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외식업 영업 비용에서 식(食)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41%였고, 그 외에 인건비 33.9%, 임차료 10%, 수수료 8%, 세금 7% 등이 차지했다. 식품업계도 원료비와 전기료, 인건비가 크게 올라 가격을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렇듯 거침없이 치솟는 먹거리 물가에 정부는 다각적이고 다층적인 대책을 서둘러 모색해야 한다. 국제 곡물 가격 변동을 틈탄 불공정 행위가 없는지 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원재료 상승 때는 재빠르게 값을 올린 업체들이 국제 가격이 하락했을 땐 요지부동이란 지적도 당연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가격은 시장에 맡겨두는 것이 원칙이고 부작용도 최소화해야 하는 만큼 정부도 기업에만 모든 부담을 떠넘긴 채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결단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예산과 대책이 제대로 쓰이고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시급하다. 한쪽에선 먹거리가 남아돌고 다른 한쪽에선 굶주리는 이른바 ‘먹거리 미스매치’를 사회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야말로 당면한 중요 과제임이 분명하다. 고소득 부유층은 먹거리 물가 상승을 견뎌낼 수 있는 여력이 있는 반면에 저소득 취약계층은 소득 대부분을 물가가 비싸진 먹거리 등 생활필수품 지출에 쓸 수밖에 없으니 삶이 더 어렵고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먹거리 물가 부담으로 누구든지 끼니를 걱정하는 일만은 없도록 주변을 더 살필 것은 물론 저소득 취약계층의 ‘생계비 위기(The cost-of-living crisis)’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 해소 대책을 서둘러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