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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너희들이 알긴 뭘 알아

편집부 | 기사입력 2013/08/28 [10:56]

[칼럼] 너희들이 알긴 뭘 알아

편집부 | 입력 : 2013/08/28 [10:56]

김정겸 (한국외국어 대학교 철학과 교수)

아이들의 문화를 알자!

 

서태지가 ‘난 알아요!’를 들고 나왔을 때 기성세대는 농담 삼아 ‘지가 알긴 뭘 알아!’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역시 서태지는 ‘아이들의 문화’를 알고 나왔다. 이제껏 들어 보지 못했던 반복적인 가사는 지금도 모든 노래의 가사에 쓰이고 있다. 자꾸 반복되어 노출되는 것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에 익숙해지고 애착을 갖게 된다. “반복적 노출은 사회적 애착”이라고 말한 로버트 자이온스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난 알아요’가 나오기 전까지의 가사와 곡은 일정한 틀(4/4박자, 3/4박자 등)에 맞추어 진 전형(典型)이어야 했다. ‘전형적’이라는 말은 같은 부류 안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본질적인 특성을 가진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난 알아요’는 빠른 리듬에 rap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제시했다. rap은 ‘강렬하고 반복적인 리듬에 맞춰 가사를 읊듯이 노래하는 대중음악〔Daum 국어사전〕’이다. 놀랍고 신선했다. 빠른 템포만큼 아이들의 가슴은 뛰게 했고 rap은 젊은 세대들만이 따라 할 수 있는 전유물이었다. 이는 기성세대에 대한 도전이었다. 지금까지 억눌려 왔던 젊은 세대는 자신들만의 독특함을 보여 주고 싶은 욕망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소위 Post-Modernism의 출현인 것이다.
이제까지 공통성(Common)만 강요해 왔고 획일적인 사고방식의 교육, 주입식 교육이 이루어졌다. Modernism적 진리는 누구에게나 똑같은 답을 강요하는 획일적 진리이다. 예를 들면 ‘수상한 사람을 보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모두 ‘113에 신고해야 한다.’만이 정답인 것이다. ‘이웃집 어른에게 알린다.’도 맞는 답이지만 이는 정답이 되지 않는다. 서태지 세대들은 ‘113’과 ‘이웃집 어른’ 모두가 정답이라는 것이다.

대중문화(Popular Culture)는 기존의 귀족문화에 대해 자연 발생적이다. 기존 세대의 문화에 대한 저항문화를 청소년 문화로 보면 그네들을 이해할 수 있다. 청소년의 기존세대에 대한 저항문화는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P. Willis는 저항이론에서 「반학교 문화를 형성」하는 자율적이고 능동적인 존재로 본다. 수동적인 존재에서 벗어나 인간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개혁할 수 있다고 본다. 기존 기득권 세대는 청소년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공통성과 전체성만을 추구해 왔던 기성세대가 차이성(It's different)을 주장하는 개성만점의 그네들을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러나 정신세계는 이해(Verstehen)의 학문이다. 이해는 상호작용과 의미소통의 과정이다. 정신세계를 실증적으로 이해하려는 기성세대는 절대로 젊은 세대의 문화를 이해할 수 없다.
학교는 푸코(Foucault)의 말처럼 학교규율이나 시험을 통해 학생들의 모든 것을 감시 감독하는 원형감옥(panopticon)이다. 가정도 틀에 짜여진 대로 움직여 주어야 하는 robot역할을 강요해 왔다. 이런 보이지 않는 틀 속에서 서태지는 해방구였다.
대한민국이 OECD가입국 중 이라크 다음으로 갈등지수가 높다고 한다. 이념갈등, 세대갈등, 지역갈등, 공공갈등으로 인해 사회적 손실이 무척 크다. 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이 되어 서로를 이해해야 한다. 영어로 역지사지를 “put oneself into a person's shoes"로 표현한다. 자신을 다른 사람의 신발 속으로 넣어 보라는 뜻이다. 남의 신발은 맞지 않는다. 이때 상대방이 얼마나 불편했던가를 이해할 수 있다. 이제 Modernism적 기성세대는 post-Modernism적 사유의 젊은 세대를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를 하여야 한다. 거꾸로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에 대한 배려를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이때 진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다. 정치도 마찬가지이다. 갈등이 없는 사회를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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