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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저장고’ 콩고분지 이탄지(泥炭地)가 위험하다

에너지 자본의 마구잡이 개발로 ‘탄소 저장고’에서 ‘탄소 배출고’로 바뀔 운명
민주콩고 정부, 콩고분지 열대우림 내 석유·가스 매장지 30곳 국제 경매
세계 최대의 이탄지 ‘탄소 자물쇠’가 풀리면 세계적 기후재앙 초래할 수도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2/11/30 [16:34]

‘탄소저장고’ 콩고분지 이탄지(泥炭地)가 위험하다

에너지 자본의 마구잡이 개발로 ‘탄소 저장고’에서 ‘탄소 배출고’로 바뀔 운명
민주콩고 정부, 콩고분지 열대우림 내 석유·가스 매장지 30곳 국제 경매
세계 최대의 이탄지 ‘탄소 자물쇠’가 풀리면 세계적 기후재앙 초래할 수도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2/11/30 [16:34]

못된 사람들이 콩고분지의 탄소 시한폭탄 뇌관을 건드리고 있다. 터지면 전 지구적 재앙의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급변점)가 될 수 있다.” 아프리카 대륙 중서부 콩고분지의 이탄지(泥炭地)실태를 조사한 바 있는 영국 대학연구팀 관계자가 석유와 가스 매장지역인 콩고분지 열대우림의 마구잡이 개발 계획을 두고 콩고민주공화국(이하 민주콩고) 정부와 국제 에너지 자본 회사들에게 던진 섬찟한 경고문이다.

 

그린피스(Green Peace)를 비롯한 국제환경운동 단체들과 환경운동가들 역시 콩고분지에 대하여 어처구니없는 개발 계획을 내놓은 콩고민주공화국 정부를 매섭게 비판하고 있다. 민주콩고 정부는 지난 7월 콩고분지 열대우림지역 내 석유·가스 매장지 30곳을 국제 경매에 내놓으면서 국제적인 환경 논쟁의 불씨를 아주 세게 지폈다

▲ 아프리카 중서부 콩고분지의 열대우림지역 콩고강 지류를 따라 펼쳐져 있는 이탄지. 콩고분지의 석유·가스 매장지 30곳이 국제 경매에 부쳐져 무분별한 개발 위기에 내몰리면서 땅속 깊이 잠들어 있던 탄소가 대량으로 방출될 것이라는 기후변화 대논쟁을 촉발했다. <그린피스 제공>    

 당시 민주콩고 정부는 가스 블록은 10월까지, 석유 블록은 내년 2월까지 국제 경매 절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국제적인 에너지 자본이 콩고분지에 몰려들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근래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큰 에너지 개발 시장이 열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매 절차는 이후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져, 현재까지 그 진행 과정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 환경단체들은 경매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그 대응책을 마련하기에 고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콩고분지의 이탄지 개발은 과연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먼저 콩고분지의 특성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구의 7대륙 가운데 아시아대륙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아프리카대륙은 크게 보아 북부와 남부의 사막지대, 중서부의 열대우림지대, 그리고 나머지 건조초원지대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중서부 열대우림지대 가운데 대부분을 콩고분지가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콩고분지는 북쪽과 동쪽 그리고 남쪽의 산악지대에 둘러싸인 채 거대한 평탄 지대를 이루고 주변 산악에서부터 흘러내리는 물이 콩고강에 모여 대서양으로 흘러나간다.

▲ 아프리카 대륙 서쪽 중앙의 콩고분지 열대우림지역. 콩고강 유역을 따라 인도 대륙보다도 넓은 열대우림이 펼쳐져 곳곳에 막대한 물량의 ‘탄소 저장고’인 이탄지들이 널려 있다.    

