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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구글 플러스 비욘드 K-Pop 공연

이종학 | 기사입력 2013/09/21 [12:08]

10Cm 구글 플러스 비욘드 K-Pop 공연

이종학 | 입력 : 2013/09/21 [12:08]


대중 음악계에서 10이라는 숫자는 종종 사용되는 모양이다. 예전에 네덜란드 록 그룹 10CC가 있었고, 영국 블루스 록 밴드 10 Years After도 있었다. 우리에겐 10Cm가 있다. 왜 10Cm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의 음악이 조금이라도 더 관객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구글 플러스가 주최한 비욘드 K-Pop 시리즈의 하나로 마련된 10Cm의 무대는 지난 9월 12일 청담 CGV에 소재한 M-Cube관에서 열렸다. 사실 나는 10Cm에 대해 거의 정보를 갖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을 봤지만, 내내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 작지만 알차고 소중한 무대라고 할까  특히, 중간중간 관객들이 나직이 후렴구를 따라하는 모습이 지극히 자연스럽고, 기분좋게 한다. 그런 점이 좋다.

 

10Cm의 뿌리를 굳이 찾는다면 아무래도 포크(folk)가 되겠다.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두 명의 청년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는 모습은 어쨌든 많은 여성 팬들의 관심을 받지 않을까  이 날 공연에 유달리 세련된 아가씨들이 많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니 혹 10Cm의 공연 포스터를 본다면, 남자 팬들은 절대 놓치면 안 된다. 꽃밭이 따로 없다.

 

음악을 테마로 한 공연은 여러 형태를 띤다. 아이돌을 따라다니는 사생 팬들의 아우성도 흥미롭지만, 이렇게 아무런 격의 없이 기분좋게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흥얼거리면서 미소짓는 것도 나름 괜찮다. 중간중간 가볍게 대화도 나누고, 조크도 하면서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나는 포크 음악을 상당히 좋아한다. 미국쪽만 아니라 영국쪽도 좋아한다. 우리 역시 빼어난 포크 전통을 갖고 있다. 꼭 운동권이나 저항 정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일상사의 가벼운 편린이나 사랑의 아픔을 담은 멋진 곡들이 많다. 한 마디로 포크쪽에는 거장들이 득실거리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10Cm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가사와 귀에 부담없이 와 닿는 멜로디로 조금씩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10Cm가 앞으로 계속 뻗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은 당연하지 않을까?

첫 곡으로 나온 은 10Cm 멤버 두 사람만의 무대로 꾸며졌다. 메인 보컬은 봉고를 치고, 옆에 앉는 파트너는 능숙하게 어쿠스틱 기타를 다룬다. 어찌 보면 초라하고, 단촐한 구성이지만, 곡 자체의 힘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포크만의 믿기 힘든 괴력이다. 조금씩 집중이 된다.

 

이어서 세션이 쭉 나왔는데, 베이스도 있고, 퍼커션도 있고, 신디사이저도 있다. 그런데 모두 앉아 있다. 서 있는 멤버는 하나도 없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어딘지 친숙하다. 아하, 홍대앞! 자주는 아니지만, 어쩌다 이 지역을 거닐 때면 이런 음악을 하는 친구들을 종종 만난다. 무대라고 해봐야 공원 한 구석이고, 동원한 장비나 앰프도 초라하지만, 주변을 감싼 팬들의 집중도는 상당하다. 바로 그런 모습을 여기에서 본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어느새 홍대 주변에 포진한 클럽들이 우리 K-Pop의 다양성과 깊이를 더하는데 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고 본다. 애초에는 술 먹고, 춤 추고, 부킹하는 공간이 이렇게 성숙도를 더해가면서 풍부한 음악 유산을 배출하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그러므로 10Cm를 보면 왠지 가슴이 뿌듯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만은 아닐 것이다.

 

이번 공연에서 10Cm는 총 여섯 곡을 불렀다. 그 중에 관심을 끈 것은 라는 곡이다. 가벼운 발라드 곡으로, 후렴구가 쉽게 따라부를 수 있고, 내용도 의미가 있어서 계속 듣고 싶어진다. 반면 는 약간 실험성을 더해, 중간중간 관객들의 합창이 유도되고, 박수 장단을 따라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중에 웹 서핑을 해보니 상당히 많은 곡을 발표하고 있으므로, 이번 기회에 조금씩 찾아들으려고 한다.

 

아무튼 포크 음악이라는 장르는 오로지 뮤지션의 노래 하나로 끌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해비 메탈처럼 포효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니, 얼핏 들으면 좀 심심할 수 있다. 아무래도 틴 에이저들이 좋아할 음악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렇게 20대 중반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팬층을 넓혀가는 모습은 보기좋은 대목이다.

 

그러나 이번 공연을 보면서 느낀 점을 말하자면, 약간 더 실험적인 모습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원래 포크라는 음악이 단순히 통기타 치면서 노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나라마다 다 배경이 다르고, 시대에 따른 스타일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당한 익조티시즘(이국 정서)도 필요하다. 굳이 사이먼 앤 가펑클의 를 예로 들지 않아도 말이다.

 

또 지금 지적하려는 것은 꼭 10Cm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 가요계 전반에 걸친 문제점이라 하겠다. 바로 지나친 사랑 타령이다. 너무나 많은 “Silly Love Songs”가 나오고 있다. 사랑이 분명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그렇다고 운동권 가수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포크의 진짜 힘은 바로 가사에 있다. 밥 딜런이나 레너드 코헨에서 알 수 있듯, 노래 잘하는 것은 차후의 문제다. 포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치 시를 읽듯, 몇 번이고 가사를 곱씹고, 외우고 하면서 힘든 삶을 헤쳐나가는 신조로 삼기도 한다. 중간중간 관객들과 대화를 나눌 때 오로지 연애며 파트너며 사랑 이야기만 하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다. 어렵게 확보한 팬들도 때가 되면 결혼하고, 아이 낳고 키우며 늙어간다. 이들의 진짜 삶에 보다 다가갈 수 있는 노래를 많이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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