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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김인숙 사진전

이종학 | 기사입력 2013/10/07 [12:28]

아주 특별한 김인숙 사진전

이종학 | 입력 : 2013/10/07 [12:28]


이번 참관은 아주 특별하게 이뤄졌다. 평소 나는 압구정 일대에 산재한 여러 가전 회사의 전시장을 즐겨 찾는다. 이 지역엔 삼성, LG, 소니를 비롯해서 캐논이며 하만 카든 등 다양한 회사들의 플래그쉽 매장이 있다.

 

 

우연찮게 캐논 매장을 들린 것을 계기로 지하에 갔다. 이른바 캐논플렉스 갤러리라고 하여, 여기선 상설 사진 전시를 한다. 그런데 좀 특이한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가만히 보니 재일교포 관련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맑고 순수한 모습이 일체의 가식 없이 담겨 있었다.

 

 

마침 사진작가가 보여서 몇 가지 물어볼 기회가 생겼다. 여기서 나는 조금은 신선한 충격을 받을 수 있었다.

 

 

대체로 재일교포 하면, 민단이니 조총련이니 해서 편을 가르게 된다. 남북 대결과 첨예한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빚은 비극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역만리 타향 땅에서조차 이런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떤가  정작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이 교육을 받고, 뛰어놀며, 하루하루 즐겁게 생활하려 한다. 우리는 이데올로기의 색안경으로 그 아이들조차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아닐까?

 

 

사진작가 김인숙은 오사카에서 태어나, 조총련 계열의 학교를 다녔다. 버젓이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가 걸려있는 학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그녀에게 남은 기억은 이런 이념이 아니라, 함께 뛰어놀고 공부하던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모습뿐이었다. 그 부분을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 조심스럽게 찍었다. 여기엔 일체의 강론이나 교화나 강압이 없다. 그냥 아이들이 있을 뿐이다.

 

 

실제로 그녀의 관심사는 바로 학교와 아이들이다. 10년 전에 한국에 와서도 쭉 다뤄온 것은 바로 이런 쪽으로, 우리나라에서 버려지거나 잊혀진 학교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 사진들을 보고 있자면, 바로 우리의 어린 시절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지독하게 학교 가기가 싫었고, 틈만 나면 놀고 싶었던 그 마음이 그녀의 작품에 담담하게 배어있다. 절로 미소가 나온다.

 

 

이번 전시회는 10월 20일까지 열린다. 꽤 공을 들였고, 반응도 괜찮다고 한다. 이념이나 대립을 잊고 그냥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그녀의 사진에 담긴 밝고 따스한 정서는 상당한 공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끝으로 한국에서 고생 고생하며 사진 작가 생활을 하는 게 어렵지 않냐고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맨날 아르바이트 하고 잡일 하고 해서 번 돈을 다 사진에 날렸어요. 하지만 10년쯤 하니까 조금씩 성과가 있습니다. 나라에서 도움도 주고, 여러 기업에서 후원도 해줘요.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합니다. 그런 후원이 전무하다시피 해요. 그래서 한국에 와서 작업하기로 결정한 것에 진심으로 만족한답니다.”

 

 

우리가 정말 많은 부분을 잊거나 혹은 무시하며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답변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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