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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화려한 목욕 문화, 중세 유럽에서 사라진 이유는?

김학영 기자 | 기사입력 2024/09/16 [09:59]

로마의 화려한 목욕 문화, 중세 유럽에서 사라진 이유는?

김학영 기자 | 입력 : 2024/09/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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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기 476년 서로마 제국의 붕괴와 함께 유럽 전역에서 로마의 목욕 문화는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목욕이 더 이상 일상적인 행위로 여겨지지 않았고, 공중목욕탕은 사라졌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    

 

고대 로마 시대, 공중목욕탕은 단순한 위생을 넘어서 사교와 여가를 즐기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로마 제국의 시민들은 온수욕, 냉수욕, 사우나 등의 다양한 시설을 통해 하루의 피로를 풀고, 정치적 논의나 비즈니스를 진행하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했다. 이러한 목욕 문화는 로마가 자랑하던 도시 문명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러나 서기 476년 서로마 제국의 붕괴와 함께 유럽 전역에서 로마의 목욕 문화는 점차 쇠퇴하기 시작했다. 중세 유럽에서는 목욕이 더 이상 일상적인 행위로 여겨지지 않았고, 공중목욕탕은 사라졌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우선, 서로마 제국의 몰락은 도시 인프라의 붕괴를 초래했다. 공중목욕탕과 같은 공공 위생 시설을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행정적 기반이 약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러한 문화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도시의 수도 시설과 공공 목욕탕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했고, 이는 결국 목욕 문화의 쇠퇴로 이어졌다.

 

다음으로, 중세 초기 기독교의 도덕적 영향은 로마의 목욕 문화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당시 교회는 육체적 쾌락보다 영적 순결을 더 중요시했으며, 공중목욕탕은 비도덕적 행위가 일어날 수 있는 장소로 여겨졌다. 이러한 인식은 목욕 문화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였고, 목욕에 대한 기피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중세 유럽에서는 질병과 위생에 대한 오해도 퍼졌다. 특히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휩쓸 때, 물과의 접촉이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이 확산되었다. 물을 사용한 목욕이 오히려 병에 걸리기 쉽게 만든다는 공포가 생기면서, 목욕을 피하고 마른 천으로 몸을 닦거나 향수를 사용하는 방식이 자리 잡았다.

 

마지막으로, 유럽의 사회적 변화도 목욕 문화의 쇠퇴에 기여했다. 농촌 중심의 생활로 전환되면서 도시의 공공 위생 시설이나 목욕 문화는 점차 중요성을 잃었다. 로마 제국이 제공했던 도시 생활의 편의성은 유지될 수 없었고, 이는 위생 관념의 퇴보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변화 속에서도 유럽인들이 위생을 전혀 무시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목욕의 빈도가 줄어들고 위생을 유지하는 방법이 변화했을 뿐이다. 르네상스 시기에 들어서면서 다시 위생이 중요하게 여겨졌고, 근대로 넘어오며 목욕 문화는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고대 로마의 번영을 상징하던 목욕 문화는 중세 유럽에서 여러 사회적, 종교적, 그리고 경제적 이유로 쇠퇴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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