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심종대 기자]전경련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인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대한 세무조사 권한을 국세청으로 일원화토록 하는 지방세 관련법 개정안들이 통과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국세청과 지자체의 중복 세무조사로 기업의 납세협력비용뿐 아니라, 지자체마다 과세표준(과세대상 소득)을 다르게 산정하는데 따른 혼란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경련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이 법안들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개정안들이 지자체가 갖고 있는 모든 세무조사 권한을 국세청으로 되돌리자는 것이 아니고, 11개의 세목 중 지방소득세에 대해서만, 그 중에서도 부작용이 예상되는 ‘과세표준 산정’ 관련 세무조사 권한만을 재조정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자치 역행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따른 기업의 납세협력비용 급증 우려는, 지난 2013년말 지방세법 개정 당시에는 법안 논의에 참여했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입법미비 사항’으로, 지금이라도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은 지자체 세무조사에 더 큰 문제점이 내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마다 세무조사 결과를 다르게 내려 기업이 어느 기준에 따라 세금을 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즉, 세무조사 부담 급증과 함께 그 결과에 따른 세정혼란도 우려된다는 주장이다.
전경련은 개정안이 마치 지자체의 모든 세무조사 권한을 박탈하는 것처럼 호도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지자체는 취득세, 주민세 등 모든 지방세 세목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고 있고, 이 중 지방소득세 세무조사만 국세청이 전담해야 하는 이유는 지방소득세가 과세대상 소득(과세표준)을 국세와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세무조사권이 동반되지 않은 과세권은 무의미하다는 지자체의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국세와 지방세의 과세대상 소득이 같은 경우에도 국세청, 지자체 모두가 그 소득이 제대로 계산됐는지 들여다볼 경우 납세자에게 이중부담과 이중혼란을 초래한다. 외국도 이러한 인식에 따라 국세청만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 캐나다 등 국세와 지방소득세의 과세표준이 동일한 국가들은 지방정부가 과세표준에 대해 세무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주정부가 세무조사를 하고 있으나, 이는 주마다 과세표준이 달라 별도로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은 지자체가 지방소득세 과세표준에 대해 세무조사를 할 경우,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동시다발적 세무조사로 기업의 납세협력비용이 급증할 수 있음을 지적해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있는 자료를 내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세무조사 부담이 없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해 법을 고치려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경련은 이런 반응이 전형적인 규제 마인드라고 항변한다. 세무조사는 사전준비, 현장대응, 불복절차 등 다양한 비용을 수반, 과세당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비용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제도 시행에 따른 부작용을 사전에 검토하고 제거하려는 노력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문제가 드러나면 논의하자’는 발상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자’는 사고와 다를 바 없다.
전경련은 “동시다발적 세무조사에 대한 우려는 지방세 독립세화를 추진했던 2013년 ’말에 이미 고민했어야 하는 사안임에도, 당시에는 지방재정 확충에만 골몰해 법안 논의에 참여했던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면서, “지금이라도 이러한 ‘입법미비 사항’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현재 지자체 세무조사의 부작용으로 ‘기업 부담 급증’만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더 큰 문제점을 제기했다. 즉, 세무조사를 실시한 여러 지자체가 과세표준에 대해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 관계자는 “한 지자체는 과세표준을 넓게 해석해 지방소득세를 추징하고, 다른 지자체는 과세표준을 좁게 잡아 세금을 환급하는 등 세무조사를 받을 때마다 추징, 환급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복수의 지자체가 동시에 세무조사를 실시해 과세표준의 범위를 서로 다르게 결정할 경우, 어느 지자체의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야 할지 모른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경련은 “하나의 과세표준에 대해서는 하나의 정답만 나와야 납세자가 이를 따를 수 있다”면서, “지자체가 세무조사를 하게 되면 최대 227가지의 답(226개 지자체 + 국세청)이 나와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곧 19대 국회가 종료된다. 임기만료와 동시에 지금의 개정안들은 모두 자동폐기된다. 올해가 가기 전에 법안들이 꼭 통과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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