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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살 청춘의 세계일주 - 인도 사막에서의 낙타사파리

편집부 | 기사입력 2015/02/05 [18:58]

24살 청춘의 세계일주 - 인도 사막에서의 낙타사파리

편집부 | 입력 : 2015/02/05 [18:58]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가기 어려울 것 같은 생소하고 먼 나라들을 돌아보아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작년 8월부터 올 1월까지 140여일 간 인도, 아프리카, 남미, 미국 총 14개국을 여행했습니다. 여행지들 중 흥미로웠던 곳들을 뽑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했던 생각 위주로 10회 정도 글을 연재하고자 합니다.

[내외신문=더피플] 인도의 가장 서쪽, 파키스탄 국경지대에는 낙타사파리로 유명한 자이살메르라는 도시가 있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둘러보면서 밤에는 쏟아지는 별들을 볼 수 있는 낙타사파리를 하기 위해 인도의 서쪽 끝까지 수도 델리에서 24시간 기차를 타고 찾아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무궁화호를 타도 6시간인데 24시간 기차라니..하지만 인도라는 나라는 서유럽을 다 합친 것만큼 크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24시간 기차가 넘어야 그제서야 ‘장거리’ 기차라고 부른다 고 한다.

이 곳은 사막지대라 건조하고 낮이면 40도가 넘나들기 때문에 야외에 있으면 건식 사우나에 온 기분이다. 목도 계속 타서 물을 끊임없이 마셔줘야 하는데, 평소 물을 잘 마시지도 않던 내가 하루에 2리터도 넘게 마시는 것 같다. 에어컨은 있지만 전기가 잘 안 들어오기 때문에 별로 쓸모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밖에 나가자고 했지만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는 건 거의 자살행위인 것 같아서 거의 일층에서 쉬기만 했다. 인도사람들이 게으르다는 편견이 많아 난 인도사람들이 원래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했는데, 40도가 넘는 날씨에서 살아가면 낮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자연스럽게 게을러지는게 아닐까. 사람이 살아가는데 주변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한번 곱씹어보게 된다.

여기서 한국인 여섯 명을 만났다. 그중 둘은 삼년 전에 이곳에서 낙타사파리를 하다 만난 커플로 이번에 삼주년 기념여행으로 다시 찾아왔다고 한다. 한 명은 나와 동갑인 대학생이었는데 학기는 다 마쳤지만 아직 취직을 하지 못해 취업준비 전에 재충전을 위해 인도여행을 왔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 둘이 여행을 온 특이한 삼부자도 있었는데, 아들 둘이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어 입대 전 마지막으로 인도를 온 것이었다.

이렇게 여행하면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각자 자기만의 사연이 있어서 그 얘기만 해도 하루가 금방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한 곳에서 오래 체류하는 여행자들은 다른 여행자들의 여행기 듣는 재미에 계속 머무르는 게 아닐까  이렇게 여행의 묘미 중 하나는 평소에는 만나기 힘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이번 여행에서도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여 보기로 했다.

자이살메르 여행에서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사람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민박집 주인 가지씨이다. 인도인인 가지씨는 냉면부터 닭볶음탕까지 못 하는 게 없는 한식 요리사이다. 어깨너머로 배웠는데도 실제 한국요리와 똑같이 만들어내는 데다가 한국말까지 잘 하니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지씨네 호스텔에 묵는다. 가지씨에게 인상깊었던 점은 초등학교만 나왔지만 가족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 자기 자식들에겐 좋은 교육도 시키고 풍족한 삶을 물려주고 싶다는 말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 실제 가지씨가 호스텔을 운영하는 덕분에 가지씨네 가족뿐만 아니라 가지씨 형제네 가족들까지 호스텔 운영으로 돈을 벌어 생활해 나가고 있었다. (형제가 한 가게에서 일하는 건 사람이 많은 인도에선 일반적인 일이다)

만난 사람들 중 커플 둘은 이미 사파리를 해 보았기 때문에 다른 네명과 나까지 총 다섯명이 낙타사파리를 떠나기로 했다. 겨울엔 한국인이 많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여름인데다가 방학도 아니라서 여기서도 한국인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다. 낙타 사파리를 하게 되어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이 시기에 자이살메르에서 낙타 사파리를 안 한 사람 네명을 만나다니! 가지씨에게 들은 얘기인데, 인도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왔을 때는 2005년쯤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한국인이 오히려 적은 편이고, 그 때는 길거리에서 한국인 보는 경우가 흔했다고. 10년 전에 무슨 붐이 불어서 다들 인도로 왔는지 신기하다. 류시화 시인의 이 유행했을 때가 아닌지 추측해본다. 나중에 집에가면 한번 읽어봐야지.

내리쬐는 햇볕아래 자이살메르 근처 낙타 사파리 마을로 이동하는 중에, 자리가 없어 버스 위에 앉아서 가는 현지인들을 만났다. 10억 인구가 살아가는 인도에선 흔한 풍경이라지만, 실제로 보니 보는 내가 더 심장 떨리는 풍경이다.

