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연 / 한웅구 시인:내외신문
로고

연 / 한웅구 시인

조기홍 | 기사입력 2014/01/29 [12:52]

연 / 한웅구 시인

조기홍 | 입력 : 2014/01/29 [12:52]


바람이 분다

기다렸던 청명한 바람에

동심은 벌써 추위를 달고 하늘을 난다.

 

할아비가 뒤란에 모셔둔 못자리용 대나무는

아랫목 시루 속 콩나물처럼 잘게 쪼개져

서로 먼저 나가고파 손을 들고

밤이면 기이한 비명으로 요란을 떠는

구멍 난 문풍지의 아픔도 외면한 채

장롱 속 어미가 곱게 개어놓은 창호지에

태극을 그릴까, 호랑이를 그릴까

화가가 된 아이의 맘은

화폭에 바람을 달아 하늘로 보낸다.

 

구름이 빠르게 뒷동산에 바람을 몰고 온 날

무명실이 칭칭 감긴 얼레를 안고

목까지 차오른 숨을 헐떡이며 언덕에 올라

콧대 높은 바람과 한판

으라차차 맞짱을 뜬다.

 

빙그르르 돌아 이리저리 흔들리며

쉽게 길을 내주질 않는 바람의 기세에 밀릴까

자연과의 팽팽한 실랑이는

연실을 잡아당기는 아이를

활짝 성장케 한다.

 

툭, 끊어져 저 널리 시야를 벗어나는

꿈을 찾아 사방을 헤매는

아이의 갈망은 속이 타지만

전장의 패잔병처럼

논두렁에 처박힌 연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동자는

흔들흔들

다음 계절을 기대한다.

 

[그림 : 류문삼 作]

 

(시평) 한웅구 시인님은 공직생활을 하는 직장인입니다. 시간을 쪼개가면서 시의 세계에 빠져 겨울에 잘 어울리는 시 한편을 멋드러지게 쓰셨군요. 멋진 시를 보면서 연 날리던 어린 시절을 상상해 봅니다. 큰 연, 작은 연, 사각 연, 꼬리가 두개인 연, 세개인 연, 연싸움하다 끈이 끊어져서 울고불고 하던 기억이 납니다. 표현 중에 다음 계절을 생각하는 표현이 맘에 쏙 드는군요. 팽이치기, 딱지치기, 구슬치기, 쥐불놀이 등 아이 마음은 설레기만 합니다. (내외신문 상임고문 조기홍)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