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마당놀이공연장면 / 제공 : 국립극장
[내외신문=김미령기자] 살을 베어낼 듯 칼날 같은 바람이 분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시간이 지나간다. 모질고 험난한 세월이지만 한바탕 웃음으로 버텨낸다면 조금은 수월할까, 그래서 무대가 있고 광대가 있는 것일 게다. 오래되었지만 그래서 더 친근하고 신나는 이야기가 있다. 주름진 어르신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피우게 하고 답답한 속 박장대소하며 달래주는 이야기, 마당놀이 이다.?
‘마당’에서 잔치가 벌어진다. 누구의 눈치도 볼 것 없고 그저 신나게 웃고 즐긴다. 는 2014년 국립극장이 ‘극장식 마당놀이’로 탈바꿈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에 이은 마당놀이 ‘온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다.?
연말연시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기기에 제격인 마당놀이를 연말 연례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기획으로, 손진책(연출)·국수호(무용)·김성녀(연희감독) 등 마당놀이 원조 제작진이 다시 의기투합해 춘향과 몽룡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유쾌 통쾌한 마당놀이 공연으로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 공연에서는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가설 객석을 삼면으로 설치해 출연진과 관객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고, 동시대 사회 이슈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질펀한 유머,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돌직구’ 대사 등 마당놀이 특유의 매력도 그대로 살렸다.?
어떻게 손을 봐도 빤 한 이야기, 너무나 잘 아는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이야기에 특별히 지고지순한 사랑에 목매지만 그녀의 사랑을 지켜줘야만 하는 순정파 변학도, 나오자마자 잘생긴 오빠에게 맘을 뺏겼다며 관중에 농을 거는 향단이가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알고 있어도 이렇게 재밌고 흥겨운 것은 민족이 가진 ‘흥’때문일까.
과하지 않은 영상과 라이브로 들려주는 국립국악 관현악단의 연주를 바탕으로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친다. 오토바이와 롤러브레이드를 타고 등장하는가 하면 서책인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노트북이 된다. 공중을 날아다니고 무덤이 도망 다닌다. 장면마다 반짝이는 재치를 확인할 수 있는데 한편으론 이몽룡에게 개가죽을 입혀 조롱하는 전통적인 풍자도 놓치지 않았다.?
국립창극단 단원들의 어우러짐 또한 아름답다. 객석을 한 면이 아니라 사 면으로 만들면서 고려해야할 것이 많았을 것이다. 등퇴장과 움직임, 안무 등에서 어느 쪽도 소외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게다가 무대 위로 관중들이 올라와 있어 조금은 비좁을 텐데 끊임없이 말을 걸고 농을 건다. 해오름극장을 실제 마당과 같이 무대 위에 관중이 앉아 사방에서 볼 수 있도록 한 것은 신의 한수가 아닐까.?
공연에 앞서 고사를 지내고 원하는 관중은 동참하게 한다. 또한 극의 마지막에도 ‘마당’에서 배우와 관객들은 한데 어우러져 논다. 신명나는 잔치가 계속되는 것이다. 이 시간에는 마음껏 사진을 남길 수 있다. 타 공연과는 완전히 차별되는 부분이다.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동참해 놀 수 있는 ‘마당놀이’니까.
연말 연시에 다른 볼거리도 많이 있겠지만 온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우리 문화를 생각했다는 포부답게 앞으로도 이 ‘온다’ 시리즈가 계속 올 수 있기를 바래본다. 해외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도 한국의 ‘마당놀이’를 소개하고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진정한 ‘한류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를. 신명나는 한판, 함께 놀아봄도 바람직하지 않은가!
춘향 역에 민은경과 황애리, 이 몽룡 역에 김준수와 이광복, 변학도 역에 김학용, 향단 역에 서정금, 방자 역에 정준태, 월매 역에 나윤영 등 국립창극단의 걸출한 배우들이 시간과 공간을 ‘흥’으로 채워준다.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월 10일까지.?
‘춘향이 온다’ 티켓 소지 시 50% 할인된 가격으로 공연을 또 관람할 수 있는 ‘보고 또 보고’는 물론, 온 가족이 저렴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세대공감’(2월 6~10일 공연에 한함) 등 할인도 마련했다. 자세한 내용은 국립극장 홈페이지를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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