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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람쥐와 풍수해보험

이승재 | 기사입력 2013/05/28 [07:52]

다람쥐와 풍수해보험

이승재 | 입력 : 2013/05/28 [07:52]

남상호 소방방재청장 기고문

 

다람쥐는 긴 겨울 동안 식량을 구하지 못해 위험에 처하는 경우를 대비하여 도토리를 여러 군데 땅속에 한 개씩 분산하여 저장해 둔다.

그런데 다람쥐는 도토리를 묻어둔 그 많은 장소를 기억하지 못하고 숨겨둔 도토리의 반도 먹지 못한다. 발견되지 못한 도토리는 다른 다람쥐가 발견하여 제 것 인양 먹어버린다.

한편 발견되지 못한 도토리는 수많은 세월을 거쳐 한그루의 나무로 숲의 일부분이 된다. 그리고 먼 훗날 도토리나무가 되어 더 많은 도토리로 더 많은 다람쥐의 양식이 된다.

이러한 다람쥐의 행동은 본인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다른 동료와 이웃을 지켜줘 더욱 풍성한 생태환경을 만들어준다.

최근 지구촌에 이상기후로 발생하는 불가항력적인 거대 재해가 빈번하다.

인류 역사에 자연재해의 발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일어나 인류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여 왔다. 따라서 이상기후의 일상화로 피해원인의 다양화와 피해규모의 대형화로 재난관리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개개인의 적은 비용부담과 정부지원이 모여 공공성 안전복지 자금을 만들고, 그 자금이 자연재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보상금으로 지급됨으로써 다시 재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선순환적 보험제도가 필요하다. 바로 풍수해보험이다.

풍수해보험은 태풍, 홍수, 호우, 강풍, 풍랑, 해일, 대설, 지진 등 으로 인한 주택(동산 포함)과 온실(비닐하우스 포함)의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정부에서 최대 86%까지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어 개인은 부담 없이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고 실질적인 복구비를 마련해 주는 장점이 있다.

풍수해보험은 2006년 국민의 생존권과 사회구호 보상수준을 그대로 유지하는 사회적 보험의 성격을 가지고 도입되었다.

매년 소비자 요구 수준을 정책에 반영하고 끊임없는 상품 개선노력 덕분으로 지금은 피해의 상당부분을 충당할 수 있어 매년 30만명이 가입하는 풍수해 대비 국민 안심보험으로 성장했다.

한편 풍수해로 지급되는 보험금은 총 6,252건, 314억원에 달한다. 보험 미가입 주민에게 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보다 훨씬 많아 실질적인 복구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지난해 지급된 보험금은 2006년부터 6년간 지급된 보험금 합계보다 3.6 배 나 많았다. 이는 풍수해 피해강도가 갈수록 커지는 반면에 역설적이지만 풍수해보험의 효용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국내 풍수해 통계를 보더라도, 연평균 피해액이 1970년대 362억원에서 최근 10년('02~'11) 연간평균 약 1조7천억 원으로 약 47배 나 증가했다. 또한 이에 대한 복구비로 연간 평균 2조5천억 원이 소요됐다.

작년 한 해 동안에 4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한 것은 1962년 이후 50년 만 이다. 3개의 태풍(볼라벤, 덴빈, 산바)이 연이어 한반도에 상륙하여 큰 피해를 안겨준 것 또한 최초였다.

더욱이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대형 태풍이 한반도를 강타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다.

코앞에 다가온 올 여름은 평년에 비해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최근 10년간('02~'11) 자연재해에서 보듯이 7~9월에 발생한 피해가 전체 피해 중 89%이다. 태풍과 호우로 인한 피해는 91%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올 여름에도 어김없이 찾아올 장마와 태풍 피해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며, 바로 지금 5~6월이 풍수해보험 가입의 최적기임을 뜻 한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볼라벤이나 덴빈 보다 강한 태풍과 집중호우 등이 앞으로 빈번하게 발생하여 국민의 귀중한 재산을 송두리째 앗아갈 것이 뻔하다. 더욱이 이에 대비한 완벽한 방재시설을 갖춘 안전지대조차 없다. 속출하는 기상이변 속에서 내 자신도 자연재난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깨닫고 사전대비와 함께 사후적인 복구를 풍수해보험으로 준비해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금년 여름철에 풍수해 걱정 없는 희망의 씨앗, 풍수해보험 가입을 권유한다. 다람쥐가 도토리를 저장해둔 교훈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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