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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 극단 산울림, 임영웅 연출 ‘어느 교향악단 심벌즈 연주자 이야기 챙’

편집부 | 기사입력 2015/09/07 [10:13]

(박정기의 문화산책) 극단 산울림, 임영웅 연출 ‘어느 교향악단 심벌즈 연주자 이야기 챙’

편집부 | 입력 : 2015/09/07 [10:13]


[내외신문=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산울림소극장에서 이강백 작, 임영웅 연출, 손봉숙의 1인극 ‘어느 교향악단 심벌즈 연주자 이야기 챙’을 관람했다.

 

이강백(李康白)은 1947년 전북 전주 출생으로,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다섯’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이후 이강백은 1970년대의 억압적인 정치.사회 상황 하에서 제도적인 폭압 체계를 상징적으로 풀어내는 데 성공한 작가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그는 제도적인 폭압 하에서 신음하는 개개인의 비극적 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그러한 현실 이면에서 횡행하고 있는 권력의 위선을 폭로하는 데에 더욱 주안점을 두었다

 

‘셋’(1972), ‘알’(1972), ‘파수꾼’(1974) 등이 그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후의 작품들, 곧 ‘결혼’(1974), ‘보석과 여인’(1975) 등부터는 그러한 제도적인 면 뒤의 인간적인 보편성까지를 추구하고자 하는 시도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의 우화적인 장치는 1980년대의 ‘족보’(1981), ‘쥬라기의 사람들’(1982), ‘호모 세파라투스’(1983), ‘봄날’(1984) 등의 작품에 와서는 상징주의 혹은 서사극적인 기법으로 바뀌고, 주제 면에서도 정치.제도 등의 외적인 한계에 직면한 인간의 모습보다는 운명적 조건하에서의 인간 본성의 탐구라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된다.

 

이러한 주제들은 ‘유토피아를 먹고 잠들다’(1987), ‘칠산리’(1989), ‘물거품’(1991), ‘동지섣달 꽃 본 듯이’(1991) 등의 작품에 이르러서는 훨씬 더 삶의 본질적인 태도를 묻는 형이상학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의 탐구로 접근해 간다.

 

이 점은 민족현실을 취급하고 있는 작품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분단문제를 다룬 ‘칠산리’에서는 전쟁의 화약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도 분단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4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동지섣달 꽃 본 듯이’는 우리 사회의 정치.종교.예술의 모습을 우리 고유의 정서 속에서 보여주고자 한 작품으로서, 그가 추구해 온 ‘겹침효과’의 방법이 설화구조 속에서 효과적으로 빛을 발휘하였다.

그는 ‘북어대가리’(1993), ‘자살에 관하여’(1994) 등을 발표하는 등 꾸준한 창작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1982년 동아연극상, 1983년 한국희곡문학상, 1985년 베네수엘라 제3세계 희곡경연대회 특별상, 1986년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96년에는 ‘영월행 일기’로 제4회 대산문학상 희곡 부문 수상, 1998년에는 ‘느낌, 극락 같은’으로 제5회 우경문화예술상을 수상하였다.

 

우화와 비유로 충만한 비사실주의 작품을 주로 써서 ‘알레고리의 작가’라는 별명이 붙었으며, 작품 세계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정교한 논리로 구성한 것이 특색이다. 등단 이후 거의 해마다 창작 희곡을 내놓았고, 그 가운데 11편은 서울연극제 무대에 올랐다. ‘이강백 희곡전집’이 평민사에서 간행되었다.

 

이강백은 1982년에서 1990년까지 크리스천 아카데미 문화부장을 지냈고, 1990년에서 1997년까지는 동아 연극상 심사위원을 맡았다. 한편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강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강사,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강사, 객원교수 등을 지내고, 2003년부터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교수로 재임 중이다.

 

연극 ‘챙’은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이자 심벌즈 연주자였던 함석진이, 비행기 추락사를 당한 1년 뒤, 그를 추모하는 모임에서 미망인인 이자림이라는 부인을 초청해,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인 박한종과의 대담으로, 함석진과 그녀와 만남과 사랑, 그리고 결혼해 자녀 셋을 낳고, 국내뿐 아니라, 세계 각국으로 연주여행을 한 사연을 들려준다.

