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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지구와 원시행성이 충돌한 지 3시간 만에 만들어졌다”

충돌 후 최대 수백만 년 걸려 생성되었다는 종전 가설 뒤집는 연구 결과 나와
영국 대학 연구팀, 슈퍼컴퓨터로 충돌 시물레이션 진행해 새로운 가설 제시
지구 지각 아래 맨틀까지 처박혔다가 튕겨 나온 잔해 파편들이 달로 뭉쳐져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2/10/26 [09:36]

“달은 지구와 원시행성이 충돌한 지 3시간 만에 만들어졌다”

충돌 후 최대 수백만 년 걸려 생성되었다는 종전 가설 뒤집는 연구 결과 나와
영국 대학 연구팀, 슈퍼컴퓨터로 충돌 시물레이션 진행해 새로운 가설 제시
지구 지각 아래 맨틀까지 처박혔다가 튕겨 나온 잔해 파편들이 달로 뭉쳐져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2/10/26 [09:36]

지구는 항성(恒星), 즉 붙박이별 태양의 궤도를 도는 행성(行星), 즉 떠돌이별이다. 그리고 달은 지구의 궤도를 도는 위성(衛星), 즉 떠돌이별의 떠돌이별이다. 태양계가 생성된 지는 45억 년쯤 된다. 태양이 만들어지고 남은 우주 먼지와 가스가 지구를 비롯한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의 여덟 행성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러면 거의 45억 년 가까이 길고 긴 세월 동안 변함없이 지구를 따라다니는 달은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그 기나긴 영겁(永劫)의 세월 동안, 마치 한 몸인 것처럼 변함없이 지구를 돌고, 지구와 함께 태양을 도는 달의 생성에 관하여, 이제까지의 가설을 뒤집는 획기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 우주천문학계의 관심을 바짝 끌어당기고 있다.

▲ 지구가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원시지구에 원시행성 테이아가 충돌하는 상상화.    

 

그동안 우주천문학계에서는 화성 크기의 원시행성 테이아(Theia)가 지구와 충돌하여 그 잔해 파편들이 지구 밖으로 튕겨 나온 뒤 서로의 중력에 의해 수천 년 또는 수백만 년 동안 아주 느리고 점진적으로 뭉쳐져 달이 생성되었다는 거대충돌설이 정설처럼 굳어져 왔었다. 그러나 충돌 후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니라, 불과 3시간 만에 지구의 위성인 로 탄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영국 더럼대학 연구팀에 의해 발표되어 학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이달 초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최근호에 발표되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지구 지름의 1/3 크기, 즉 태양계 4번째 행성인 화성 규모의 소행성이 가공할만한 속도로 지구를 때려 박아 두 천체 모두 곤죽처럼 흐물거릴 정도로 녹아버렸고, 테이아의 일정 부분은 지구의 지각 아래 맨틀까지 처박혔다는 것이다. 그래서 테이아 잔해의 일부는 지구 맨틀에 뒤섞여 합쳐지고, 일부는 충돌 반작용으로 튕겨 나와 우주 허공에 흩뿌려진 뒤 그중의 가장 큰 덩어리는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되돌아가고, 두 번째 큰 덩어리를 중심으로 파편들이 다시 뭉쳐지기 시작해 결국은 지구의 위성인 로 탄생했다고 한다

▲ 원시지구에 화성 정도 크기의 원시행성 테이아가 충돌해 달이 생성되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슈퍼컴퓨터 시물레이션 진행 과정. 왼쪽 위부터 충돌 직후 지구 덩치만 한 불덩어리가 생기고, 이내 테이아가 곤죽처럼 녹았다가, 두 덩어리로 크게 나뉜 뒤 더 큰 덩어리는 지구에 빨려들고, 작은 덩어리가 원시 달을 형성하는 모습. 지구의 꼬리는 아직 흡수되지 못한 파편들. 이때 지구와 달은 벌건 불덩어리 상태이다. <영국 더럼대학 제공>    

 

 그런데 충돌에서부터 잔해 파편들이 달로 뭉쳐지기까지 불과 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만큼 충돌 속도와 반발 속도가 엄청났다는 얘기다. 달과 지구의 현재 거리가 38이니, 반발 속도가 시속 12가량 되는 셈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달이 지구에 훨씬 가까웠다.

