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1분기 가까스로 면한 역성장, 경제위기 극복할 대책은 없나?

-문제는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칠 부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
-얕은 대증요법으로는 이러한 복합위기 국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박근종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3/04/28 [11:07]

1분기 가까스로 면한 역성장, 경제위기 극복할 대책은 없나?

-문제는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칠 부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
-얕은 대증요법으로는 이러한 복합위기 국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박근종 칼럼니스트 | 입력 : 2023/04/28 [11:07]

한국 경제에 저성장의 암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 4월 25일 한국은행이 밝힌 ‘2023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성장했고, 전 년 동기 대비 0.8% 성장에 그쳤으며,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전기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저조하지만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2분기 연속 역성장을 막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작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에다 코로나 대유행을 벗어나면서 실내 마스크 해제로 오락문화, 음식점·숙박 등 서비스를 중심으로 민간 소비가 4.5%(전기 대비 0.5% 증가) 늘어나 성장률 추락을 방어한 덕분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 1.6%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1.5%의 딱 절반 수준이다. 그만큼 경기가 나빴는데도, 우리 정부의 경기 대응 노력은 거의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안이하다.

 

게다가 경기가 바닥을 치고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설비투자가 4년 만에 가장 큰 폭인 4%나 쪼그라든 데다 수출 부진도 여전히 심각하기 때문이다. 7개월 내리 수출이 감소하고 무역적자도 13개월째 연속되고 있다.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순수출(純輸出)이 성장률을 0.1%포인트나 까먹었을 정도로 순수출(수출 - 수입) 성장기여도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였을 뿐만 아니라 1998년 외환위기 때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4월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올 1월부터 이달 20일까지 무역수지 누계는 265억 8,400만 달러(약 35조 3,000억 원)까지 쌓여 4월이 채 끝나기도 전에 누적 적자 폭이 역대 최대였던 작년 적자 477억 8,500만 달러의 55.63%에 달했다. 반도체 불황과 대중국 수출 부진이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수출액은 1,515억 1,200만 달러로 올해 1분기 수입액인 1,740억 5,200만 달러보다 225억 4,000만 달러 적은 액수다. 품목별로 보면 대표적인 중간재인 반도체의 1분기 수출 증가율이 -40%, 철강 제품 -15.8% 등으로 나타났고, 국가별로는 한국의 우회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과 베트남에서 수출 부진이 심화했는데 1분기 대(對)중국 수출 증가율은 -29.8%였고, 베트남은 –25.2%였다. 특히, 지난 4월 23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 1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205억 6,600만 달러(약 27조 4,000억 원)로, 전 년 동기 343억 300만 달러(약 45조 7,000억 원) 대비 40% 급감했다.

 

▲ 사진/박근종 칼럼리스트    

 

고용 사정도 나빠지는 조짐이 뚜렷하다. 1분기 15~64살 고용률이 전년보다 0.8%포인트 상승했지만, 생산 주력 계층인 30대 남성 고용률이 3월 들어 큰 폭 하락하는 등 경기 악화가 고용의 질에 반영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 5년간 우리나라 취업자 수는 월평균 30만 명 늘었는데, 일상 회복이 시작된 올해 1분기엔 57만 명 늘었다. 같은 기간 고용률은 60.7%에서 61.4%로, 경제활동참가율은 63%에서 63.4%로 늘었다. 반면 실업률은 3.7%에서 3.2%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렇게 양호한 ‘고용 성적표’는 충분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국내총생산(GDP)과 취업자 간 상관계수는 한국이 0.52로 미국 0.9나 유럽연합 0.7보다 낮았다. 취업자 수 증가가 성장에 기여도가 약했다는 해석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25일 개최한 ‘2023년 한국은행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우리나라의 경우 60세 이상 고령층과 여성 주도로 취업이 늘면서 고용 지표는 좋아졌지만, 고용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취업자 수가 늘어나면 가계소득이 높아져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들도 생산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를 늘린다. 이 과정에서 경제 전체의 성장률이 올라가는 것이 보통인데 그렇지 못했다는 결론이다. 관세청이 지난 4월 21일 발표한 ‘4월 1∼20일 수출입현황’을 보면 수출액은 323억 7,000만 달러(통관 기준 잠정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나 줄면서 41억 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누적 무역적자는 지난해 연간 적자 규모의 55%에 해당하는 266억 달러에 달하는 등 호전 기미가 없어, 2분기 고용 사정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경기 대응에 관심이 더욱 쏠리는 국면이다.

