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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속도를 바꾸는 그 순간, 뮤지컬<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김미령 | 기사입력 2015/08/11 [14:16]

생각의 속도를 바꾸는 그 순간, 뮤지컬<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

김미령 | 입력 : 2015/08/11 [14:16]


(사진제공:(주)위네트웍스)

[내외신문=김미령기자]


 

시간아 흘러라 시간아 흘러라 / 우리가 원하는 그 세상

원하는 그 소원 모두 다 이뤄진 그 곳으로 / 우리가 꿈꾸는 그곳에


현실의 어려움을 부딪칠 때 한 십년 후의 세상으로 훌쩍 넘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쯤이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되고 조금은 편안한 모습일 것만 같아서. 그래서 빛의 속도를 넘어서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건덕은 말한다. 난 무조건 미래로 가겠노라고. 10년 후 어쩌면 꿈이 이루어진 모습일 그곳으로.


뮤지컬는 올해 1월 창작산실 시범공연을 통해 관객과 처음 만났다가 일부 내용을 수정해 6월 말부터 본 공연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천재적인 야구 선수였으나 연이은 불행에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김건덕의 실화를 중심으로 사랑과 우정, 선택의 여지조차 주어지지 않는 삶에 대해 그리고 있다.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타자 이승엽(경북고), 투수 김건덕(경남상고)은 친구들을 위해 대학에 진학하기로 한다. 그러나 사자승(대학팀을 미리 경험해보는 기간)을 거치면서 생각과는 달리 지나치게 엄격한 합숙소 생활에 전무후무한 ‘대학 떨어지기 프로젝트’를 세운다. 결국 승엽은 프로팀으로 건덕은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확연히 다른 결과만큼이나 그들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초반, 조그만 소극장이 야구경기가 펼쳐지는 운동장이라도 된 듯 무대는 활기차고 열기로 가득하며 웃음이 넘친다. 건덕과 승엽의 ‘대학 떨어지기 프로젝트’를 세우는 장면은 폭소로 가득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면서 이야기는 급격히 어두워진다. 너무나 무거워 숨 쉬는 것조차 답답할 정도이다. 외면할 수는 없다. ‘진짜’ 이야기니까.


‘이승엽’이라는 이름 때문에 야구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쉽게 실화인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이야기는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 났으나 연이은 불행으로 인해 무너졌던 김건덕 선수의 삶을 담담히 그린다. ‘진짜’이야기여서 다가오는 무게감은 상당하지만 실제라서 남는 여운 또한 긴 작품이다.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환경이지만 그래도 꾸준한 노력과 열정으로 눈부신 미래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기에 건덕은 시간이 빨리 흐르길 바란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가버리고 싶었기에. 그러나 시간은 그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 주지 않는다. 오히려 가졌던 유일한 것마저 빼앗기고 만다. 그 하나로 그의 삶이 무너진다, 그것이 전부였기에.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러울 만큼 처절한 무너짐이었다. 부친의 부고에 달려온 여전한 친구들과 스승을 만나 담담한 모습이 아릴 만큼 그의 삶은 이래도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집요하게 괴롭히는 운명으로 인해 완전히 파괴되어버린다.


그런데도 그는 험난한 시간을 버텨내고 단단해졌다. 그리고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실은, 그리되기까지 그가 겪었을 아픔을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원하지 않는 미래일지라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인 모습은 크고 단단해 보였다. 야구로 다시 돌아온 그의 생각이, 마음이, 빛의 속도를 넘어 다시 한 번 찬란히 빛나는 꿈이 되기를 응원해본다.

 

빼앗기고 잃어버린 재능을 꿈꾼다는 것은 얼마나 단단해져야 가능한 것일까. 전부를 잃어버린 그 다음 다시 시작하겠다 마음먹는 일 또한. 그렇게 여전히 일부지만 전부인 것을 위협 당하는 삶을 사는 이들에게 절실한 응원이 되어주는 넘버 또한 유려하다.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 오랫동안 마음에 남겨진다.


시범 공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던 전 캐스트에 실력파 배우들이 합류했다. 천재 투수 김건덕 역에 안재영, 강태을, 민우혁, 절친한 친구 이승엽 역에 김영철, 전재홍, 김찬호, 건덕의 첫사랑이자 승엽의 소꿉친구, 윤호정 역에 김민주, 박세미, 건덕의 아버지 역할에 김호섭, 김도신, 건덕과 승엽을 아끼는 코치 역할에 김형균, 이밖에 최연동, 손성민, 박세웅, 최석진이 여러 가지 역할로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간다. 8월 16일까지 대학로 TOM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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