 

한편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컴퓨터 시물레이션 기술의 발달로 가능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시험하고 적용하기 위해 보통의 고성능 컴퓨터가 아닌 슈퍼컴퓨터를 사용했다. 서로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조각 물질들의 힘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퍼컴퓨터를 통해 연구진은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더 높은 해상도로 시물레이션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 연구진조차 종전에는 10~100만 개의 입자를 시물레이션할 정도에 불과했지만,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수억 개 입자들의 상호 물리작용을 계산할 수 있었다. , 지구와 테이아의 충돌로 생긴 수억 개 파편들의 개별 움직임조차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연구팀의 가설은 북대서양 아이슬란드 화산의 폭발 물질에 대한 연구분석에 의해 더욱 신빙성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전부터 테이아의 충돌 지점은 아이슬란드 부근일 것이라고 추정되어왔는데, 최근의 폭발 때 분출한 물질을 분석한 결과 지구 보통의 맨틀 성분과는 상당히 다른데다 오히려 달의 성분과 매우 가깝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로 미루어 아이슬란드 부근에 충돌한 테이아가 지각 아래 맨틀까지 침투하였고, 서로 녹아 뒤섞인 뒤 충돌 반발력으로 다시 튕겨 나와 우주 허공에서 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 원시지구와 충돌한 원시행성 테이아의 잔해가 지구의 지각 아래 맨틀에 깊숙이 박힌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슬란드의 화산지대. 최근 화산 폭발로 분출된 암석들을 분석한 결과 지구의 일반적 맨틀 성분과는 상당히 다르면서 달에서 가져온 암석들과는 성분이 비슷한 것으로 나타나 ‘원시행성충돌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달의 생성에 대한 이론이나 가설은 특히 19세기 이후부터 매우 다양하게 제기되어 왔다. 달과 지구가 본래 한 몸이었다가 나뉘었다는 분리설, 지구와 달이 함께 생겨났다는 동시탄생설, 우주 먼 곳을 떠돌던 달이 지구의 중력에 붙잡혀 궤도에 안착했다는 포획설, 지구 내부에 거대한 핵폭발이 일어나 달이 생성됐다는 지구내부핵폭발설 등이 그럴듯한 가설로 제시되었으나 연구가 계속될수록 모두 허점이 발견되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부터 이른바 거대충돌설이 거의 정설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구가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무렵에 화성 크기 정도의 천체, 즉 원시행성 테이아가 지구와 충돌하면서 엄청난 열이 발생해 충돌체가 지구 지각 아래 맨틀까지 녹아들었다고 한다. 그 결과 지구 맨틀과 테이아의 잔해가 합쳐져 곤죽처럼 물컹해진 뒤 충돌에너지의 반발 작용에 따라 지구 밖으로 튀어나와 그 일부가 달이 되었고 나머지는 지구 중력에 이끌려 다시 지구로 되돌아와 합쳐졌다고 한다. 이 가설은 그동안 거의 정설처럼 굳어져 오다가 이번에 그 생성 소요 시간의 문제가 새로이 떠오른 것이다. 기나긴 우주의 시간이 아니라 불과 몇 시간, 즉 우주 시간으로는 삽시간에 달이 생겼다고 한다

▲ 달 표면에 근접한 우주선에서 찍은 지구 모습    

 한편 1969년 미국 아폴로 우주선의 우주인들이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내디딘 이래 점차 관심이 줄어들던 달 탐사 프로젝트는 다음 달인 11월 중순 미국이 거의 반세기 만에 다시 유인우주선을 달에 보낼 예정이어서 또다시 큰 관심을 끌게 되었다. 더구나 지난여름 우리나라가 최초로 발사한 무인 달 탐사선 다누리호가 연말쯤이면 달 궤도에 진입하여 임무를 개시할 예정이어서 우리로서는 더욱 각별한 관심을 쏟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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