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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 속의 아이들

강봉조 | 기사입력 2014/08/03 [19:58]

(기자수첩) 게임 속의 아이들

강봉조 | 입력 : 2014/08/03 [19:58]


(취재본부장 강봉조)

아이들이 교실에서 열심히 얘기를 한다. 귀를 기울여 보니 컴퓨터 게임 얘기가 한창이다. 그런데 평소와는 달리 얘기의 소리가 엄청나게 높아 있다. 왜일까  그래 게임 안을 들여다 본다.

게임 속의 등장인물들은 무척이나 힘이 세 보인다. 온 몸엔 어떤 공격이든 막아낼 것 같은 단단한 갑옷으로 무장을 해 있다. 그것뿐인가 그들 손엔 다양한 무기가 들려있고, 그 무기들은 자주 바뀌는 듯하다. 아이들의 소리를 뒤로 하고 교실을 나오면서 문득 성의 없고, 폭력적인 요즘 아이들의 말투가 떠올라 여러 생각들을 하게 한다.

왜 이렇게 아이들의 말투가 폭력적이고, 전투적이게 되어 버린 것일까  아이들의 현실의 일상으로 들어가 보자. 바쁘게 돌아가는 하루하루. 그 속에서 아이들은 쉴 틈 없이 뱅뱅 돌아간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돌아 집으로, 저녁 식탁에서 식구들과의 눈 마주침을 돌아 방으로, 학원에서 내 준 숙제, 학습지를 돌아 뱅뱅 숨이 차다. 그래 물어본다. 누구를 위한 것일까  과연 아이들을 위한다는 이러한 일들이 정작 아이들을 위한 것일까  그건 어른들의 말일 게다. 어느 것 하나 스스로 선택해 해보지도 않은 아이들이 자기의 짜증을 풀어내는 것으로 컴퓨터 게임에 매달리는 행동은 어찌 보면 당연함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은 없고, 누군가에 의해 그려진 그림 속에서 꼭두각시처럼 움직이는 것만을 강요받아온 아이들이 어찌 남을 생각하며 행동할 수 있을까  뱅뱅 돌아 숨이 찬 현실에서 겨우 그들만의 시간이 되었을 때 아이들은 컴퓨터 게임을 통해 투덜거림을 해소한다.

가상의 현실에서 내가 주인공이 되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부수고 없애며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다. 현실에서의 저녁 늦게까지 자기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른들의 생각에 끌려 다니는 자신의 힘없음을 가상공간에서 해소하고자 변신을 시도한다.

아이는 온 몸을 갑옷으로 무장시키고 이것저것 좋은(?) 무기를 고른다. 처음에는 칼을 휘두르며 적을 물리쳤지만 그것으로도 부족하다. 그래서 더 강력한 무기를 사용해 적을 갈가리 찢어 흩뜨려 버리는 승부가 필요하다. 아! 결국 여기까지 왔다. 아이는 땀을 닦으며 컴퓨터를 끄고 현실로 돌아왔으나 주변은 늘 싱겁기만 하다.

친구를 만난다. 친구의 말 한마디도 아까 내가 부수었던 그 적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시 무기를 골라 휘두른다. 폭력적인 말투로 친구를 대한다. 친구 역시 그 아이와 생각이 별반 다르지 않다. 아마 그 친구도 갑옷을 입고 나온 듯하다. 승부가 어디까지 치달았을까?

그래 여기서 한 숨을 돌리자.

더 늦기 전에 아이들의 호소하는 아픔을 이해하고, 치료해야할 시기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이들이 이루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온갖 배움을 선물로 주고 싶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 때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진정 선물로 주어야 할 것이 있다면 지나치지 않음과 스스로 책임지는 해결력을 가지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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