 

통계청이 매월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5.2% 올랐고, 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8% 상승하였고,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56(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 상승하였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 1.6%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것은 그새 경제가 더 나빠졌다는 의미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4월 11일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2.8%로 0.1%포인트 낮춘 데 이어, 한국은 1.7%에서 1.5%로 0.2%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7월과 10월, 올해 1월에 이어 4연속 하향 조정이다. 주요 10개국 중 4연속 하락은 유일하게 한국뿐이다. 반도체 경기의 급랭과 대(對)중국 수출 위축의 영향이 한국에 집중된 탓이다. 이렇듯 경제 전망도 밝지 않다. 정부는 고물가·고금리 둔화로 인해 상반기에 저조한 경기가 중국의 ‘리 오프닝(Reopening │ 경제 활동 재개) 효과’ 등으로 하반기에 살아나는 상저하고(上低下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야말로 한가한 인식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장기화하는 수출 둔화 그리고 내수 위축은 4%대의 물가보다 한국 경제에 더 큰 위협이 돼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경기는 딴 판이다. 지난 4월 25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5월 BSI 전망치는 93.8을 기록했다. BSI 전망치는 작년 4월(99.1)부터 기준선(100)을 14개월 연속 밑돌고 있다.

 

문제는 추락하는 경기를 떠받칠 부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부채에다 세수 격감까지 겹쳐 재정 여력은 바닥난 지 오래다. 정부가 지난 4월 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한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총수입(617조 8,000억 원)에서 총지출(682조 4,000억 원)을 차감한 ‘통합재정수지’가 64조 6,000억 원 적자였다. 이는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2,150조 5,758억 원 대비 –3.0% 수준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사회보장성기금(국민·사학연금, 산재·고용보험) 수지를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117조 원 적자로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회계연도의 112조 원을 넘어선 수치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4%로 더욱 나빠졌다. 지난해 국가부채는 2,326조 2,000억 원으로 전년(2021년)보다 6.0%인 130조 9,000억 원이나 증가해 기존 사상 최고치인 2,195조 3,000억 원을 1년 만에 다시 한번 경신했다. 들썩이는 물가 탓에 한국은행이 시중에 돈을 풀기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올해 3월 소비자물가지수(110.56)는 전 년 동월 대비 4.2% 올라 가계 실질소득 감소를 불러오고, 3.5%의 기준금리는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로 이어져 내수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얕은 대증요법으로는 이러한 복합위기 국면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 우리 경제가 이달까지 7개월째 수출 감소의 터널에 갇히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 성장을 견인할 첨단 신산업 육성이 더욱 절실해졌다. 무역 의존도가 75%가량인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꺼지지 않게 하려면 반도체·자동차·2차 전지·디스플레이 등 기존 전략기술 산업의 역량 강화 못지않게 첨단 ‘바이오 헬스케어’·원전·방산 등 잠재력이 큰 신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발등의 불은 의당 날로 악화하는 수출 부진과 무역적자를 반전시키는 일이기 때문이다. 수출구조 다변화와 산업 체질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급부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글로벌 시장규모 2,600조 원에 달하는 ‘바이오 헬스케어’ 분야는 경제력 측면뿐 아니라 국민 보건, 안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고급 인재 양성과 기술력 제고를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 무역 금융 확대 등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고 반도체 중심의 수출 품목과 중국에 치우친 수출 시장도 서둘러 다변화하고 다각화해야 한다. 특히 기업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고 세제·예산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만 한다.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 개혁도 병행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정치권이 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만 한다.

 

 

  작가·칼럼니스트(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소방준감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