 

뉴욕 연주에서는 심벌즈를 두드리지 않은 일이 발생했는데, 그와 관련한 기사를 쓴 기자가, 연주자가 졸다가 심벌즈를 울리지 않았다고, 비하하는 기사를 써, 그 책임을 지고 함석진은 악단에 사직서를 제출한다. 그런데 사실은 연주 시에는 지휘자의 신호가 있어야 심벌즈를 치기로 되어있었기에, 지휘자인 박한종이 연주에 몰두해 신호를 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일이라, 박한종은 자신의 잘못이라고, 사직서를 제출한다. 그러자 단원들 전원이 동조사직원을 제출하는 바람에, 담당자가 그 일은 없던 일로 결정이 된 일화가 소개가 된다.

 

동남아 연주 여행 시에는 부족 간에 전쟁이 벌어져, 총성이 요란해, 연주를 중단하려고 했으나, 함석진의 격려하는 듯한, ‘챙’하는 심벌즈 소리에 연주를 끝까지 한 이야기와, 교향악단 연습실 부근에 해마다 피던 목련화가 어느 해인가, 봄이 한창인데도 목련화가 꽃피울 생각을 안 해, 아마 목련화 나무가 죽은 모양이라고 다들 생각할 때, 함석진이 목련화 주위를 돌며, 힘차게 심벌즈를 두드렸는데, 그 다음날 나무에서 꽃망울을 내밀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함석진은 안산에서 경비행기회사를 운영하는 친구와 가끔 비행을 하며, 경치관람을 즐겼는데, 어느 날 돌연 경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런데 조종사의 시신은 발견이 되었으나, 함석진의 시신은 1개월이 지나도 발견되지 않았고, 1년이 경과했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1년 뒤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의 추모모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 자리에서 함석진과 이자림이 소시 적, 심벌즈 소리 때문에 티격태격하다가 차츰 정이 들고, 한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이자림이 우연히 관람한 연주회에서 함석진의 연주모습을 보게 되고, 바로 그날 두 사람은 해후를 하게 되면서 사랑을 꽃피우고, 부모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하게 된 사연도 함께 펼쳐진다. 부모님 역을 할 즉석연기자를 객석에서 데려다 연극에 동참시킨다.

 

대단원에서 함석진의 유서가 공개가 되고, 심벌즈는 다음 연주자에게 승계되듯 전해진다.

 

무대는 오케스트라의 모든 단원과 지휘자 그리고 맨 뒤에 자리한 심벌즈 연주자의 대형사진이 7폭 병풍에 실려 펼쳐져 있다. 배경 중간에 심벌즈가 직사각의 입체조형물 위에 놓여있다. 무대 상수 쪽에 턴테이블과 레코드판이 비치되어 있고, 하수 쪽에 의자가 서너 개 놓여있다. 상수 쪽 배경 막 가까이에 등퇴장 로가 있다.

 

음악은 베토벤의 교향곡 7번을 비롯해,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비발디의 사계, 모리스 라벨의 볼레로, 요한슈트라우스의 왈츠, 브람스의 교향곡 등 귀에 익은 연주곡이, 서울 그랜드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축음기를 통해 들려나온다.

 

손봉숙이 함석진의 부인 이자림으로 출연한다. 1인극이지만 바탕에 깔린 심벌즈 연주자 함석진의 예술가로서의 의지와 인간적 면모가 교향악의 연주와 함께 객석에 자연스럽게 전달되면서, 관객 하나하나의 가슴 깊은 곳까지 그의 일화가 음악과 더불어 스며든다.

 

임수진 극장장, 임수현 예술감독, 무대 박동우, 조명 김종호, 음향 한 철, 사진 이지락, 인쇄물 디자인 올 디자인 그룹, 등 제작진 모두의 기량이 은근히 들어나, 극단 산울림의 이강백 작, 임영웅 심재찬 공동연출의 ‘챙’을 세계시장 어디에 내 놓아도 좋을 한편의 고품격 1인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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