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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영의 네 글자로 보는 세상 3]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편집부 | 기사입력 2013/11/17 [17:49]

[서은영의 네 글자로 보는 세상 3]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

편집부 | 입력 : 2013/11/17 [17:49]


易子敎之

(바꿀 역, 아들 자, 가르칠 교, 어조사 지)

[출전] 孟子(맹자) 離婁上(이루상)

 

[내외신문] 역자교지는 ‘자식을 서로 바꾸어 가르친다.’는 뜻으로, 그 분야에 전문가인 부모라 할지라도 자기 자식을 직접 가르치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공손추가 스승인 맹자에게 물었다.

“군자가 자기 아들을 직접 가르치지 않는 까닭이 무엇입니까?”

맹자가 대답하기를,

“현실적인 상황이 그렇게 안 되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반드시 바르게 하라고 가르치는데도, 자식이 그대로 하지 않으면 자연히 화가 나게 되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 도리어 자식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 그러면 자식은 속으로 아버지가 내게 바른 일을 하라고 가르치면서 아버지도 바르게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니, 이것은 부모와 자식이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에게 좋지 않기 때문에 옛날 사람들은 자식을 바꾸어 가르쳤다.”

 

그렇다. 선생님은 학생을 지도할 때 부모보다는 좀 더 이성적으로 학생을 대하고 화도 삭이기도 하지만, 부모가 직접 자식을 가르치다 보면 자식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지나쳐 자꾸 화를 내게 되어 부모 자식 간의 정도 없어지게 되니 오히려 서로에게 독이 되고 만다. 이런 이유로 성인이라 칭송 받았던 공자도 자기 자식을 직접 가르치지 않았다고 하니 아무리 좋은 솜씨를 가진 중도 제 머리는 못 깎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현대사회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의 주원인은 부모가 부모로서의 역할보다도 선생으로서의 역할에 더 치중하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다. 요즘 부모들은 자식을 성공시켜야지만 자식을 위하는 것이고 부모의 역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지,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기 위해 본인이 직접 교육하고, 학습 스케줄도 짜 주며, 넘쳐나는 정보를 요약정리까지 해줘 가며, 자식들은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준다. 모든 것을 다 떠먹여 주고 씹기만 하라는 식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에 살다 보니 부모의 역할이 옛날과는 분명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부모의 참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올해도 어김없이 입시철이 다가왔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 입시설명회를 좇아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요즘 입시제도는 너무나 복잡하고 다양하여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탓에 공부 잘하는 학생도 명문대에 진학하리란 보장이 없고, 입시전문가인 부모 덕에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한 학생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하면 아버지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까.

 

수능이후 입시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부모들을 보니 문득 자녀를 명문대를 보낸 한 어머니의 말이 생각난다. 자녀교육의 비결을 물었더니, “나는 삼시 세끼 늘 따뜻한 밥을 정성껏 해준 것밖에는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자녀를 위해서라면 자녀가 해야 할 몫까지도 다해주는 요즘 부모들에겐 경종을 울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자녀는 부모가 자신을 아낌없이 믿어주고 사랑해줄 때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다고 한다. 자기 부모가 스케줄 관리와 입시 정보를 모두 해결해 줘서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는 학생도 있지만, 대학진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그 학생은 대학에 가기 위한 성적을 갖추었을지는 모르나, 100세 시대를 살아가면서 몇 번의 인생 고비를 겪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의 인생 성적도 좋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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