가볍게 준비를 한 뒤, 현지인처럼 두건도 쓰고 숙소까지 낙타를 타고가기 시작했다. 두 시간만 간다기에 왜 오래 안 타지  하고 생각했는데 곧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허벅지와 엉덩이가 아파서 오래 탈 수 없었던 것이다. 내가 동물원에서 본 낙타는 혹이 두 개인 쌍봉낙타라 난 혹 사이에 앉아 편하게 갈 줄 알았는데. 여기 낙타는 혹이 한 개라 혹 위에 올라타서 가는 바람에 고통이 두 배가 된다. 몰이꾼이 낙타를 몰아 한 시간 반을 간 뒤 사막 한가운데의 숙소에 도착했다. 사진에 보이는 조그만 움막 하나와 야외침대 몇 개가 오늘의 숙소다. 화장실도 없어서 볼 일을 보려면 주변 덤불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에 우리는 충격을 받았지만, 인도여행 베테랑인 일행 중 한 명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당당히 휴지를 들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낙타 몰이꾼 중 한 명인 알리바바와 잠시 얘기를 나누었다. 알리바바는 16살밖에 안 되었지만 어엿한 낙타 몰이꾼으로 돈을 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몰이꾼이 가족이냐고 물어보자 그 사람은 나와 대등한 몰이꾼 동료일 뿐이라고 답하는 모습에서 당당함이 느껴졌다. 운 좋게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알리바바의 사촌동생도 만날 수 있었는데, 사막을 건너 학교부터 집까지 10km 거리를 매일 걸어서 다닌다고 했다. 예전에 우리나라 학생들도 산넘고 들넘어 학교를 다녔다는데, 이 곳은 아직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펜이 부족하다는 말에 왠지 안쓰러워 펜을 하나 선물로 주었다. 몰이꾼들과 더 많이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몰이꾼은 숙소도 다르고 관광객과 많이 얘기를 못 하게 되어있는지, 자꾸 우리를 피하려고 해서 아쉬웠다.

허벅지 통증이 가신 뒤 사진을 찍으러 나갔다. 어디서 사진을 찍던 모래, 낙타, 하늘 3박자가 어우러진 그림같은 사진이 나온다. 낙타 사진도 찍고, 풍경사진도 찍고, 모래가 많아서 모래위에서 한참동안 놀았다. 사막에 지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석양을 감상하고, 저녁으로는 닭구이와 염소고기를 먹었다. 염소를 먹은 건 원래 계획에 없던 것이었다. 낙타를 타고오다가 새끼염소가 보이길래 장난으로 ‘저거 얼마 주면 먹을 수 있냐’라고 물어봤는데, 뜻밖에도 3천루피(우리나라 돈으로 5만원)를 내면 염소 한 마리를 잡아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배도 고프고 어떻게 잡나 호기심이 들어서 한 마리 잡아달라고 했고, 진짜로 눈 앞에서 염소를 잡아 가죽까지 벗겨 구워주는 바람에 일행 중 한명은 비위가 상해서 많이 못 먹었다.

해가 진 뒤에는 침대에 누워서 밤 하늘은 감상했다. 쏟아질 듯 가득한 별들을 기대했건만, 하필 이날은 추석이라서 보름달만 밝고 별들은 잘 보이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았다. 달이 밝아 별은 잘 안보였고, 구름도 많이 껴서 밤하늘에서 은하수와 수많은 별을 감상하는 건 어려웠다.. 그런건 겨울에 와야만 가능할 것 같았다. 게다가 사막에 비까지 내려서 난데없이 사막 한가운데서 비로 샤워를 한 색다른 밤이었다. 재밌는 건 사막 한가운데에 이상하게도 인터넷이 잘 터져서 3g로 보이스톡도 된다는 사실. 도시에서는 인터넷이 잘 안되더니 여기서 잘 되는 이유는 뭘까. 어쨌든 별을 못 본 아쉬움을 달래고자 사막 한가운데서 한국에서 명절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과 통화를 했다. 멀리 떠나올수록 가족들이 보고 싶어지는 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여기까지는 사막의 낭만이었지만, 자는 도중에 생각지도 못한 복병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벌레와 개. 파리와 모기, 벌이 계속 주위를 돌며 앵앵거리는 데다가 우리 숙소를 지키는 개랑 다른 개가 싸움이 나서 밤새 큰 소리로 짖어대는 바람에 잠에서 계속 깼다. 나는 그나마 긴팔과 긴바지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모기는 안 물렸는데, 모기물린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아침이 되었을 때에는 아무도 세 시간 이상 제대로 잔 사람이 없었고, 내가 그나마 제일 많이 잤다. 잠자기 전까진 정말 좋았지만, 잠자는 환경은 가히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고 일어난 다음날 하루빨리 이 곳을 벗어나고 싶어 한 시간 먼저 가자고 보채기 시작했다. 아침으로는 빵과 쨈, 바나나와 짜이 등을 훌륭하게 먹고 다시 돌아왔다. 짧은 1박2일이었지만 야생에서 하루를 자고 오니 일주일은 지난 것 같은 기분. 사막의 낭만은 깨졌지만, 이렇게 환상을 깨는 것도 여행하면서 얻는 소중한 경험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제 다시 기차를 타고 타지마할을 향해 동쪽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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