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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Yaya) 구글 비욘드 K-Pop 콘서트

이종학 | 기사입력 2013/09/19 [12:07]

야야(Yaya) 구글 비욘드 K-Pop 콘서트

이종학 | 입력 : 2013/09/19 [12:07]


지난 9월 12일에 벌어졌던 일이다. 웬 금발의 호리호리한 아가씨가 무대 위에 나타나 두서 없이 악기를 점검하고, 스탭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구글 플러스가 주최하고 유튜브가 중계하는 비욘드 K-Pop의 시리즈의 일환으로 벌어진 이날 공연의 출연자 명단에는 10Cm와 박진영 둘뿐이어서, 단순히 매니저쯤 되나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개성이 강한 매니저라도 긴 금발에 호피 무늬 원피스, 그것도 등이 훤히 드러나는 의상은 어울리지 않다. 전형적인 무대 의상이 아닌가?

 

그 의문은 곧 풀렸다. 그녀는 야야(Yaya)라는 예명을 가진 정식 가수였던 것이다. 마침 음반도 발표한 김에 이번 무대에 특별 초대된 것이다. 아무런 정보 없이 곧장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는데, 결과적으로 상당히 흥미로운 공연이 되었다. 확실히 이번 비욘드 K-Pop 시리즈는 대박이다.

 

사실 야야는 매우 특별하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여태 가요에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김새만큼이나 상당히 유니크하고 또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 불과 4곡을 부르고 들어갔기에 그 전모를 알 수는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런 시도를 하는 뮤지션이 많이 등장할 수록 K-Pop 씬이 풍부해지지 않을까 싶었다.

 

우선 첫 곡으로 부른 을 보자. 다소 과장된 4박자 리듬에 거친 음조, 신명난 반주. 낯설지만 또한 친숙하다. 가만, 이런 스타일을 뭐라고 부를까  내 머릿속에는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이 만든 가 떠올랐다. 약간 코믹하기도 하고, 가벼운 어깨춤이 나오는 이런 곡을 한국의 뮤지션이 만들었다  정말 흥미롭다.

 

곡이 끝나고 멘트를 들어보니, 이 곡은 이번 앨범에 들어 있으며, 당초 영화를 테마로 만들어졌다는 내용이 나왔다. 아하, 정확히 무슨 영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영화와는 관련된 곡이었다.

 

이어지는 라는 곡도 신선하다. 어느 유럽의 캬바레에 온 듯, 약간 퇴폐적이면서 우아한 느낌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마치 독백을 하듯 연기하는 대목이 인상적인데, 야야라는 친구, 상당히 능숙하게 이 어려운 퍼포먼스를 소화하고 있다. 특히 두 개의 마이크를 준비하되 세팅을 달리해 특별한 음향을 선사하는 점이 눈에 띤다. 와우, 이거 재미있는데 

 

한편 라는 곡은, 가사를 전혀 알 수 없어서 당황했다. 일단 한국어가 아닌 것은 확실하고 그렇다고 영어도 아니다. 러시아어  나중에 야야의 설명을 들어보니 이태리어라고 한다. 이태리  그러나 정통 이태리 발음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내 추측이지만.

 

어쨌든 비장하고, 거창하며, 폭발하는 클라이맥스가 일종의 아리아를 연상케 하고 또 이태리 대중음악의 개성을 듬뿍 담아낸 것도 같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곡들이 한국에서는 시도조차 되지 않았다. K-Pop이라는 구호 아래, 그간 우리가 얼마나 틀에 박힌 음악만 만들어왔는가 반성해볼 대목이다. 아무튼 저런 여린 체구에서 강한 카리스마와 성량이 터져나오는 점은 일종의 경이다. 몰입도 100%의 퍼포먼스다.

 

마지막으로 부른 은 스윙 리듬을 바탕으로 관객의 박수가 자연스럽게 유도되는 곡이다. 이제야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고, 흥겨운 동작이 이어진다. 나도 따라서 기분좋게 박수 장단을 맞췄다.

 

생각해보면 야야는 매우 특이하다. 일종의 컬트 필름이라고 할까  그러나 이런 마이너리티한 감각과 문화가 메이저의 단단한 토양을 구축한다고 보면, 이런 개성이 강한 뮤지션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싶다. 쉽지 않은 길을 선택한 그녀에게 큰 성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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