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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공무원 연금 개혁, 새누리당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편집부 | 기사입력 2014/12/01 [10:13]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공무원 연금 개혁, 새누리당의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편집부 | 입력 : 2014/12/01 [10:13]


[내외뉴스=더피플 나덕흥 기자]새누리당은 공무원 연금 이해당사자 단체들이 공적연금 개편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조직체인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공동투쟁본부’(공투본)와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한 공무원 연금 개혁 방안 논의를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새누리당은 사회적 합의기구 제안을 거부한 이유로 공무원노조가 참여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했다가는 결국 개혁에 실패할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대표인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괴변이 아닐 수 없다.

연금 기여금을 성실히 납부하고 있고, 연금 개혁이 되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고 국회의원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정치적인 계산에 입각해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방법일까  국회의원들이 무슨 자격으로 20년 내지 30년 열심히 국가를 위해 일하고 연금 기여금 착실히 납부한 공무원들의 연금을 자기들 마음대로 개혁한다는 말인가.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공무원과 공무원 가족을 포함해 수백만 명의 국민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공무원 연금을 개혁한다면서 왜 그 수백만 명의 의견에는 귀를 닫고 들으려고 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들이 정부와 새누리당의 공무원 연금 개혁안에 대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 연금 개혁의 직접 당사자인 공무원들의 의견을 정부와 새누리당이 전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기한을 정해놓고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더 내고 덜 받는’ 새누리당의 공무원 연금 개혁안은 손쉽게 연기금 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무원 연금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은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공무원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진행되고 있어 공무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이번에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 연금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공무원들이 재직 기간 동안 납입하는 기여금은 현재보다 평균 17% 올리고, 연금 수령액은 현재보다 평균 15% 낮추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연금 수급개시 연령도 점진적으로 늘려 2031년에는 65세부터 연금을 수급하도록 바뀌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결국, 공무원 연기금의 적자를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메꾸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의 공무원 연금 부담률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턱 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주장하기 전에 정부의 공무원 연금 부담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공무원 연금 부담률은 12.6% 수준으로 다른 선진국들의 공무원 연금 부담률 20%와 독일과 프랑스 정부의 공무원 연금 부담률 50%에 비해 턱 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우리나라 공무원들이 다른 선진국 공무원들에 비해 정부로부터 받는 연금 혜택이 현저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공무원 연금 부실의 책임이 공무원들에게만 있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공무원 연금 개혁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태도이다.

특히, 정부와 새누리당은 공무원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 안정이라는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을 통해 국민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공무원들을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등 여론을 호도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공무원 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 공무원 연기금 재정위기의 심각성을 거론하면서 그 원인이 ‘공무원들이 적게 내고 많이 받아가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연기금이 재정적으로 부실하게 된 이유는 바로 정부가 연기금을 부당하게 사용해 왔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직후에 정부가 11만 명에 달하는 공무원들을 구조조정하면서 퇴직자들에게 지급해야하는 퇴직급여를 사용자인 '국가'가 지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기금에서 4조7169억 원을 지불했고, 2001년에는 연기금에서 책임준비금 7조2000억 원을 사용했으며, 1983년부터 1995년까지 퇴직수당, 사망조위금, 재해부조금 명목으로 연기금에서 1조4425억 원을 정부가 빼 내 썼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14조6890억 원으로 2013년 기준으로 32조3613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정부는 이처럼 정부의 재원 부족을 구실로 공무원 연기금을 임의대로 빼 내 쓰고서, 아직까지 상환도 하지 않은채 공무원 연기금 부족의 원인을 공무원들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더 나아가, 정부 예산으로 운영해야할 공무원 연금공단의 관리운영비 역시 공무원 연기금에서 빼 내 쓰고 있다. 국민연금 관리공단의 관리운영비는 정부예산으로 사용하면서, 공무원 연금관리공단의 관리운영비는 공무원 연기금에서 사용하는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부는 정부예산으로 운영해야 하는 공무원 연금 관리공단의 관리운영비를 공무원 연기금에서 빼 내 쓰고, 정치적 목적으로 국책사업에 공무원 연기금을 임의로 사용하고, 국가에 경제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방어적으로 공무원 연기금을 투입하면서 정부의 사금고처럼 운영해 왔다. 그 중 상당수가 연기금 고유의 수익성 목적과 정반대로 사용되는 바람에 수익성은커녕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게 되어 공무원 연기금 적자의 원인이 된 것이다. 이처럼, 공무원 연기금 재정악화의 원인이 정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무원 연기금 부실이 마치 공무원들이 연금을 많이 받아서 비롯된 문제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국민들을 속이는 아주 비열한 행위다. 그리고 고용주인 정부가 연기금 고갈의 책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에게만 고통을 감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적반하장의 불공정한 요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공무원들은 연기금이 어떻게 운영되지도 모른 채 꼬박꼬박 정부와의 계약에 따라 연금을 착실하게 납부한 죄 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와의 약속을 믿고 성실하게 연금을 납부한 공무원들에게 마치 연기금 부실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처럼 매도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를 위해 성실히 일한 공무원들에 대한 고용주로서의 예의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반발하는 공무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애국심을 발휘하라고만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공무원들에게 일방적으로 희생만 강요하지 말고 자신들이 먼저 솔선수범하는 모습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특히, 공무원 연금 개혁법안 발의자들인 새누리당 의원들부터 솔선해서 국가재정에 도움이 되도록 세비를 30% 정도 삭감하고, 연금도 받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들은 기여금 한 푼 안 내고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면 연금을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연금은 연금대상자가 직접 낸 기여금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것인 만큼, 연금 기여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국회의원들은 연금을 수령하면 안 되는 것이다. 자신들은 전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공무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몰지각한 행동이다. 국회의원들은 그 직위에 맞게 공무원들이 그리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 하면서 국가재정이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워 공무원들이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데, 공무원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본인들이 먼저 솔선해서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그래야 최소한의 진정성이라도 증명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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