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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예술마을 '순수한 문화예술인들의 꿈'

이승재 | 기사입력 2013/08/11 [02:55]

헤이리 예술마을 '순수한 문화예술인들의 꿈'

이승재 | 입력 : 2013/08/11 [02:55]


헤이리는 문화예술의 생산, 전시, 판매, 거주가 함께하는 통합적인 개념의 특수한 공동체 마을이다. 그래서 순수한 문화예술인들이 모여 만들어가고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능적으로 볼 때 헤이리는 문화 비즈니스가 중심이 되는 도시적 형태로 계획되었다. 더 나아가 경기도와 서울의 서부지역인 임진강과 개성, 서울 등을 잇는 생태문화벨트의 잠재성에 동참하고, 남북 문화교류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그 가능성을 바탕으로 헤이리는 2009년 국내에서는 세 번째, 경기도에서는 최초로 ‘문화지구’로 지정됐다.

헤이리가 위치한 곳은 경기도 파주 통일동산이다. 원래 이곳은 서화촌부지로 계획되어 있었으나 예술인들이 모여 특화된 마을을 만들고자 자체적으로 뜻을 같이할 회원을 모집, 토지를 공동으로 구매해 꿈을 현실로 만들어왔다. 1998년 창립총회, 2001년 토목공사 시작, 2003년 개별건축으로 이어지는 숨 가쁜 여정을 거쳤다. 현재 15만여 평에 집과 작업실, 각종 문화예술 공간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헤이리 회원은 작가·미술가·건축가·음악가 등 다양한 분야의 380여명에 이른다.

헤이리라는 마을 이름은 경기 파주지역에 전해져오는 전통 농요인 ‘헤이리 소리’에서 따왔다. 헤이리에는 약 190여 채 건물이 준공되어 있으며 약 120여 채의 건물이 신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한국 근·현대사 박물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정치우표박물관 등 20여개의 박물관, 50여개의 갤러리 외 체험공방, 공연장, 아트샵, 서점, 카페, 레스토랑 등이 운영 중이다.



자연이 함께 공존하고 호흡하는 생태마을



헤이리는 그 조성과정에서부터 여러 가지 특색과 의미들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 개발일변도의 도시계획을 부정하고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고 호흡하는 생태마을을 지향한다. 이는 속도와 편리를 위해 직선 위주로 설계한 기존 도시 체계와는 다르다. 곡선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흐르는 길과 냇물과 늪을 그대로 되살려낸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에게 해가 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존재하는 길을 모색한다. 이러한 새로운 개념은 헤이리 디자인코미니 및 헤이리초대석 등을 통해 모색해 왔고 연세대학교 도시단지디자인 개발연구실 김홍규 교수팀의 마스터플랜에 의해 고스란히 완성된다. 뒤이어 한국종합예술학교 김준성·김종규 교수는 헤이리의 건축 코디네이터로 참가해 구체적인 설계지침을 작성하고, 건축, 조경, 환경디자인, 사용 재료 등의 도시 설계코드를 작성했다.

헤이리 건축설계지침을 살펴보면 마을 내 건물 볼륨과 높이, 간판 등의 제한이 있으며, 건물과 건물 사이 울타리를 없애고, 건물엔 페인트칠을 금지해 최대한 인공미를 자제시켰다. 아울러 쾌적한 환경을 위해 공원 광장 등 공유면적도 45%나 정해 놓았다. 또한 마을내 주민들은 자신의 건물 3분의 1을 문화예술공간으로 확보해야 한다. 주거단지가 중심이 되면 유동성이 심한 우리 사회의 특성상 마을의 고유한 성격이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건물들도 모두 하나의 작품이라는 점도 인상적인데, 국내 42명(팀), 외국 15명(팀)의 참여건축가그룹이 참여해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현재 국내외 건축학도들의 견학 명소로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향후 헤이리의 과제는 방문객들과 얼마나 같이 호흡하고, 또 우리 사회에 얼마나 새로운 문화예술의 기운을 북돋아주는가에 달렸다.

헤이리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약속이 필요하다. 문화예술마을이라는 성격에 맞게 문화와 예술 관련 종사자이거나, 문화 비즈니스를 통해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회원들의 대표 격인 이사회는 매달 회의를 열고 가입신청을 한 이들에 대한 토의와 심사를 진행한다. 헤이리가 이토록 회원선정에 까다로운 이유는 문화예술마을이라는 순수한 정체성을 버리지 않고 마을 구성원들의 삶이 영위되길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의 생산과 전시, 판매와 거주 등을 헤이리 안에서 이루며 이를 통해 문화예술의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길 바라는 것이다.


다양한 실험 속에서 새로운 문화예술



헤이리는 2003년 가을축제를 시작으로 매해 굵직한 문화예술 관련 행사를 개최하고 있으며, 헤이리 작가전을 통해 입주한 작가 스튜디오를 공개해왔다. 또 헤이리에 자리 잡고 있는 아트숍과 카페 등에는 획일적이고 반환경적 요소를 지닌 패스트푸드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외식업체의 입점을 자제케 해, 다양성과 창의성을 생명으로 하는 헤이리의 정체성을 보호하기로 하였다. 물론 회원들의 문화예술 활동의 경영적 성과를 담보하기 위해 일반 대중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변함이 없다.

헤이리는 자유로변에 위치해 있어 자동차 이용시 접근이 용이하다. 자유로를 타고 일산 이산포IC로부터 15분쯤 가면 왼편에 ‘통일전망대’가 보이고, 그 위로 고가도로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그 밑을 통과하자마자 내리막길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성동IC인데, 그곳부터 ‘예술마을 헤이리’를 따라 우회한 다음 첫 번째 성동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헤이리 1번 게이트, 4번 게이트를 지나치게 된다. 버스를 이용할 경우 서울 합정역 2번 출구에서 2200번 직행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잘 빚어진 시에 대한 고전적인 예술 지향과 언어에 대한 외경심을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윤성택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감(感)에 관한 사담들’(문학동네)을 펴냈다. 200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해 2006년 첫 시집 ‘리트머스’이후 7년간 써온 작품들이다.

그 첫 시집은 요란스럽지 않게, 그렇지만 꾸준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의 첫 시집이 비정하고 삭막한 현실의 치부를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주었다면, 두번째 시집이 독자들을 안내하는 곳은 ‘기억’이다. 기억은 과거의 일이지만, 존재의 의식과 무의식에 자리하며 현실에서 영향을 미친다. 시집의 문을 여는 서시에서, 우리는 그 기억의 실체에 조금 다가갈 수 있다.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은 아름답다. 그런 추억일수록 현실을 누추하게 관통해야 한다. 모든 기억은 추억으로 죽어가면서 화려해지기 때문이다.”의 시인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시간과 문명 사이를 떠가는 존재에 대한 아련한 고독을 모색해간다. 엄경희 문학평론가는 “윤성택의 우울과 외로움은 바깥에서 수없이 재조직되는 거짓 자아의 중심을 벗어나 본래적 자아에게로 귀의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정념”임을 강조했다.

한편 윤성택 시인은 12년째 경기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 사무국에 근무하면서 마을의 문화예술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행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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