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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미래, 타이거 JK, 비지 수퍼 3인방의 Beyond K-Pop 공연

이종학 | 기사입력 2013/09/13 [13:51]

윤미래, 타이거 JK, 비지 수퍼 3인방의 Beyond K-Pop 공연

이종학 | 입력 : 2013/09/13 [13:51]


요즘 란 곡이 화제다. 그 곡을 부른 가수는 윤미래지만, 통 볼 수가 없다.매스컴 기피증까지는 아니지만, 자주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 지난 9월 11일에 열린 공연은 여러모로 뜻이 깊었다.

 

원래 이 퍼포먼스는 구글 플러스가 기획하고, 유튜브가 협찬한 비욘드 K-Pop 시리즈의 일환으로, 이번이 다섯 번째 행사가 된다. 그간 김장훈, 박정현, 버벌진트 등 매력적인 가수들이 등장하던 차에, 드디어 윤미래까지 보게 되어 참 알찬 이벤트라 하겠다. 골수 팬들을 중심으로 200여 명이 보는 가운데, 드디어 정각 8시에 본 공연이 시작되었다.

 

사실 윤미래를 이야기할 때엔 그의 파트너인 타이거 JK를 빼놓을 수가 없다. 단순한 부부 관계나 음악적 동반자의 관계를 떠나, 이들이 한 무대에 서는 모습 자체가 일종의 운명적인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또 무대 위에서 벌이는 퍼포먼스 자체가 서로가 서로를 돕고, 상승하는 효과를 갖고 있어서, 보는 입장에선 무척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잘 몰랐지만, 드렁큰 타이거로 알려진 타이거 JK는 어느덧 20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이다. 국내에서 별 관심이 없던 힙합이란 장르를 갖고 이런 오랜 세월 동안 견뎌내면서 이름을 알리고, 음악을 퍼트린 점은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고, 그 만큼 내공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한다.

 

솔직히 고백하면, 나는 힙합과 해비 메탈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니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번 공연을 통해, 뭔가 새롭고 즐거운 세계가 있구나 알게 되었다. 그 부분이 개인적인 수확이라면 수확이겠다.

 

윤미래, 타이거 JK, 비지(Bizzy) 등으로 이어진 이들 세 명은 함께 활동중이다. 특정 그룹이나 프로젝트에 속한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드렁큰 타이거로 발표한 신작 앨범 에 함께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합동 공연이 이뤄진 것이다. 사연이야 어쨌든 팬들로서는 즐거울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참고로 이번 무대에 등이 포함되어, 앨범이 발표되기 전에 미리 감상하는 행운도 누일 수 있었다.

 

본 공연은 크게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되었다. 우선 비지가 스타트를 끊고, 드렁큰 타이거가 나와 함께 하는 가운데, 중간에 윤미래가 등장하는 컨셉이다. 그러나 비지의 오프닝을 빼면 3명이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퍼포먼스였으므로, 굳이 세세히 나눌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번 행사에서 제일 놀란 것은 이들의 실력이다. 속사포처럼 언어를 쏟아내고, 중간에 후렴구를 반복하면서 관객을 흥분시키고, 가끔씩 멋진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문제는 그 퀄리티다. 솔직히 말하면, 미국 본토에서 바로 상륙한 듯한 내용이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한국인이 힙합을 한다고 하면 약간 어설픈 구석이 있고, 그 부분은 “한국적”이라는 수식어로 대충 넘어가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 친구들은, 그냥 “미국적” 힙합을 한다. 그게 “세계적”이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쨌든 충분히 오리지널하고 또 매력적이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곡들, 그러니까 위에 언급한 두 곡을 포함해서 등이 그랬는데, 눈을 감고 들으면 바로 본토에서 가져다 놓은 듯 따끈따끈했고 또 신선했다.

 

하지만 내게는 중간에 부른 곡이 흥미로웠다.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서 를 테마로 도입, 바로 임프로비제이션하는 부분에서 아하, 이런 음악은 기본적으로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는구나 깨달았다. 재즈와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일종의 넋두리나 타령이 들어가, 우리 민속 음악의 형태와 통하는 바도 있어서, 이 부분이 바로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큰 요인이 아닐까 싶었다. 상당한 가능성을 본 셈이다. 스트레이트한 본토 힙합도 좋지만, 이런 곳에서 우리만의 컨셉을 찾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기대했던 윤미래의 를 들을 수 없어서 유감이었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뮤지션이라는 점은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그 목소리 톤이 흑인적인 필링이 가득해, 본격적인 R&B나 소울을 충분히 소화해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한국에서 많은 가수들이 나왔지만, 이런 컬러를 가진 뮤지션은 전무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 와중에 나는 그녀에게서 로린 힐(Lauryn Hill)의 모습을 떠올렸다. 처음 푸지스에 나와 노래하던 모습도 매력적이었지만, 힙합과 록을 적절히 섞어서 대중화한 장면이 자연스럽게 기억났기 때문이다.

 

사실 대중은 노래를 원한다. 특별한 멜로디는 내용과는 상관없이 가슴에 깊이 각인된다. 이런 멋진 보컬을 가진 팀이라면, 그간의 내공을 감안했을 때, 노래와 랩이 어우러진 곡을 만들지 못할 리가 없다. 아마도 한국의 대중 음악 씬을 뒤흔들만한 작품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2시간 동안 한껏 달아오르게 한 이들의 무대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개인적으로 힙합에 대한 편견을 고칠 수 있어서 의미가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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