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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 비욘드 K-Pop 공연 리뷰

편집부 | 기사입력 2013/09/01 [22:44]

장기하와 얼굴들 비욘드 K-Pop 공연 리뷰

편집부 | 입력 : 2013/09/01 [22:44]


[내외신문?=?이종학 기자] 토킹 해즈, 산타나, 산울림, 신중현, 그린데이 ...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적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기란 그리 쉽지 않다. 수많은 장르와 아티스트가 결합한 가운데, 지극히 한국적인 록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내게 장기하의 음악에서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바로 이런 한국적인 면, 일종의 민요같기도 하고, 삼류같은 느낌의 멜로디가 언뜻언뜻 짚이는 대목인데, 그 부분이 상당히 유쾌하고, 신선했다.

 

물론 장기하에게서 데이빗 번의 모습을 지우기란 쉽지 않다. 보컬의 톤이나 무대 액션 등 많은 부분에서 영향을 받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한이 없다. 어떤 아티스트든 자기의 우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인데, 그 점에서 상당히 분발했고, 성과도 좋은 듯하다. 한국에서 많은 뮤지션이 나왔지만, 어쨌든 장기하와 같은 캐릭터는 한번도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이런 장르의 특성상, 대중과 만나게 되는 접점이 어느 선에서 이뤄지냐일 것이다. 갑자기 발라드나 소울로 돌아설 수는 없을 테고, 그간 지향해왔던 음악에서 뭔가 해답을 찾아야할 것이다.

 

그러나 꼭 오버 그라운드로 진출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인정받는다는 일종의 석세스 스토리에 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이런 특출난 개성을 오랫동안 견지해서 조금씩 조금씩 팬들을 확보해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확 뜨는 맛은 없지만, 그렇다고 확 지지도 않는다. 화무십일홍이라고, 스타네 뭐네 잘난 척하다 쉽게 뇌리에 사라진 가수들이 얼마나 많은가  무슨 연예 프로에 나오고, 개그를 하고, CF에 나오는 것만이 한국에서 뮤지션으로 성공하는 길인가  난 아니라고 본다.

 

어쨌든 그간 풍문으로만 들었던 장기하의 무대를 지난 8월 29일, 청담 CGV에 있는 M-Cube 관에서 봤다. 8시쯤 시작해서 한 시간 동안 8곡을 공연한 가운데, 중간에 인터뷰도 하고, 팬들과 대화도 갖는 프로그램이었다.

 

참고로, 난 이 공연장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간 하이엔드 오디오를 리뷰하고, 녹음이 잘 된 음악을 듣다가 막상 공연장에 가면 실망하기 일쑤였는데, 이 점에서 이곳은 합격점을 줄 만도 했다. 많아야 200명 정도 들어가는 소극장이지만, 구석구석 빈틈이 없이 음향을 꽉 채우고, 일체의 위 아래 짤림이 없는 풀 프리퀀시의 믹싱이나 보컬의 생생한 표현 등은 그간 느꼈던 갈증을 채우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풍부한 조명은 보는 맛도 더해줬다.

 

아무튼 코앞에서 펼쳐진 장기하의 무대는, 정교하게 계산된 퍼포먼스와 강약의 조절, 관객의 적절한 반응 유도 등 모든 면에서 프로페셔널했다. 오랜 기간 무대에 서왔던 내공이 충분히 느껴질 만큼, 만족스런 결과물이었다. 특히, 서로 쳐다보지 않고도 호흡이 척척 맞는 멤버들의 기량은 충분히 무르익어서, 보컬의 몸짓이나 숨결 하나에도 이내 반응할 정도였다. 보는 내내 감탄한 대목이다.

 

산타나 초기 음악에 매혹적으로 깔리는 올갠을 연상케 하는 인트로로 시작한 첫 곡 는 약간 사이키델릭한 맛이 가미되고, 극적인 퍼포먼스가 이뤄져 이내 관객들이 벌떡 일어서게 한다. 첫 곡부터 팬들의 아드레날린을 확 끌어올리는 능력은 과연 장기하구나 감탄하게 한다.

 

이어서 중간에 확 점프할 때의 짜릿함은 관객들의 비명으로 충분히 보상받았고, 그에 상반되는 천연덕스런 표정은 자연스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한편 에코를 잔뜩 넣은 읇조림으로 시작하는 는, 일종의 랩처럼 중얼거림으로 이뤄졌지만, 봉고의 이국적인 두드림이 결합되어 일종의 주술을 선사한다. 상당히 신선한 접근법이다. 게다가 펑크 풍의 를 들으면, 이 친구의 음악적 내공이 엄청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해비 메탈이니 뭐니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길로 가지 않은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뉴 웨이브 계열의 음악이 주가 되는지라, 우리에게 익숙한 어법이 아니라는 점은 짚고 넘어갈 만하다. 이런 음악은 우리가 익히 아는 기승전결이나 클라이맥스가 없다. 그냥 맹숭맹숭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먼저 음악을 듣고 충분히 숙지하지 않으면, 이런 공연에선 낯설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공백을 장기하의 극적인 퍼포먼스와 특이한 (?) 캐릭터로 메우지만, 어쨌든 이런 난점이 쉽게 극복될 수 있을 것같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런 소극장엔 오로지 장기하의 팬들로만 채워져서, 많은 분들이 가사를 따라부르는 상황인지라, 그런 어색함은 아예 없다. 하지만 무대가 넓어지고, 처음 장기하를 접하는 팬들이 많은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오버 그라운드의 세계는 마치 헐리웃의 블록버스터처럼 그에 걸맞는 스토리와 형식이 존재한다. 과연 그 벽을 어떤 방식으로 넘어가냐는 큰 숙제가 아닐까 한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것은, 1시간 가량 재미있게 공연을 봤지만, 뇌리에 남는 뚜렷한 멜로디가 없다는 점이다. 장기하의 음악에서 형식이 주는 자유로움이나 파격은 인정하지만, 쉽게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라인이 없다는 점은 아쉽기만 하다. 물론 열성 팬들이야 전곡을 다 외우고, 언제든 노래할 준비가 되어있겠지만, 난 경우가 다르다. 이런 초보 팬들도 돌아가는 길에 기분좋게 흥얼거릴 수 있는 곡이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언젠가는 토킹 해즈의 나 처럼, 자신의 스타일과 대중성을 적절히 융합한 곡이 나오리라 믿는다. 전문 작곡 파트너를 두거나, 발상을 달리 한 곡을 만들면서 전환점을 모색하는 것이 어떨가 싶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개성이 뚜렷한 뮤지션이 오랫동안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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