 이 콩고강 유역이 바로 콩고분지이다. 콩고분지를 중심으로 콩고공화국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남수단 우간다 르완다 브룬디 탄자니아 잠비아 앙골라 가봉 (서북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등의 나라가 둘러싸고 있다. 주변의 고지대에 둘러싸인 채 거대한 평탄지를 이루고 있는 항아리 모양의 분지(盆地)이다. 분지의 60% 가량이 민주콩고 영토이어서 이 나라의 영향력이 거의 절대적이다. 민주콩고와 긴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서쪽 콩고공화국(브라자빌콩고)이 두 번째로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아프리카대륙 중서부 열대우림지대에는 시베리아와 함께 지구상에서 양대 규모를 자랑하는 이탄지(peatland)가 형성되어 있다. ‘이탄지란 글자 그대로 진흙 같은 토탄(土炭)이 대규모로 분포한 지역을 말한다. 식물체가 배수와 통기가 불량한 습지에 매몰되어 완전히 탄화(炭化)되지 못한 상태로 수천, 수만 년 머물 때 만들어지는 퇴적물이 곧 이탄이다.

 

공기가 잘 통하는 환경에서 죽은 식물은 호기성(好氣性)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과정에서 저장하고 있던 탄소를 배출한다. 그러나 죽자마자 물에 잠긴 식물은 미생물에 의한 분해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아 식물 잔해가 곤죽 같은 불완전 탄화 상태로 유지되어 이탄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콩고분지를 핏줄처럼 연결하는 콩고강이 바로 이탄지 형성의 결정적 요인을 제공하여 거대한 이탄지들을 여기저기 만들었다.

 

이탄지는 일반 토양보다 탄소를 10배 이상 저장할 수 있어 그야말로 탄소 저장고역할을 톡톡히 하면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전 세계 이탄지의 면적은 지구 표면의 3%에 불과하지만, 탄소저장량이 절대적으로 높아 전 세계적으로 보존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콩고분지의 이탄지는 전 세계가 3년 동안 화석연료를 사용했을 때 배출되는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남미 대륙 아마존강 유역에 이어 지구상에서 두 번째로 큰 열대우림을 형성하고 있는 아프리카 콩고강 유역의 모습. 땅 위에서는 빽빽한 밀림으로 탄소를 저장하고, 땅 밑에서는 이탄지로 탄소를 저장하여 온실효과로 인한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석유·가스 개발에 따른 대규모 훼손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콩고분지의 이탄지 보존 필요성이 절실함에 따라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회원국들은 작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당사국총회에서 105개 회원국이 합의한 산림협약을 체결했었다. 이 협약은 콩고분지 열대우림을 보호하는 대가로 국제사회가 약 6,500억 원 상당의 관련 투자를 하는 것으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민주콩고 정부가 이 약속을 파기하고 열대우림지역의 석유·가스 매장지 30곳을 따로따로 국제 경매에 내놓아 국제 환경보존 논쟁의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민주콩고 정부가 이처럼 약속을 깬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때문인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특히 유럽 여러 나라들이 큰 비중으로 의존했던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새로운 공급처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자 민주콩고 정부가 이 틈을 노리고 콩고분지의 국제적 개발에 적극 나섰다고 한다. 열대우림 보존 지원을 약속했던 에너지 대량 소비국들의 미적지근한 자세도 민주콩고의 약속 파기를 부채질한 것으로 분석된다

▲ 영국과 민주콩고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콩고강 유역 콩고분지의 이탄지에서 이탄을 채취하고 있는 모습. 연구팀은 시베리아와 함께 지구상의 양대 이탄지를 형성하고 있는 콩고분지 이탄지가 무분별하게 개발되면 지구온난화의 ‘티핑포인트’(급변점)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민주콩고의 에너지 자원 매장지 국제 경매 추진 소식이 알려지자 브라자빌콩고 등 주변국들도 덩달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콩고분지는 그야말로 탄소 전쟁의 화약고로 등장할 기세이다. 이탄지가 제대로 형성되려면 수만 년 걸리는데, 이처럼 긴 세월 땅속에 잠들어 있던 탄소 괴물이 국제에너지 자본의 탐욕에 의해 급작스레 땅 위로 튀어나올 위기가 점차 현실화 되는 형국이다.

 

콩고분지는 아프리카 서쪽 중앙에 펼쳐진 337의 광대한 지역으로서 인도 대륙보다도 넓은 열대우림이 있는 곳이다. 남미 대륙의 아마존 열대우림,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등과 함께 지구의 허파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브라질이 아마존 지역의 60%를 차지하듯 민주콩고도 콩고분지의 60%를 점유하고 있다. 두 나라의 열대우림 파괴는 곧 수만 년 땅속에 잠들어 있던 탄소 괴물을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적극 대응이 시급한 위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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