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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 극단 독립극장, 구태환 연출 ‘달의 목소리’

편집부 | 기사입력 2015/08/23 [18:02]

(박정기의 문화산책) 극단 독립극장, 구태환 연출 ‘달의 목소리’

편집부 | 입력 : 2015/08/23 [18:02]


[내외신문=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극단 독립극장의 광복70주년기념공연 김수미 작, 구태환 연출의 ‘달의 목소리’를 관람했다.

 

'달의 목소리’는 여자독립군 정정화 선생의 전기 ‘녹두꽃’을 1인극으로 구성한 연극이다.

 

정정화 선생은 한성부에서 태어나 1910년 어린 나이에 김의한과 결혼했다. 남편은 구한말 고위 관료인 김가진의 아들이었다. 시아버지 김가진은 1919년 상하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전격 망명했고, 정정화는 시아버지와 남편을 따라 1920년 역시 상하이로 망명했다. '연로하신 시아버지를 모셔야한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그녀는 감시가 덜한 여성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임시정부의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는 역할을 맡아서 중국과 국내를 오가면서 10여 년간 자금 모금 책, 연락책으로 활동했다. 또한 중국 망명 27년 동안 자신의 가족 뿐 아니라 이동녕, 백범 김구 등 임정요인 및 그 가족들을 돌보며 임시정부의 안 살림꾼으로서 임정 요인들이 지속적으로 독립운동을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하였다.

 

1940년 한국혁명여성동맹(韓國革命女性同盟)을 조직하여 간부를 맡았고 충칭의 3.1 유치원 교사로도 근무했다. 1943년 대한애국부인회 훈련부장이 되는 등 임시정부를 대표하는 여성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광복 후 인생행로는 순탄치 않았다. 미군정의 홀대 속에 1946년 개인 자격으로 귀국해야 했고, 오랫동안 임시정부에서 함께 활동했던 김구 선생은 암살되었다. 6.25사변 중 김의한은 안재홍, 조소앙 등과 함께 납북되었으며, 남한에 남은 정정화 선생은 부역죄로 투옥되는 등 고초를 치렀다.

 

정정화 선생은 1991년에 서거하고, 1982년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 받았다. 저서로는 회고록 ‘녹두꽃(1987)’ ‘장강일기’를 남겼다. 이 회고록을 토대로 연극 ‘장강일기’와 ‘치마’ ‘아! 정정화’ 등 여자독립군 정정화 선생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연극을 극단 독립극장에서 공연하고, 2015년에는 ‘달의 목소리’로 공연을 하게 되었다.

 

무대는 대학의 강의실처럼 만들었다. 책상과 의자가 줄줄이 가로 놓여 정돈되어 있고, 책상마다 갓을 씌운 전구가 달려 빛을 발하고 있다. 무대 좌우로 등퇴장 로가 있고, 배경에 영상으로 기관차의 달리는 모습과 한반도와 만주지역 지도에 정 선생의 행로가 화살표로 소개가 되고, 상해 불란서 조계 안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위치, 정정화 선생의 사진, 남편과 시아버지의 사진, 그리고 김구 선생을 비롯한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요원과 이봉창, 윤봉길, 안중근 의사 같은 독립투사의 사진도 투사되고, 2차 대전, 일본 원폭투하, 6 25사변, 그리고 하늘에서 눈꽃송이가 날리는 영상이 투사되어 강의실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무대 상수 쪽에는 건반악기와 현악기 연주석이 있어 연주자들이 극의 도입부터 대단원까지 연주를 하고, 정정화 선생 역을 하는 원영애 극단 독립극장 대표의 혼신을 다한 열연과 노래도 네 곡이나 감상할 수 있다.

 

필자는 1970년대 중반에 광복군 3지대 소속이었던 김문택, 지인중 선생의 소개로 광복군동지회 모임에서 정정화 선생께 인사를 드린 적이 있다. 그때 광복군 동지회분들이 정정화 선생을 “상해 임정에서 밥 짓던 아줌마야.” 라고 소개를 하고, 또 의정부 입구에 위치한 김 구 선생의 휘호가 있는 백범사(白凡寺)라는 비구승 사찰에 갈 때도 동행을 했는데, 함께 자리한 임정재정위원이던 조경한 선생도 “상해 임정에서 밥 짓던 정정화 아줌마야”라고 소개를 해, 상해임정의 가정부노릇을 하던 인물인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모노드라마 ‘달의 목소리’를 관람하고 나서야 정정화 선생의 면모를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예술감독 권성덕, 제작감독 이문수, 라이브 연주 피아노 김예나.이지윤, 첼로 김시은, 무대미술.의상 임일진, 음악 김태근, 분장 김선희, 사진.그래픽 김 솔, 영상감독.조명 한원균, 영상제작 손희영, 조연출 노헌열, 스크립터 곽태관, 기획 심만정.김정아.김선희 등 스태프 모두의 애국심이 제대로 발휘되어, 극단 독립극장의 김수미 작, 구태환 연출의 원영애 극단 독립극장 대표의 모노드라마 ‘달의 목소리’를, 남녀노소 누구나 관람해도 좋을 애국심 고취 1인극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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