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파우스트' 포스터 제공  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

 <해롤드 & 모드>, <로미오와 줄리엣>, <리차드 3세>, <오이디푸스>까지 고전 연극의 묵직함과 클래식함을 살림과 동시에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명품 연극을 꾸준히 제작해온 (주)샘컴퍼니가 2023년 연극 <파우스트>를 선보였다. 

샘컴퍼니 연극 시리즈 신작이자 LG아트센터 서울의 첫 제작 연극인 연극 <파우스트>는 독일 문학의 거장 '볼프강 폰 괴테'가 무려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동명의 대작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한다. 괴테가 일생 동안 생각하고 체험한 모든 것이 집약된 작품이자 인간 정신의 보편적 지향을 제시하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음독으로도 24시간이 넘게 걸리는 <파우스트>는 가장 읽기 어려운 고전 중에 하나라 불리기도 한다.

이번 2023년 연극 <파우스트>는 원문의 깊이와 운율은 최대한 살리면서도 새롭고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하여 관객을 찾았다. 연극 <파우스트>는 화려한 캐스팅과 과감한 전체 원 캐스트 구성으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1997년 연극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를 연기했던 배우 유인촌은 이번엔 노학자 '파우스트'로 분하여 대체불가 존재감을 뚜렷히 했다. 1막에만 등장하는 '늙은 파우스트'의 모습으로 유인촌은 관록의 정점에 선 연기를 선보였다. 

2018년 <이타주의자> 이후 5년 만에 연극 무대로 돌아와 큰 화제를 모은 배우 박해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커튼콜에서 단 몇초만 선보인 배역의 재연에도 엄청난 박수를 이끌어낸 배우 박해수의 연기는 압권이다. 1막의 중심이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배우 유인촌이었다면, 2막은 재차 바뀌는 장면 사이에 흐름을 주도하는 배우 박해수였다.

연극과 매체를 넘나들며 다양한 변신을 거듭한 배우 박은석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젊은 파우스트'를 연기하여 겉은 청년이나 속은 노인의 모습을 유려히 표현했다. 첫 번째 연극 무대 도전으로 화제를 모은 배우 원진아 역시 순수한 여인 '그레첸'의 추락과 구원을 성공적으로 표현했다.  

영상 디자인 및 제작을 담당한 ㈜더 크로싱랩은 단순히 영상이 물리적인 세트와 배경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닌, 차원이 다른 비주얼을 통해 관객들이 보다 더 몰입감을 느낄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흐름에 따라 그리고 인물들이 변화함에 따라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영상은 관객들에게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특히 노인 파우스트의 시절이 다루어지는 1막의 배경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울과 염세에 시달리는 인물 파우스트의 시선을 그린 듯이 회색빛으로 가득 채워진다. 이윽고 젊은 파우스트가 그레첸과 조우하여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인생에 갈망을 느낀 순간 총천연색으로 펼쳐지는 화면은 이 중요한 장면을 왜 놀이동산으로 설정했는지 직감하게 한다. 특히 캐릭터의 시점을 그대로 거대한 스크린에 투과한 과감한 연출은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안긴다. 하지만 얼굴을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하여 거대한 스크린에 제시한 특정 씬의 연출은 구도가 아마추어 유튜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을 때도 있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단순히 무대위의 영상만이 아니라 연극 <파우스트>는 객석의 복도를 다양히 활용한다. 객석을 마을의 광장으로, 발푸기리스의 밤이 진행되는 마녀들의 공간으로, 천국의 경계를 넘나들어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힌다.

200여년 전에 집필된 작품이지만 파우스트는 오늘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많다.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 등 최고의 원 캐스트와 제작진이 함께하며 기대를 모은 양정웅 연출의 연극 <파우스트>는 이달 말 2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