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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은 키우고, 실패는 보듬는다

이승재 | 기사입력 2013/05/28 [07:40]

새싹은 키우고, 실패는 보듬는다

이승재 | 입력 : 2013/05/28 [07:40]

정부는 5월 15일 가능성 있는 벤처는 키우고, 실패하더라도 재도전할 수 있는 선순환 벤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을 발표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그간 벤처 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엔젤투자, 회수 및 재투자, 재도전 부문의 병목현상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총망라해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로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방안의 가장 큰 특징은 벤처기업의 생애주기별로 맞춤형 대책을 담았다는 점이다. 초기·창업기(0~3년)와 중간·성장기(4~9년), 회수·성숙기(10~15년)로 구간을 나눠 세제 지원과 규제완화, 금융 지원 등의 대책을 달리했다.

우선 창업 단계에서는 자금조달 환경을 융자 중심에서 투자중심으로 바꾼다. 이를 위해 엔젤투자자에 세계 최고 수준의 세제혜택을 주기로 했다. 벤처투자 소득공제 비율을 현행 3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확대하고, 공제한도는 현행 연간 종합소득의 40퍼센트에서 50퍼센트로 높인다. 이렇게 되면 연간 5천만원을 투자하는 엔젤투자자는 380만원의 추가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다.

엔젤투자자가 38퍼센트의 소득세를 납부한다고 가정할 때, 기존에는 570만원(=5천만원×30퍼센트×38퍼센트)까지 경감 받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950만원(=5천만원×50퍼센트×38퍼센트)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

또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수 투자자에게서 소액의 자금을 모집해 기업에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을 신설한다. 아이디어 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에게 여러 혜택을 줘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정책금융도 힘을 보탠다.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해 5천억원 규모의 ‘미래창조펀드’를 조성하고 이 중 2천억원을 설립 3년 이내의 초기 벤처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벤처 유입자금 5년간 4조3천억 늘어 10조6천억 전망

벤처 자금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는 병목 지점인 성장 단계에서는 인수·합병(M&A) 등에 대한 세제·금융 혜택으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길을 넓혀주기로 했다. 현 상황에서 벤처기업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10년 이상 걸리는 기업공개(IPO)뿐이다. 많은 벤처기업이 자금 회전에 어려움을 겪고 이 단계에서 좌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눈에 띄는 부문은 기술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기술혁신형 M&A’에 대해 세제 혜택을 신설한 점이다. 이 경우 매수기업은 거래액 중 기술가치 금액의 10퍼센트를 법인세에서 공제받고, 매도기업 주주는 증여세를 면제받는다. 적어도 세금이 무서워 M&A를 꺼리는 일은 없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다. 또 대기업이 기술력 있는 벤처기업을 인수하면 계열사 편입을 3년간 유예해준다. 중소기업간 M&A로 규모가 커져 중소기업 기준을 초과하게 될 때도 3년간 중소기업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중소기업 간에 M&A를 할 때는 인수기업의 금융기관 차입자금에 대한 ‘M&A 보증(1천억원)’을 새로 도입한다. 또한 ‘M&A 거래정보망’의 기능을 강화해 공급자와 수요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할 방침이다.

세제 혜택과 함께 정부는 총 2조5천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해 벤처기업 투자금의 중간 회수를 촉진하기로 했다. 2조원 규모의 ‘성장사다리펀드’를 조성해 지식재산권 보호, M&A, IPO 등 성장·회수 단계에 필요한 자금을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7월 신설하는 코넥스 시장은 창업 초기 기업의 특성에 맞춰 상장 요건을 최소화하고, 공시 사항은 축소한다.

회수 단계에서는 재투자가 핵심이다. 성공한 기업이 신생 벤처에 다시 투자해 생태계의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경영권 매각 자금을 재투자하면 이 자금을 처분할 때까지 양도세(10퍼센트) 납부를 연기할 수 있도록 했다. 성공한 벤처기업인이 후배 기업에 투자하는 1천억원 규모의 ‘후배육성펀드’도 조성한다.

넘어져도 다시 뛸 수 있도록 재도전 환경도 손본다. 우선 재도전 기업 전용 재기자금을 올해 400억원에서 2017년 1천억원까지 늘린다. 또 회생 계획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기업인에 한해 금융이용 제한 기한(현행 5년)을 선택적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했다. 7월 부터 제2금융권의 연대보증을 원칙적으로 폐지한다. 연대보증 관행이 회생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벤처 창업 기반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6월부터 ‘보육기반 투자연계형 기술창업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창업보육센터(BI)와 벤처캐피털(VC)이 보육 공간과 투자(15퍼센트)를 제공하면 정부가 3년간 최대 5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매칭(85퍼센트)해주는 방식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정부의 이번 대책에 따라 향후 5년간 벤처·창업 생태계로 유입되는 투자자금이 애초의 전망치보다 4조3천억원 증가한 10조6천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엔젤투자자의 숫자도 2012년 2,608명에서 2017년 1만2천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세수는 엔젤투자 소득공제, M&A 세제 감면 등에 따른 감소 요인에도 벤처기업의 성장에 따라 향후 5년간 1조6천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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